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보] 40년 동안 쓰던 마을 길 막고, "땅 안 팔리니 축사 정리해라"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독자제보] 40년 동안 쓰던 마을 길 막고, "땅 안 팔리니 축사 정리해라"

명절 대목 앞두고 펜스로 통행료 가로막아
'축사 철거하면 열어준다'며 무리한 요구
경찰 "소환 조사 마친 후, 검찰 송치 예정"

  • 승인 2020-01-21 16:28
  • 신문게재 2020-01-22 5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철재펜스
현재 논란의 마을 길은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정도다.
시골 마을길로 사용하던 도로를 사유지라는 이유로 철제 펜스를 설치하면서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축사로 드나드는 길을 막아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이에 피해자가 형사 고소를 했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 산직동의 한 마을에서 소 축사를 운영하는 강모(71) 씨는 명절 대목을 앞두고 소를 출하하지 못해 근심이 깊어졌다. 자신의 집과 축사로 통하는 유일한 길을 김모(46) 씨가 철제 펜스를 설치해 차량 통행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강 씨에 따르면, 자신은 70년 넘게 일평생을 이 동네에서 살았지만, 동네에 살지도 않는 외지인이 들어와 땅을 사서 의도적으로 축사 운영을 방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씨는 "옆집에 살던 사람의 아들이 와서 땅을 처분하려 하는데 축사 때문에 팔리지 않는다며 40년 넘게 자식들 키우며 생계를 유지한 축사를 하루아침에 없애라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26일에 집과 축사로 올라오는 마을의 유일한 길을 막고, 현재는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정도만 열어 둔 상태"라며 "명절 대목을 앞두고 소 출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돼 생계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넘어온 일부
강 씨의 땅으로 넘어온 김 씨 집의 일부.
강 씨는 해당 통행로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땅을 조금씩 양보해 조성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 (내가) 통장이었기 때문에 갓 시작한 축사에서 소를 팔아가며 길 트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했는데, 오히려 이런 일을 당하니 너무 억울하다"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철제 펜스 옆 좁은 길로 손수레를 이용해 소 사료를 옮기다가 넘어져 크게 다치기도 했다는 게 강 씨의 설명이다.

강 씨는 "내 땅으로 옆집 건물이 넘어온 부분도 있다"라며 "그 땅은 그냥 사용하게 해줬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문자111
강 씨는 김 씨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김 씨는 "축사 철거 없이는 길을 다시 터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 잘라 말했다.

김 씨는 "길을 터달라고 합의를 하는 게 아니고,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녀 당황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며 "그쪽에서(강 씨가) 어떻게 타협점을 내놓을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길부터 터달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또 "예전부터 길이 나 있는 땅 부지와 (강 씨의) 밭 일부를 교환하려 했으나, (강 씨가)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했다"라며 "철근 구조물로 길을 막기 전에도 대화를 시도해봤으나, 독단적 결정으로 처리하는 사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강 씨가 김 씨를 형사 고소해 수사 진행 중이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수사 중인 경찰서 관계자는 "고소장 접수 후 피고소인(김씨) 소환 조사를 마쳐 구정 전에 검찰 송치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2019년 11월 주변 마을에서는 비슷한 사례로 한 주민이 막아버린 길로 다른 주민이 다친 후 신고해 119구급대원이 출동했으나, 응급조치가 늦어져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이현제 기자 guswp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후원물품 전달식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