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엽관(정실)주의와 실적주의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엽관(정실)주의와 실적주의

전용석 대전농협 본부장

  • 승인 2019-06-27 09:37
  • 신문게재 2019-06-28 23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전용석본부장님증명사진
전용석 대전농협 본부장
정부 조직뿐만 아니라 군대, 기업, 종교 등 모든 조직은 계선(系線, line services) 기관과 참모(參謀, staff services) 기관으로 나누어진다. 계선 기관이란 상하 간의 지휘·복종명령 체계를 가진 수직적이고 계층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보면 장관, 차관, 국장, 과장, 계장 등으로 계층을 이루는 구조다.

이에 반해 참모기관은 계선 기관이 목표를 원활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계선 기관은 목표 달성을 위한 직접적인 결정권과 집행권을 가지고 있다. 반면 참모기관은 사안에 대한 자문과 기획, 인사, 회계, 법무, 공보, 연구 등 목표달성에 간접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 간간이 현실에서는 계선과 참모 조직간 의사소통의 부족 등으로 상호 갈등을 빚는 경우가 왕왕 있다. 또 어느 조직은 참모기관이 계선의 권한을 침해하여 올바르지 못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사가 만사휴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인사관리의 영역은 채용에서부터 퇴직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른다. 필자는 인사관리 영역 중에서도 채용과 승진이 핵심 분야라고 생각한다. 특히 승진에 있어 준비돼 있지 않은 사람이 조직의 장이 된다면 그 조직의 영속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설사 조직의 최고 책임자가 되더라도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주변의 사례를 보더라도 대기업의 1세 창업주가 훌륭한 성공을 이루지만 2세, 3세 경영자로 넘어가면서 회사를 망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조직이 업무를 수행할 때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자원은 결국 인적자원이다. 사람관리는 결국 인사관리이며 조직의 장이 아무리 출중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사람관리를 잘못하면 결국 실패한 인사관리가 되는 것이다.

인사관리업무는 조직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인적 자원을 활용해 최고의 질과 최대의 양을 갖춘 업적을 실현하는 것이다. 인사업무는 유능한 인재를 적극 선발하고 훈련·연수를 거쳐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로 양성하는 과정이다.

임용과 승진의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크게 엽관주의(spoils system) 방법과 실적주의(merit system)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엽관주의란 사람을 자리에 배치할 때 능력이나 자격, 업적이 아니라 당파성, 개인적 충성심, 혈연, 학연, 지연 등에 따라 인사의 기준을 두는 제도다. 실적주의란 엽관주의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 정실을 떠나 개인의 능력이나 공개경쟁을 통한 자격 등을 기준으로 하는 제도다.

절대군주제 시대의 관료는 '군주의 사용인'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근대민주주의 시대로 오면서 정당정치, 의회정치로 대변되며 '정당의 사용인'으로 전환되었다.

1688년 영국 명예혁명 이후 나타난 정실주의의 정치적 관습이나 미국 7대 대통령인 Andrew Jackson에 의한 정치적 임명은 엽관주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공직의 임기를 4년으로 제한하는 각 주의 임기 4년법과 Marcy 의원의 '전리품은 승리자에 속한다'(To the victor belong the spoils!)는 말은 큰 영향을 끼쳤다. 간간이 주요 공직에 사람을 임명할 경우 정실 인사니 회전문 인사 또는 자기 사람 심기 등 여러 말이 나오는 경우를 듣는다.

어떤 자리에 임용할 때 각종 루머, 즉 하마평(下馬評)도 흘러다닌다. 하마평이란 관리에 임명될 후보자나 인사이동자에 대하여 세상에 떠도는 소문이나 평판을 뜻한다. 관리가 말에서 내려 관청에 들어가면 관리를 태우고 온 마부들이 상전에 대해 이러저러한 평을 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하마평은 국민 여론을 수렴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치 않은 부정적 기사나 상대 경쟁자를 견제하고 흠집을 내기 위해 부정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공직의 임용이나 기업의 주요 자리 배치가 엽관주의적 요소가 있더라도 개인의 역량이나 품성 등을 배제하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현대적 인사관리시스템 하에서 업적과 능력을 무시하고 객관적 기준 없이 인사를 하고 있다면 기업의 생존은 담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관리는 조직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스텝의 기능이다. 인사행정을 지배하는 가장 큰 덕목은 능력 본위 원칙과 적재적소의 원칙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전용석 농협 대전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진명 작가 '세종의 나라'에 시민 목소리 담는다
  2. 세종 '행복누림터 방과후교육' 순항… 학부모 97% "좋아요"
  3.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한국건축시공학회와 업무협약 체결
  4. 대전 향토기업 '울엄마 해장국'...러닝 붐에 한 몫
  5. 따르릉~ 작고 가벼운 '꼬마 어울링' 타세요!
  1. 세종시 빛축제, 시민 힘으로 다시 밝힌다
  2. 생각에서 실천으로… 세종 학생 지역사회 문제 해결 역량 UP
  3. 대전세무서, 나라키움 통합청사서 '새 출발'
  4.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5. 대전문화방송과 한화그룹 한빛대상 시상식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