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솔로몬의 눈물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솔로몬의 눈물

  • 승인 2017-08-27 12:11
  • 신문게재 2017-08-28 3면
  • 김민영 사회부 차장김민영 사회부 차장
‘두사람의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동생의 삶을 빼앗은 것은 너무 가슴아픈 일이다. 하지만 피고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피고인은 훌륭한 어머니를 뒀다. 피고인을 가둬놓고 형량을 모두 살게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했다. 피고인이 사회로 빨리 돌아가 어머니의 품에서 어머니를 잘 모시고 살게 하는 것이 국가적, 사회적으로 봐도 더 옳다. 어머니께서 잘 돌봐주시고 치료감호가 끝난 뒤에도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피고인을 잘 부탁한다.’

엄마가 편해질 것라는 이유로 자폐성 장애가 있는 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형에 대한 항소심 판결문이다.

지난 25일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형 A씨(20)에 대한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법 차문호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낭독하며 눈물을 삼켰다. 이례적이지만 사정이 변경된 바 없어도 재판부는 1심보다 낮은 형인 3년 6월을 선고했다.

법정은 법에 의해 죄를 판단하다보니 어쩔수 없는 사정이 있어도, 감정에 치우치는 판결을 하지 못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오로지 법에 의한 판단을 하다보면 ‘법에는 눈물도 없나?’라는 의구심을 품기도 했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이다.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5시 30분께 자신의 집에서는 일어나지 말아야할 비극적인 사건이 터진다. A씨는 자폐성 장애 1급 장애인 동생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고, 범행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했다. A씨의 자살시도는 실패했고 살해 혐의로 기소된다.

A씨의 살인 혐의 자체는 무거운 죄였지만, 이면의 이유는 가슴이 아팠다. 자신과 동생이 가진 장애 때문에 어머니가 괴로워 하고 있고, 자신과 동생이 죽으면 어머니가 편해질수 있을 것이라는 살인 동기였다. 1심 법원도 이러한 사정을 판단해 법정 양형 기준에서 선처한 5년형을 선고했었다.

항소심 법원은 동생을 죽게 했기 때문에 제한 법령안에서 최대한 선처했고 치료감호는 유지했다. 치료를 잘 받고 치료감호가 끝날 때쯤 사회로 돌아갈수 있게 하기 위한 재판부의 선택이었다. 울먹이며 판시하는 판사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딱딱한 법조항에도 감정은 남아있었다. 법을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아름다운 판결이었다.

김민영 사회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건양대병원·대전보훈병원, 호스피스의날 인식개선 캠페인 전개
  2. 9월 집중호우·습한 더위 발생 원인 '장마전선 위치'…20년간 213㎞ 북상
  3. 세종 '장애인 학대사건' 무혐의 뒤집혀… 시설 직원 구속 송치
  4. 대전의 역사와 정신, 춤으로 만난다…24일 '대전십무' 공연
  5.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1. 대전 유성구의회, 일본 사세보시·나가사키현립대 방문단과 교류
  2. 둔산경찰서, 이상동기범죄 예방 다중이용시설 현장 점검
  3. 세종시민 800명 마음산책… 11월 중앙공원서 만난다
  4. '한글놀이터 세종관' 관람객 5만명 넘었다
  5.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헤드라인 뉴스


서산공항 운명 가를 타당성 재조사, 서산시 경제·정책성 확보 총력

서산공항 운명 가를 타당성 재조사, 서산시 경제·정책성 확보 총력

충남 서산시가 서산공항 건설사업의 타당성 재조사에 본격 대응하며 사업 정상 추진을 위한 경제성과 정책성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산시는 서산공항 건설사업의 총사업비 증액에 따라 진행되는 타당성 재조사에서 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지역 발전 효과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충남도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번 재조사는 서산공항 건설사업비가 기존 484억 원에서 899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추진됐다. 국토교통부는 8월 기획예산처에 타당성 재조사를 요청했으며, 기획예산처는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기후위기 시대 복합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물관리와 소방 전문기관이 손을 맞잡았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금강유역본부(본부장 이종식)는 23일 전북 전주시 본부에서 전북소방본부(본부장 진형민)와 위기대응 공동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집중호우와 태풍, 대형화재 등 재난 양상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양 기관이 보유한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연계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재난 발생 시 물관리 전문기관의 시설과 자원을 소방 대응체계에 적극 활용하는 데 있다. 우선 시설물의 안정적인..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대전 동구 성남동에 중학교 학교용지가 계획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학교 설립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학생들의 통학권 보장과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중학교 설립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23일 대전 동구의회에 따르면, 이지현 의원은 제296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성남동 지역 학생들의 통학 여건 개선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성남중 설립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이번 건의안은 2004년 성남동 구성지구에 중학교 학교용지가 계획된 이후 20년 넘게 학교 설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속되고 있는 주민들의 교육환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