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2010년대 노동현장,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산 자들'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2010년대 노동현장,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산 자들'

장강명 지음│민음사

  • 승인 2019-07-04 18:06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산자들
 민음사 제공


회사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는 건 사장이 아닌 중간 간부다. 『산 자들』에 수록된 작품 「알바생 자르기」의 주인공 박 차장은 사장의 해고에 동조하는 한편 아르바이트생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실직'을 위로하려는 취지로 패밀리 레스토랑도 함께 간다. 그러나 퇴직과정에서 아르바이트생이 해고 서면 통보서와 퇴직금, 4대보험 미가입에 대한 고소를 이야기 하며 돈을 요구하자 그를 미워하기 시작한다. '검은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말까지 떠올릴 만큼 황당해한다. '갑'인 사장의 해고 지시에 '을'인 중간 간부와 아르바이트생이 서로를 공격하게 되는 현실. 2016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은 누구도 악인이 아니건만 서로가 서로에게 적이 된다. 가해자나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억압하는 2010년대 삶의 풍경이다.

장강명의 신작 『산 자들』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여러 문예지에서 발표된 10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2010년대 한국 사회의 노동과 경제 문제를 드러내는 소설들은 각각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 총 3부로 구분돼 리얼하면서도 재치 있게 한낮의 노동을 그린다. 노동 현장에서의 갈등과 그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핍진하게 드러내며 한국의 비인간적인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비극의 구조를 절묘하게 포착한다.

작가는 취업, 해고, 구조조정, 자영업, 재건축 등을 소재로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과 그러한 현실을 빚어내는 경제 구조를 동시에 보여 준다. 책의 제목인 '산 자들'은 수록작 중 「공장 밖에서」에서 나오는 표현이다. 파업 중인 공장 옥상에 현수막이 걸려 있고, 현수막에는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해고는 살인이었으므로 해고당한 사람들은 '죽은 자'이고 해고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사람들은 '산 자'인 셈이다. 그러나 '산 자들' 역시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의 억압 구조에 사로잡혀 몸과 마음 모두 옴짝달싹 못한 채 그저 살아만 있을 따름이기 때문이다. 「현수동 빵집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인 주영의 상상 속 '빛이 없고 먹을 것이 모자란 좁은 공간에 오래 살면서 눈이 퇴화하고 피부도 투명해진 작고 불쾌한 생물들'처럼 '불필요한 기관은 모두 버리고 생존만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와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지도 모른다.

현대사회의 적은 거대하지만 흐릿하다. 도처에 있지만 너무나 복잡해 본질을 간파하기 힘들다. 과거의 현실 참여적 소설들에 저항해야 할 대상이 분명히 있었다면 현대의 소설들에는 저항해야 할 대상이 분명치 않다. 이론과 합리주의의 탈을 쓰고 곳곳에 숨어든 적을 식별하기란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10여년의 기자생활을 자양분으로, 작가는 우리 삶의 현장에서 익숙하게 발생하는 일화를 발췌해 거대하고 흐릿한 적의 실체를 또렷하게 보여 준다. '산 자들'의 고단한 여정을 직면하게 하는 10편의 작품은, 지금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열어 줄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도마 퀸’ 여서정, 금빛 질주 이어간다.
  2.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국민과 함께' 원년되나
  3. 예산장터 삼국축제 10주년…'린' 소주 20만 병에 축제 홍보
  4. 서산해미읍성, 600년 시간의 문 활짝, "서산의 맛과 사람들 한자리에"
  5. 아산시, 신동 곡교천로 진입도로 개통
  1. 상용화 문턱에서 좌절 '자기부상열차' 역사속으로
  2. [춘하추동] 콜레스테롤은 억울하다?
  3. 건양대목원대 등 충청권4개 대학, AI중심대학 선정
  4. 통합 무산 충남대 ‘다음 수’ 찾기 고심
  5. 승용차가 지상 개폐기 들이받고 운전자 도주...일대 2시간여 정전

헤드라인 뉴스


"30년 시민혈세 따져보자"…대전시민사회, 수소트램 재검토 촉구

"30년 시민혈세 따져보자"…대전시민사회, 수소트램 재검토 촉구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급전방식 변경을 고심 중인 가운데, 지역 시민사회가 현행 방식인 '수소트램'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현행 수소트램의 선정 과정과 장기 운영비, 2030년 개통 가능성까지 시에 전면적인 검증을 요구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30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의 세금으로 30년을 감당할 사업이라면 그 결정의 근거도 시민 앞에 놓여야 한다"며 수소트램 선정과 차량계약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대전시에 요구했다. 이날 시민사회가 우선 문제로 꼽은 것은 민선 8기..

대전시청 선수들 아시안게임 금 4개 합작 금의환향… 오상욱은 2관왕
대전시청 선수들 아시안게임 금 4개 합작 금의환향… 오상욱은 2관왕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를 합작한 대전시청 소속 선수들이 금의환향했다.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펜싱 오상욱·박상원·최세빈과 근대5종 이종현이 이번 대회에서 잇따라 메달을 획득했다. 오상욱은 남자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박상원도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오상욱과 함께 정상에 올랐고, 최세빈은 여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근대5종 이종현은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개인전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대전시청 소속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금..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에 따라 농업협동조합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신규 가입 조합원 역시 40대 미만은 7%대에 불과해 농협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충남 홍성·예산)이 농협중앙회의 조합원 현황을 분석해 30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농협 조합원은 모두 202만 8464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208만 7359명에서 2022년 207만 6055명, 2023년 206만 3765명, 2024년 204만 6229명, 2025년 202만 7481명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 ‘나이는 숫자일 뿐’ ‘나이는 숫자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