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숙주나물, 성삼문과 멀어진 신숙주의 변절

  • 문화
  • 송교수의 우리말 이야기

[우리말]숙주나물, 성삼문과 멀어진 신숙주의 변절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64. 숙주나물

  • 승인 2016-06-09 09:41
  •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출처=농촌진흥청 요리백과
▲ 출처=농촌진흥청 요리백과


녹두를 물에 불리어 싹이 나게 한 나물을 숙주나물이라고 한다. 이 나물 이름이 숙주나물인 것으로 미루어서 우리는 쉽사리 조선조 초기의 명신 신숙주와 관련이 있는 일에서 유래된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호를 보한재, 희현당이라 한 신숙주는 1439년 문과에 3등으로 급제하여 집현전의 부수찬이 되었다. 그는 젊은 날에 장서각에 들어가서 평소에 보지 못한 책을 열심히 읽고 동료들 대신 숙직을 하면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하기가 일수였다.

세종은 그의 노력을 가상하게 여겨 어의를 하사하며 칭찬했다. 그는 세종으로부터 더욱 극진한 총애를 받아 일본 대마도와의 무역협정인 계해조약을 체결하는 등 국가의 중대한 일들을 맡아 성실히 수행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는 그의 공이 가장 컸는데, 요동에 귀양온 명나라 한림학사 황찬을 찾아 13번이나 요동으로 왕래하여 음운에 관한 것을 의논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세조가 즉위하기 전에 사은사로 명나라를 간 일이 있는데 이때 그는 서장관으로 따라 갔었다. 뒷날 세조와 각별한 처지가 된 개인적 친분은 이때 맺어진 것이다.

과연 세조가 어린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빼앗았을 때는 의리를 저버리고 이에 가담했으며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성삼문과도 멀어지게 되었고, 성삼문이 단종을 도로 임금으로 모시려다 실패하여 모진 고문을 당하는 마당에서 모욕도 당하였다.

의리와 지조를 목숨같이 여기던 조선조 사회에서 이러한 보한재의 변절은 용납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의 변절이 여름철에 가장 잘 쉬는 나물인 녹두나물과 그 성질이 비슷하다고 하여 숙주나물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와는 다른 이야기로 세조에게서 극진한 총애를 받은 그가 평소에 녹두나물을 즐겨하여 밥상에 이 나물 반찬이 끊일 때가 없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세조가 앞으로 녹두나물을 숙주나물이라 부르라고 명령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왕소산인: 王蘇山人. 1940. 11. 1.).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행복로 통큰세일·빛 축제’로 상권 활력과 연말 분위기 더해
  2. '2026 대전 0시 축제' 글로벌 위한 청사진 마련
  3. 서산 대산단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기존 전기료比 6~10%↓
  4. 대성여고 제과직종 문주희 학생, '기특한 명장' 선정
  5. 세종시 반곡동 상권 기지개...상인회 공식 출범
  1.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2. 세밑 한파 기승
  3. 셀트리온 산업단지계획 최종 승인… 충남도, 농생명·바이오산업 거점지로 도약
  4. 충남대 올해 114억 원 발전기금 모금…전국 거점국립大에서 '최다'
  5. 세종교육청 '학생생활교육지원센터' 활짝

헤드라인 뉴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각종 비위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 중 충청 출신이 거론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당 사무총장인 3선 조승래 의원(대전유성갑)으로 그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면 여당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이 모두 충청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후임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를 다음 달 11일 실시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보선을 1월 11일 실시되는 최고위원 보궐선거 날짜와 맞추기로..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30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구..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서울 고척 돔구장 유형의 인프라가 세종시에도 들어설지 주목된다. 돔구장은 사계절 야구와 공연 등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문화체육시설로 통하고, 고척 돔구장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돔구장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20년 전·후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으나, 행복청과 세종시, 지역 정치권은 이 카드를 수용하지 못했다. 과거형 종합운동장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청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고무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서다. 결국 기존 종합운동장 구상안은 사업자 유찰로 무산된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 세밑 한파 기승 세밑 한파 기승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