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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성 교수 |
최근 필자가 법원의 판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요즘 AI로 판례를 생성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도 이미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대학에까지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한 논문 심사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한 대학원생이 본인이 직접 작성했다며 제출한 논문에서, 인용된 참고문헌의 상당수가 현존하지 않는 것이었다. 소위 말해 AI로 자동 생성된 가짜 참고문헌으로, 저자명·논문명·학술지명이 모두 거짓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어디서부터가 진짜인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여러 대학에서는 학자와 대학원생들이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제대로 된 연구를 수행하는 분들이 대다수이지만, AI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점점 AI에 의존하는 경우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여, 최근 연구 논문 사전 공개 저장소로 유명한 arXiv(아카이브)에서는 AI로 논문을 작성하는 행위에 대한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요지는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저자가 사전에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AI가 만들어준 본문과 참고문헌을 그대로 올리면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경우가 명시되었는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환각 인용'과 'LLM과 주고받은 지시문(대화)을 본문에 그대로 넣은 경우'다. 이러한 정황이 확인되면 1년간 arXiv 투고가 금지된다.
해외 학계가 이렇게 발 빠르게 대응하는 동안, 국내 대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역 대학의 대학원이 수도권에 비해 학생 수급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대학원의 종류(일반대학원, 특수대학원 등)에 따라 학위 논문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대부분 체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위 논문을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현행 대학 시스템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물론 석사 학위의 경우 지도교수를 포함한 3명 내외의 전문성 있는 심사위원이 심사한다. 일반적으로 심사위원들은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이제는 심사 대상 논문의 진위 여부까지도 한 번쯤 짚어보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참고문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이 문장은 AI가 써준 것을 그대로 붙여넣은 것은 아닌지, 이 실험은 진짜로 수행한 것이 맞는지, 새롭게 검증해야 할 항목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 되면 대학 내에서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지금도 국내 여러 대학에서 산출되는 논문들을 면밀히 검증해보면, AI로 만든 허위 참고문헌을 그대로 붙여넣고 졸업한 사례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쌓여 갈수록 연구 현장은 오히려 진짜 연구가 사라진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흐름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지역 대학의 제대로 된 연구 결과 산출을 위한 다음의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AI로 생성한 학위 논문을 검증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AI를 활용한 글쓰기 자체를 엄격히 통제하기는 어렵겠지만, 심사위원들이 점검할 수 있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대학에서 마련하여 대학 전체가 이를 표준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모든 심사위원이 최소한의 공통 기준으로 심사에 임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대학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논문 검증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는 표절 검사와 AI 사용 여부 검증 정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AI 활용이 보편화 되면서 오히려 표절률은 매우 낮아지고 있으며, AI 사용 여부 검증 기능 또한 그 결과를 명확한 근거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위 논문을 입력하면 최소한 참고문헌의 진위 여부 정도는 자동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렇다. 이제는 진짜가 사라지고 있고, 오히려 진짜임을 검증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서로 믿고 연구하던 시대에서, 연구 결과물에 대해서까지 다시 확인해야 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역 대학이 연구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지금이 바로 움직여야 할 시점이다.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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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바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