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망양보뢰(亡羊補牢)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망양보뢰(亡羊補牢)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0-02-2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온 나라가 거의 마비 상태다. 그러함에도 마스크 착용이나 출입 자제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니, 무력감에 자조(自嘲)하게 된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인간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것에 쩔쩔매는 황당한 형국이다.

비가 줄기차게 내리던 지난 25일 TV 녹화가 있었다. 모든 행사와 모임이 취소된 상황이다, 사람 모이는 곳에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라고 다를 바 있겠는가? 방송국 측이야 예고된 일정이라 녹화하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출연자들은 동요하지 않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많은 설왕설래가 있은 다음에야 녹화 강행이 결정된 것으로 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에 마음도 젖는다. 바이러스도 싹 씻겨 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램을 되뇌며 길을 나선다. 차량 이동은 여전하나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어쩌다 지나는 사람조차 외면이다. 음습하고 암울하다.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잘하는 것일까? 감염, 아무리 조심해도 부족함이 없는 일이다. 누가 감염되고 싶어서 감염되는가? 이렇게 녹화장에 나가는 것도 논리에 반하는 일 아닌가? 스스로 차단하는 방법이 최선 아닌가? 다른 사람이라도 자유롭게, 미심쩍은 사람 스스로 차단에 힘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위험에 노출, 그마저 알 수 없는 실정이 되어버린 어려운 상황이다.

집단이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 질병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파 경로를 효율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접촉으로 감염되는 것이니, 의학 지식이 전무 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질병관리본부조차 초기부터 "근원을 봉쇄해야 한다." 했다. 정부의 깊은 속내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차단하지 않았다. 전문가 집단인 대한의사협회의 24일 성명에 의하면 "골든타임을 놓쳤지만 이제라도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즉시 시행해야 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한 달 전인 지난 1월 26일부터 감염원의 차단을 위해 중국발 입국자들의 입국 금지 조치가 필요함을 무려 6차례나 강력히 권고했습니다."라 하고 있다. 상호주의 운운하며 아직도 하지 않고 있다.

단세포적으로 국정을 운영해서야 되겠는가? 중요한 것을 빠뜨리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우리가 차단하지 않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무방비상태의 한국에 대한 출입국 통제를 다른 국가들이 하고 나섰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에 그치지 않고, 우리를 조롱하기까지 한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14일간 격리할 것을 제안한다"거나, "한국의 전염병이 역유입되는 것을 엄격하게 막아야 한다.", "한국과의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지 않는 상황에서, 양국의 항공 왕래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자부심이 큰 민족이라 중국의 이러한 조처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고 하지를 않나, "한국은 사태가 가장 심각한 나라"라며 "우한 코로나 확산을 막고 싶으면 더욱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훈수까지 한다. 중국 환구시보 총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의 말이었다. 이제 중국에서까지 한국발 여행객에 대한 격리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대처하기가 진퇴양난인듯하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이다. 다 아는 중국 전국시대 이야기 하나 들춰보자. 양을 키우는 목장이 있었다. 우리가 무너져 양 한 마리가 도망쳤다. 어쩌다 있는 일이려니 하고 그냥 넘어갔다. 다음 날 한 마리가 또 사라졌다. 안 되겠다 싶어 우리를 고쳤다. 남은 양을 보전할 수 있었다. 망양보뢰(亡羊補牢)라 한다.

우리 속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亡牛補牢)"는 헛수고라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실패한 뒤에 뉘우쳐봐야 소용없는 일, 고친다고 소가 돌아오랴, 소득이 있으랴,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더러는 첨언과 함께 큰 것을 잃기 전에 준비를 잘하라는 교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망양보뢰는 후자의 의미로 사용된다. 실패의 원인을 찾아 보완해서 더 이상의 실패를 막으라는 뜻이다. 출전에 의하면 "양을 잃은 후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亡羊而補牢, 未爲遲也.)"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과 다르다.

바이러스 문제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국가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다. 그야말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책임 소재나 정치적 유불리가 문제 될 수 없다. 말장난이나 하고 수수방관(袖手傍觀)할 일이 아니다. 내용물 없이 포장만 호화롭게 하거나 호도한다고 해결될 일인가? 진정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 한마음으로 난국을 타개해야 할 시점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기부 이어 국정자원마저?… 대전, 또 ‘기관 이탈’ 위기감
  2. 연이틀 대전 도심서 흉기 난동 발생… 대사동서 60대 체포
  3. 광복 81주년 앞두고 대전서 5번째 황국신민서사비 확인
  4. 대학혁신 재원 줄었지만… 한남대 사업비 23.6% 늘었다
  5. 시민 성금으로 세운 '대전 을유해방기념비', 대전시 등록문화유산 됐다
  1. 세종 아파트 전세가 대폭 하락
  2. 광복절 앞두고 대전 폭주족 집중단속… 싸이카·암행차 집중 배치
  3. 경산시, 경산갓바위소원성취축제 추진계획 심의
  4. 남서울대, 여름철 시설원예 고온 극복 위한 '온실 냉방 패키지 기술' 현장평가회 개최
  5. '마약퇴치 지자체 사업은 후순위?' 마약퇴치운동본부 위수탁계약 '논란'

헤드라인 뉴스


중기부 이어 국정자원마저?… 대전, 또 ‘기관 이탈’ 위기감

중기부 이어 국정자원마저?… 대전, 또 ‘기관 이탈’ 위기감

지난해 화재가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본원에 대해 정부가 이전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전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30년까지 대전 본원이 폐쇄 수순을 밟으며 대체부지 검토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최근 세종시가 정부에 유치 의사를 밝히면서다. 이미 대전은 민선 7기 당시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 등 기관 이탈을 경험해 국정자원마저 타 지역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은 즉각 대응하며 대전 내 이전·잔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14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전날에 열린 민선 9기..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 가능할까. 앞서 범국민적 연대 조직이 닻을 올린 데 이어 전국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법안 제정을 실현할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의 협력과 전국 시·도지사들의 지지를 발판삼아 본격 법제화 행보에 돌입한 가운데,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이란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14일 서울에서 열린 제61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위한 전국적 지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조 시장은 "올해는 20여..

충남대·공주대 통합대학 명칭 ‘충남대’로… 법적 대표주소 대전
충남대·공주대 통합대학 명칭 ‘충남대’로… 법적 대표주소 대전

통합을 추진중에 있는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통합대학 밑그림이 구체화 됐다. 통합대학은 '충남대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법적 대표주소는 대전으로 정하되, 대전과 공주에 통합본부를 두고 캠퍼스별 특성에 따라 주요 행정기능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양 대학은 14일 세종공동캠퍼스 학술문화지원센터에서 양교 총장과 통합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동안의 통합 추진 경과와 주요 쟁점에 대한 협의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이번 조정안에 따라 통합대학의 교명은 충남대학교로, 법적 대표주소는 대전으로 정해졌다. 통합본부는 대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된 보령시 오천항 일대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된 보령시 오천항 일대

  •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