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백제의 흔적, 금강벨트를 누비며
순창으로 귀농해서 5년차를 맞이했다. 그동안 정착에 힘을 쏟느라 주변 지역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귀농귀촌인 중에는 이런 분이 있다. 삶의 여유를 부리려고 시골에 왔는데 뭔 일인지 시계바늘이 더 빠르게 돌아간다고. 집짓고, 농사짓고, 마을행사까지 쫓아다니며 바쁘게 사신다. 나도 이런 부류에 속하는데, 여기에 귀농귀촌인을 도우며 밥벌이도 하다 보니 입에서 단내가 날 때가 있다. 그런 와중에 작년에는 '리야드 연가'로 5년 만에 새로운 소설책을 냈다. 글농사를 짓겠다는 마음으로 시골에 왔는데 오랫만에 책을 내다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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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귀농 전까지 신라문화권인 부산에서 살았다. 신라의 고도인 경주는 학생들에게 단골 수학 여행지였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통일신라시대 이후, 백제문화권은 역사에서 사라지다시피해 나에겐 관심 밖의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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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이 더해져 금강 물줄기를 따라 백제역사의 전성기라는 사비부여와 웅진공주를 차례로 방문했다. 백제는 사실 멸망한 왕국이라 유적이나 유물은 무덤에 감춰져있다 나온 것이 대부분이다. 지상에 온전히 남아있는 것이 없다. 국립공주박물관에 들렀을 때, 제25대 무령왕의 무덤에서 나온 유물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신라문화권의 유적과 유물들이 웅장한 자태로 남아있는 것과 비교되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계와 교류하며 이 세련된 문화를 단련한 소통의 문화강국 백제, 이 나라는 700여 년의 역사를 남기고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는 백제의 기록이 일부 남아있지만, 철저히 통일신라라는 승자의 관점으로 기술된 역사서임에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백제는 그저 삼국 사이에서 지리멸렬한 왕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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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나라'라는 나라를 온전히 완성하는 길이다. 대륙을 호령한 고구려의 기상, 삼국통일을 꿈꾸고 이룬 신라의 의지, 문화강국 백제의 숨결이 하나가 될 때, 우리는 '우리나라'라고 온전히 부를 수 있다. 또한 그 밈이 우리 마음속에서 하나 될 때, 전라도와 경상도, 좌파와 우파, 남과 북으로 분열된 한국인의 마음이 교류와 소통의 문화로 하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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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나라는 어디에 있습니까
by 김재석
대왕이시여
우리의 나라는 어디에 있습니까
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상과
삼국통일을 염원했던 신라의 의지와
섬세하고 화려한 문화 강국 백제의 숨결이
하나 된
우리의 나라는 어디에 있습니까
대왕이시여
사신도가 그려진 강서대묘 널방에 앉아 고요를 지켜봅니다
첨성대 지붕에 올라 별을 헤아려봅니다
한 뜸 한 뜸 금동대향로를 다듬으며 아름다운 향기를 피워봅니다
이상향을 피워 올리는
우리의 나라는 어디에 있습니까
대왕이시여
남과 북이 60여 년 분단의 철망에 막혀 있고
동과 서는 깊은 지역감정의 골에 파묻혀있는데
이제는 세대와 세대끼리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건너올 수 없는 강을 건너가려 합니다
그 강 너머엔
분열과 미움만이 있습니다
그 나라는 우리의 나라가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부디
잠들어 있는 '밈'을 깨우소서
소통과 교류로 하나 된
'대한(大韓)'이라 부르는 우리의 나라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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