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밥, 먹고 다니세요?"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밥, 먹고 다니세요?"

  • 승인 2019-07-09 16:17
  • 신문게재 2019-07-10 22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한세화인물사진
한세화 미디어부 기자


결혼생활 16년째다. 부모의 안부를 여쭙는 전화는 자식이 먼저 하는 게 보통일텐데, 내 경우는 다르다. 시부모님께 내가 먼저 전화하는 일은 거의 없다. 가끔 서운한 표시를 내시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얼버무린다. 무심한 성격 탓에 알면서도 실천이 어렵다. 이러한 며느리의 무심함이 이젠 배냇병이려니 이해하고 넘어가 주시는 시부모님이 감사할 따름이다. 시어머니에게는 자식의 안부를 묻는 당신만의 화법이 있다. "애미야, 밥은 먹었냐?", "애비 아침밥은 먹고 다닌다니?"… 통화 말미에도 "얼른 밥 먹어라"라며 밥 얘기로 마무리하신다.

철없던 신혼 무렵, 전화 할 때마다 밥 타령으로 일관하는 시어머니가 짜증나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보릿고개 넘기던 시절도 아닌데 입만 열면 밥 얘기를 하시는 시어머니의 옛날 사고방식이 촌스럽게 느껴졌고, 시집살이를 시킨다고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전화를 안 했던 이유도 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머님은 직접 깨 농사를 지어 참기름과 들기름을 떨어지지 않게 주셨지만 받아들고 와서는 찌든 냄새가 날 때까지 내버려 둬 결국 음식물쓰레기통으로 들어간 게 10병도 더 된다. 지금도 시어머니는 다진마늘을 네모난 모양으로 얼려 똑똑 떼먹을 수 있게 만들어주시고, 대파, 양파, 감자, 고구마, 참깨 등 식재료 대부분을 공급해주신다.

최근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무섭게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소셜빅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상반기 한 달 평균 8521건에서 올해 1만2590건으로 47.8% 급증했다. 또한,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이 2011년 8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3조5000억원으로 4배 이상 성장했으며, 2021년에는 7조5000억원 규모로 몸집을 불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해 먹자니 귀찮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집밥에 비해 가정간편식은 손쉽다. 말 그대로 간편하게 한 끼를 떼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하지만 간편식 같은 패스트푸드는 '제2의 뇌'라 불리는 장을 위협하고 있다. 식습관이 서구화 된 젊은층에서 염증성장질환이나 궤양성대장염 등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가정간편식은 허기진 배만 채울 뿐 영양가는 없는 속 빈 강정인 셈이다.

지난 주말 홍성 시댁에 다녀왔다. 어머님은 이번에도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를 바리바리 싸주셨다. 과거 '들기름 유기사건'을 어머님은 아직 모르신다. 몰라야 한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 올바른 먹거리 찾기가 힘들어지는 시대에 자식에 대한 사랑과 정성으로 꽉 찬 '시어머니표 농산물'은 음식이 아니라 바로 '보약'이다. 몸은 정직하다. 먹는대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진리를 알면서도 늘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간과하며 살아간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또 다른 의미로의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밥은 먹고 다니니?"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국화로 물들다", '제26회 아산시 국화전시회 개최'
  2. 대전 유성국화축제 한창…13만 분 가을꽃 물결
  3. 세종시 대평동 '상가 공실' 전환점 맞나… '라면 페스타'가 온다
  4. 세종시행 '중앙행정기관' 임시 둥지, 2027년 어디로?
  5. 온통대전, 11월부터 월 최대 9만 1000원 캐시백 받는다
  1. 제주관광공사, 인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 팝업 '성료'
  2. 대덕구의회 사퇴 촉구 빗발치지만 주민소환은 '그림의 떡'
  3. 2026년 육군본부 국정감사
  4. 김찬술 대덕구청장 결국 병원행…區의회는 또 원구성 무산
  5.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

헤드라인 뉴스


김장 앞두고 배춧값 내렸지만… 농가도 소비자도 웃지 못한다

김장 앞두고 배춧값 내렸지만… 농가도 소비자도 웃지 못한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 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생산 농가와 소비자 모두 마냥 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민들은 생산비 상승과 농산물 판매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고, 소비자들은 새우젓 등 일부 양념 재료의 가격 급등으로 김장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장 물가 안정에도 농가와 가계의 서로 다른 고민이 자리한 셈이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546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하락했다. 무도 1개당 2251원으로 7.5% 내..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가기관`… 종사자 주거 안정 대책은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가기관'… 종사자 주거 안정 대책은

중앙행정기관의 대규모 이전을 앞둔 세종시에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성공적이고 원활한 이전을 끝마치기 위해선 이전 기관 종사자들의 정주여건 안정화가 필요충분조건이란 판단에서다. 당장 내년 2000여 세대의 임대주택을 비롯해 3년간 1만 세대의 입주가 가시화된 상태인데, 공급 물량을 더욱 확대하고 인허가 기간 단축 등 주택 수급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20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내년 중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비롯한 27개 중앙행정기관, 종사자 기준 30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세종으로 자..

은행서 잠자는 계좌 3억 4000만개... 장기 미거래 계좌 해마다 `급증`
은행서 잠자는 계좌 3억 4000만개... 장기 미거래 계좌 해마다 '급증'

금융권에서 장기간 거래가 없거나 휴면 상태인 '잠자는 계좌'가 3억 400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숨은 금융자산을 찾아주고 있지만, 장기 미거래 계좌 등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장기 미거래·미청구 계좌와 휴면금융자산 계좌는 총 3억 4191만 개로 나타났다. 2021년 말(2억 6440만개)보다 7751만개(29.3%) 증가했다. 장기 미거래 계좌는 통상 3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를 의미한다. 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 가을비에 바빠진 발걸음 가을비에 바빠진 발걸음

  •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