[문화현장] 먼지와 빛으로 쓴 도시의 서사…하진 작가 ‘이주하는 모래’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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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먼지와 빛으로 쓴 도시의 서사…하진 작가 ‘이주하는 모래’展

세종 갤러리 레오, 2026 GLEOSA 첫 초대전으로 하진 작가 선정
파리 1대학 박사 출신 중견작가의 18번째 개인전…3월 28일까지
지역 예술의 새로운 지평 여는 ‘ArtLab LEO’

  • 승인 2026-03-11 14:15
  • 장병일 기자장병일 기자

세종시 갤러리 레오는 하진 작가의 개인전 《이주하는 모래》를 통해 모래와 먼지를 매개로 인류의 이동 역사와 현대 도시의 기하학적 구조를 조명합니다. 작가는 형광등의 파장을 이용한 《바리케이드》 시리즈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심리적 장벽과 보이지 않는 권력을 은유하며 관람객에게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과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가의 예술적 실험을 선보이며, 도시적 조건 속에서 현대인의 삶을 재사유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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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도시의 차가운 보도블록과 눈을 시리게 하는 형광등 불빛 속에는 어떤 철학적 담론이 숨어있을까?

세종시 갤러리 레오(Gallery Leo 대표 윤후영, 관장 이나영)가 2026년 ‘GLEOSA(GalleryLeo Of Selected Artist)’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하진(HA JIN) 작가를 선정, 그의 18번째 개인전 《이주하는 모래(Floating Sands)》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 회화, 공간 드로잉, 영상을 아우르며 작가의 깊이 있는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하진 작가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작동하는 ‘경계’를 집요하게 의심해온 작가다. 그는 이번 전시의 핵심 소재로 ‘모래’와 ‘먼지’를 선택했다.

작가에게 먼지는 단순히 버려지는 부산물이 아니라, 인류 역사의 이동 과정이 응축된 ‘최소한의 조형 언어’다.

작품 속에서 먼지와 모래는 시공간을 달리하며 현대 도시의 기하학적 구조로 전이된다. 과거 모래사막을 이동하던 사람들의 흔적은 어느덧 직선적인 도시 이미지로 치환되며, 이주(移住)의 운명 속에 내재한 현대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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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18년 서울 전시의 주제를 2026년 세종에서 재소환한 이번 전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층층이 쌓이는 나이테처럼 작가의 정체성이 어떻게 심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함께 전시된 《바리케이드(Barricades)》 시리즈는 더욱 날카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작가는 자연의 빛과는 대조적인, 때로는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형광등’의 파장에 주목했다. 수직과 수평으로 이어진 형광등의 행렬은 관람객의 몸을 금지하는 심리적 장벽, 즉 ‘빛의 바리케이드’가 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는 열려 있으나 닫혀 있고, 닫혀 있으나 열림을 가장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빛의 바리케이드는 물리적 접근을 막기 전, 시각적·심리적으로 대상을 차단하며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한 보이지 않는 권력과 장벽을 은유한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레오는 창조적 예술과 영성을 매개로 한 공동체를 지향한다. 특히 현대미술 실험 공간인 ‘ArtLab LEO’는 건축적 구조와 공간의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작가에게는 실험의 장을, 관람객에게는 사유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하진 작가는 서울예고와 서울대 미대(서양화 전공)를 거쳐 파리 1대학 판테온-소르본에서 미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통파 작가다. 그의 탄탄한 이론적 배경과 실험적인 조형 감각이 만난 이번 전시는 세종시 문화예술의 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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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갤러리 레오 관장.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 레오 이나영 관장은 “하진 작가는 도시적 조건 속에서 예술적 실천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작가”라며 “이번 전시가 과거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현재 진행형의 사건으로서 우리 삶을 다시 사유하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3월 28일까지 이어지며,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문의: 044-864-8560)


논산=장병일 기자 jang39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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