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 당신의 아이 행복합니까?

  • 오피니언
  • 우난순의 필톡

[우난순의 필톡] 당신의 아이 행복합니까?

  • 승인 2019-05-08 11:21
  • 수정 2019-05-08 15:21
  • 신문게재 2019-05-09 22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아동
지난 주 TV에서 한 광고를 보고 가슴이 먹먹했다. 국제아동구호기구에서 내보낸 건데 시리아인지 팔레스타인인지 폭격당한 마을이 배경으로 나왔다. 그런데 간신히 살아남은 한 아이가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렸다. 그 아이의 공포에 질린 커다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아이는 앞으로 온전히 살 수 있을까.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때 장맛비로 우리 집 뒤에서 산사태가 났었다. 다행히 집은 온전했지만 산사태 날 당시 굉음과 순식간에 담장 위를 넘어 마당으로 흘러 넘치는 계곡물에 식구들이 혼비백산했다. 그 때 놀란 가슴은 여름내내 진정되지 않았다. 하물며 전쟁, 내전이 일상사인 지역의 아이들은 어떻겠나. 며칠 전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교전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지구촌 곳곳은 매일 폭력이 발생한다. 어른들의 잔인한 욕망에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아이들에게 폭력없는 세상은 불가능한 걸까.

충남대병원 뒷길을 따라가다 보면 대로변에 홀트대전복지센터가 운영하는 미혼모자의 집이 있다. 한밭도서관에 갈 때마다 이곳을 지나간다. 종종 걸음을 멈추고 유리문 안을 기웃거리곤 했다. 처음엔 호기심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언젠가 아이를 안은 젊은 여자가 복도를 걸어가는 걸 발견했다. 엄마일까? 말로만 듣던 미혼모들의 삶이 궁금했지만 그들의 사정은 제 3자인 내가 감히 헤아리기 힘들다. 어찌됐든 아빠 없이 온전한 가정을 이루지 못한 곳에서 태어나는 아이들. 저 아이들에게 어떠한 삶이 주어질까. 엄마 품에서 자라는 행운아도 있겠지만 경제적인 문제, 사회의 차가운 시선 등 녹록지 않은 벽에 부닥친다. 나머지 아이들은 격랑의 파고에 휩쓸리는 조각배에 올라타야 한다. 둥지에서 박탈당한 아이들이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엄마 품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이 아이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들의 신산한 삶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큰오빠네가 면소재지에서 했던 치킨집에서 일을 도와준 적이 있다. 오빠는 공무원이었고 올케가 운영하는 치킨집이었다. 어느날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가게로 들어와서 치킨과 맥주를 주문했다. 그 중 가수 김정민을 닮은 준수한 외모의 청년이 눈에 띄었다. 알고보니 옆동네 사는 앤데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았다. 좋은 양부모를 만나 무탈하게 컸지만 고등학교 때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방황하다 자퇴했다고 했다.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웠을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론 좋은 여자 만나 결혼하고 양부모와도 잘 지낸다고 들었다. 이런 경우는 다행이지만 해외 입양아는 가혹한 운명에 처한 경우가 많다. 조국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이 타국에서도 버림받는 일이 허다하다. 이들은 양부모의 학대와 인종차별로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성도 파괴된 채 거리에 내몰린다.

오늘의 지구촌은 자고 나면 끔찍한 뉴스들이 넘쳐난다. 그 중 아동학대는 차마 눈 뜨고 보기 겁날 정도다. 악명 높은 조두순이 곧 출소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전에 조씨의 범행이 세밀하게 묘사된 글을 인터넷에서 읽다가 중단하고 말았다. 그는 악마였다. 당시, 내가 피해 아동의 부모라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적 응징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의 폭력도 못지 않다. 사실 아동학대의 대다수는 가정 안에서 벌어진다. 4월말 12살 소녀의 죽음도 의붓아버지와 친엄마가 범인이었다. 친아버지에게 매맞고 의붓아버지에게 성추행 당하고, 엄마는 방관하고…. 아이도 부모 자격이 있는 사람이 낳아야 한다. 무책임하게 낳아 입양 보내고, 학대하고, 죽이는 게 현실이다. 1등을, 명문대를 강요하는 것도 역시 폭력이다. 이건 가해자인 부모만의 책임이 아니다. 사회 시스템이 잘못 작동되고 있다는 증거다. 가정의 달 5월, 우리의 아이들 행복한가. <미디어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르포] 트램 공사에 시민 불편 가중…경적·호루라기 뒤엉키고 민원 잇따라
  2. 대전시 문화예술 기관장 인사 '설왕설래'
  3. [편집국에서] 이러다간 둔산광역시 되겄슈
  4. 대전시 李정부 첨단산업 정책 잇단 배제 위기감 고조
  5.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1. 대전시의회, 민인홍 인사청문회… '직무능력·전문성' 검증
  2.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국비 또 험로…환아 느는데 정부 지원 '반토막'
  3. "횡단보도 하나 두고 탄방"… 둔산 14구역 '둔산동 편입' 움직임
  4. [논산다문화] 논산시, 탑정호의 밤, 빛과 음악으로 물들다
  5.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기업이 대학 안으로… 충남대가 다시 짜는 첨단산업 교육

헤드라인 뉴스


조상호 세종시장 "부처·기관 이전 시 종사자 특공 부활해야"

조상호 세종시장 "부처·기관 이전 시 종사자 특공 부활해야"

조상호 세종시장이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부처·기관 이전과 대비해 이전 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의 부활을 예고했다. 세종시에선 과거 중앙행정기관이 대거 이전할 당시 아파트 분양 물량의 최대 70%까지 공무원과 기관 종사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제도를 운영했지만, 특혜 논란 끝에 2021년 폐지된 바 있다. 시는 제도 보완을 전제로 대규모 부처·기관 이전이 이뤄질 경우 특별공급 부활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미 정부와 관계기관에 의견을 제안해 협의를 본격화하도록 대응하고 있다. 조상호 시장은 7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

7월 휴가 시즌에도 지갑 닫은 충청지역민... 대형마트 판매액 감소세 여전
7월 휴가 시즌에도 지갑 닫은 충청지역민... 대형마트 판매액 감소세 여전

어려운 경기 상황과 내수 부진으로 충청 지역민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고 있다. 가계 사정이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게 먹거리인데, 휴가시즌이 시작된 7월에도 대형마트 소비액 마이너스 기조가 계속되면서 불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7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최근 대전·세종·충남지역 실물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지역 대형마트 판매액 지수(매장면적 3000㎡ 이상)는 일제히 마이너스로 마감됐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의 대형마트 판매액 지수는 1년 전보다 7.2% 하락했다. 6월 -14.6%를 기록하며 마..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 본격 추진... 남북축 연결 기대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 본격 추진... 남북축 연결 기대

대전 유등천변을 따라 남북축을 연결하는 간선도로망인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민선9기 출범 후 재정여건을 고려해 보류됐었지만,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속도를 내게 됐다. 대전시는 7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허태정 시장과 박용갑 국회의원, 시구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 기본설계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은 중구 사정동 사정교에서 대덕구 오정동 한밭대교까지 연장 7.61km 구간에 왕복 4차로, 폭 20m 규모의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

  •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