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개성에 황진이, 금산에는 일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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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개성에 황진이, 금산에는 일타홍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6-05-19 16:33
  • 신문게재 2026-05-20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금산에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타홍이라는 이름의 기생에 대한 아름답고 슬픈 스토리가 있다. 일타홍은 1547년, 조선 중기에 금산에서 갓난 아기로 보통사라는 절 문 앞에 버려져 입양되었고, 보통사 주지 여운 스님에게 순례라는 이름을 얻었다. 5세에 삼보에 귀의하였고, 반야심경 암송하면서 스님에게 정식 글공부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통달했다고 전해진다. 여운 스님은 관상학의 대가로, 당신의 지식을 순례에게 전수해 주었다고 한다. 8세에 아버지 이희선이 별세하고, 10세에는 어머니마저 병환을 눕자 모친 치료비 마련을 위해 어린 기생, 동기(童妓)가 된다.

14세 정식 기생이 되면서 일타홍(一朶紅), 한 떨기 붉은 꽃이라는 이름을 받는다. 금산군수 이억상의 생일에 뛰어난 검무를 선보이면서 일약 스타로 올라섰고, 15세에는 궁중 공연을 하는 선상기(選上妓)로 발탁된다. 뛰어난 기예와 함께 문장 실력이 대단해서 인기를 누리던 중에 1562년, 권제 대감의 연회에서 심희수를 만난다. 일타홍 나이 17세, 심희수 16세였다.

심희수의 아버지 심건은 왕비의 숙부였기에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부친이 일찍 별세하면서 가세가 기울었고, 건달로 살고 있었다. 부잣집 잔치를 망치는 망나니였고, 권제 대감 잔치에서도 행패를 부리고, 일타홍에게 수작을 걸었다. 한눈에 심희수의 자질을 간파한 일타홍은 잔치 후에 심희수 집을 방문해서 누추한 집에 사는 홀어머니에게 모시고 싶다고 청하였고, 모친은 망나니 아들을 개과천선 시켜달라고 부탁한다. 심희수와 동거를 시작한 일타홍은 심희수에게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 '책을 한 권 뗄 때마다 잠자리를 함께 할 터이니, 공부하시오.'

심희수의 실력이 일취월장 하였지만 독학으로는 한계가 있어 이모부인 노수신을 찾아 사사한 심희수는 1568년, 20세에 진사시에 합격, 성균관에 입학한다. 일타홍은 노수신 동생인 노극신의 딸을 심희수의 정부인감으로 물색하였고, 이들이 결혼한 후에 첩으로 정성스레 뒷바라지한다. 조금 살 만 해지자 심희수는 다시 한량기가 발동하였고, 글공부에 소홀하고 무례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자 일타홍은 항의의 표시로 가출하면서 대과 급제하면 돌아오겠다는 글을 남긴다.

심희수는 다시 학업의 의지를 다졌고, 결국 1572년, 24세 나이에 별시에서 병과로 과거 급제한다. 급제 후 관례대로 전현직 대감 방문 인사하던 중에 김대감 집에서 일타홍과 재회한다. 중앙정부에서 승승장구하던 심희수는 1584년, 36세 나이에 경연 중 선조 눈 밖에 나는 사건이 일어나 지방으로 쫓겨나자 율곡을 찾아가 금산군수로 보내달라 청한다. 이렇게 일타홍은 심희수와 함께 금산군수로 금의환향한다. 심희수 나이 38세, 일타홍은 39세.심희수가 금산군수로서 선정을 베풀 수 있도록 내조를 펼치던 어느 날 일타홍은 자신을 키워준 보통사에서 심희수를 위해 기도하다 갑자기 혼절한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직감한 일타홍은 '당신 선산에 나를 묻어 주시오'라는 유언을 남기고 1588년, 41세에 세상을 떠난다. 일타홍과 심희수의 이별 시는 지금도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최근에 일타홍의 석상 비석이 발견되었다. 기생에 대한 비석을 세운다는 것이 당시 관행으로는 매우 어려운 사회 분위기였던 시절이다. 2년 간의 금산군수를 마치고 중앙으로 올라간 심희수는 승승장구하여 도승지, 대사헌, 형조, 호조, 예조판서와 대제학을 역임하였고, 우의정, 좌의정도 역임한다. 조선시대 4대 문장가 중 한 사람으로도 일컬어진다.

일타홍이 잠들고 있는 심희수 선산에 고양시는 <연인의 길>을 만들어 일타홍과 심희수를 기리고 있다. 금산에서도 일타홍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아 일타홍을 통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이 스토리를 통해 지역 발전과 연계하려고 서두르는 중이다. 황진이는 4명의 남자와 연을 맺었지만 일타홍은 오로지 심희수 한 사람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는 의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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