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5월의 달(月)명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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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5월의 달(月)명은 무엇일까?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26-05-05 13:52
  • 신문게재 2026-05-06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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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일 북-칼럼니스트
5월이란 숫자를 생각으로 그려본다. 위는 굴곡진 세월 속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을 단단한 믿음으로 지켜내려는 듯 반듯한 일자(一字)로, 아래는 반원형으로 모든 것을 품어 안을 듯 온전하게 반쯤 열려있다. 그런 오월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니 우리네 일상사 힘들고 바쁜 시기임에도 세상이 온통 푸른빛 물결이다. 그렇게 오월은 우리에게 새날에 대한 푸른 꿈과 희망의 일자로, 열린 성숙의 가능성을 감싸 안은 반원 모양으로 형상화 되었나보다.

사실 우리는 이런 희망과 포용의 오월을 끌어안고 살아내지만 '관계가 빚어내는 삶'은 만만치 않다. 누구에게나 오월이 특히 그러하다. 노사, 가족, 사제(師弟), 민주주의 등 전 방면에서 우리를 분주하게 한다. 하나의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닫혀 있던 동굴 문이 열리며 문제의 해결을 손짓하고, 외면하는 척 하며 별도의 밥그릇을 채워달라고 소리친다. 이 관계의 조각들은 늘 우리 주위에 서성이다가 방심하거나 소홀히 하면, 끊임없이 우리의 일상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오월 속에 담긴 팀장님의 격려 한마디, 가족에게 얼굴 한 번 보여주기, 아내의 믿어준 시선 하나, 승차할 때 내밀어 준 손길 하나, 과거의 상처를 되짚어 또 한 번 안아주기는 관계의 흔적을 감싸주면서, 다시 꿈꿀 뭔가를 찾아 나서게 한다. 이는 푸른 계절을 맞아 내면에 잠재해 있던 배려의 용기와 나눔의 의지가 꿈틀거리며 솟구치기 때문이다. 하여 오월이란 시간의 흐름은 새로운 생의 에너지가 가능성의 동력이 돼 움직이는 풍경으로 그려진다.

이때 인간을 사람으로 살게 하는 관계의 윤리를 꼬집는 '환대'라는 단어를 불러보자. 우리말로 푼다면, '후한 대접'이 될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는 '베푸는 이'와 '받은 이'를 아우르는 양가적 의미를 제공한다. 시인 정현종은 "사람이 온다는 건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기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기에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라고 '광휘의 속삭임' 속에서 노래하고 있다. 이렇듯 환대를 또 하나의 다른 우주가 되는 타자를 받아들인 '사람됨'의 보편화된 기본 태도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강영안 교수는 질문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먹고 마시고 거주하며 삶을 누리고 즐기는 향유의 주체입니다. 나를 나답게, 나를 주체답게 하는 또 다른 개념은 환대입니다. 환대는 '타자를 환영하고 받아들임'입니다. 타자 역시 먹고 마시고 거주하고 생각하며 삶을 누리는 향유의 주체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환대는 타자가 향유의 주체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나의 나됨을 형성하는 데 본질적이라는 것이죠."라고.

우리는 '언제나 이미' 환대가 무엇인지 늘 궁금해 한다. 그 환대는 언제나 '도래할 환대'이기에 일상생활 속에서 이렇게 '도래하는(to-come)'이란 단어의 말뜻이 많은 이에게 매우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다. '지금 이미(already)'만이 아니라, 언제나 '아직 아닌(not yet)'을 꿈꾸고 그 '아직 아닌 세계'를 생각하고, 그 세계에 조금 가까이 가려는 간절한 희망의 가능성을 가지고 '이미의 세계'를 변혁해온 믿음의 존재가 아닌가라고.

가족 간의 사랑, 친구와 사제 간의 용서, 사회조직의 구현 목표인 정의, 국가정체성의 실천 덕목인 민주주의, 또한 관계 간의 환대라는 중요한 가치는 언제나 '더(more)'의 차원을 함의하고 있다. 결핍의 존재인 인간의 한계성, 그리고 그 인간이 만들어내는 사회의 한계성을 상기해 볼 때, '도래할 환대' 개념은 무겁다. 하지만 지금 맞이하고 있는 노동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5·18 민주항쟁의 날을 '이미의 세계'만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세계'의 가능성을 상기하고 그 세계를 이루어 내기 위해, 언제나 '도래할 환대'임을 '지금'이란 오월을 차곡차곡 꽃피워 보자./김충일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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