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유상철 감독을 기억하며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유상철 감독을 기억하며

  • 승인 2019-12-08 23:30
  • 신문게재 2019-12-09 22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금기자
말춤요? 잔류가 확정되면 선수들과 함께 관중들과 함께 보여줄 용의는 있습니다. 7년 전 유상철 대전시티즌 감독이 강원과의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강등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던 대전은 이날 강원을 5-3으로 제압하고 1부 리그 잔류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전은 당해 시즌 잔류에 성공했지만 유 감독의 말춤은 볼 수 없었다. 대전은 유 감독과 계약 만료를 선언했다.

유상철 감독과 대전의 인연은 불과 1년 7개월에 불과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 감독은 대전에 적지 않은 족적을 남겼다. 승부 조작 파문으로 침몰 위기에 처했던 대전은 춘천기계공고 감독으로 있던 유 감독을 6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프로팀 지도 경력이 없는 고교팀 감독의 선임은 매우 파격적인 인사였다. 기대보다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승부 조작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으로 무마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유 감독은 감독 선임 후 이틀 만에 선수단 훈련에 참여했다. 취임식 당일 간단한 상견례를 해왔던 관행에서 벗어나 선수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패스 게임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 이름부터 외우는 것이 먼저'라며 취임 소감을 밝힌 유 감독은 초보 감독답지 않은 과감한 전술 변화를 시도하며 팀을 빠르게 추슬러나갔다.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젊은 감독은 특유의 '형님 리더십'으로 슬럼프에 빠져있던 선수들을 하나둘 일으켰고 결국 대전을 리그 첫 강등의 수렁에서 건져냈다.

감독 2년 차 시즌에는 맏형 최은성이 팀을 떠나는 시련을 겪었으나. 외국인 선수 케빈을 비롯해 정경호, 김형범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을 중용해 팀 전력을 보강했고 김병석, 이웅희 등 숨어 있던 보석을 발굴하기도 했다. 대전은 2012시즌에서 13위를 고수하며 자력으로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했으나 유 감독과의 인연은 거기서 끝이었다. 대전은 유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승강제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력한 지도력과 풍부한 경험이 있는 지도자가 절실했다"는 것이 대전의 입장이었다. 사실상 경질에 가까운 조치였으나 유 감독은 "대전에서의 경험이 지도자로서 큰 도움이 됐다. 나는 경질된 것이 아니라 계약 만료다"라는 말을 남기며 대전을 떠났다.

1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으나 유 감독은 난파선이나 다름없었던 시티즌 호를 재건했고 K리그 지도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용기와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직은 젊은 감독이다. 가능성을 보여줄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팬들에게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유 감독이 다시 건강을 회복하고 대전과의 맞대결을 펼치게 될 그 날을 기대해본다.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동물원 '늑구' 생포 직전 포위망 달아나… "건강·은신구역 확인, 포획 가능성↑"
  2. 기자 눈에도 보였던 늑구 포획 실패한 이유는?
  3. 내달 통합 찬반 투표 앞두고 충남대-공주대 긴장 고조… 학생들 "의견수렴 부족"
  4. 제1회 부여국제히스토리영화제 개봉박두
  5. 5차 특구육성 종합계획서 빠진 공동관리아파트 활용… 추진 탄력 아쉬움
  1. 안전공업 화재수신기 직접 껐다는 직원 진술 나와… 대화동공장 인화성 위험물 허가보다 2배 보관
  2. '대전 도심 첫 폐교' 성천초 학교복합시설 공모 선정
  3. 아산시, 공설 장사시설 대폭 확충
  4. "빠듯하고 위태롭다" 행정수도법 또 논의 무산…표류 우려 가중
  5. 대전환경운동연합 "드러난 에너지 취약성… 대중교통 무료화 검토해야"

헤드라인 뉴스


與 충남지사 경선 박수현 승리…국힘 김태흠과 빅뱅

與 충남지사 경선 박수현 승리…국힘 김태흠과 빅뱅

6·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경선에서 재선 박수현 의원(공주부여청양)이 15일 승리했다.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후보별 득표율은 당규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이로써 본선에 진출한 박 의원은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김태흠 현 지사와 맞붙게 됐다. 박 의원의 본선행은 높은 인지도와 과감한 승부수, 자치분권 등 정책 행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는 1차 경선에서 민선 7기 충남시정을 이끈 양승조 전 지사와 3선 기초단체장 출신인 나소열 전 서천군수와 겨뤄 양 전 지사와 함께 결..

대전 중구 문창2동 우편취급국 인근 MZ세대 `핫플레이스`로 주목
대전 중구 문창2동 우편취급국 인근 MZ세대 '핫플레이스'로 주목

대전 주요 상권이 MZ세대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태어난 MZ세대들은 가치 소비와 경험 소비, SNS를 통한 정보 공유에 관심이 많은 세대를 뜻한다. 대전 주요 골목이 이들에게 선택받으며 상권의 신흥강자로 떠오른다. MZ세대 발길이 닿는다는 건 이들이 30·40대가 됐을 때 추억의 장소이자 단골 식당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 만큼 시장에선 노른자로 불린다. 15일 소상공인 365 빅데이터가 추려낸 대전 MZ세대 핫플레이스는 '대전 문창2동 우편취급국' 인근이다. 중구 문창동에 위치한 해당..

"내가 농기센터 직원인데"…농자재 업체, 공무원 사칭 피해 속출
"내가 농기센터 직원인데"…농자재 업체, 공무원 사칭 피해 속출

<속보>=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공무원 사칭 사기가 세종지역 농자재·농기계 업체들을 덮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세종시농업기술센터 소속 공무원을 사칭해 납품을 유도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데, 실제 수천만 원대의 피해로 이어진 경우도 확인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5일 센터 등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사이 센터 소속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지역 종묘·농약사와 농기계 대리점 등 업주에게 접근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날 기준 최소 5건이 확인됐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조치원읍에서 농자재를 판매하고 있는 A 씨는 지난 7..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