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나는 1년 동안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였을까?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나는 1년 동안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였을까?

정미진(세종 감성초 교사)

  • 승인 2017-12-11 11:07
  • 수정 2017-12-11 14:00
  • 신문게재 2017-12-12 22면
  • 정미진(세종 감성초 교사)정미진(세종 감성초 교사)
정미진 증명사진
정미진(감성초 교사)
"선생님~ 오늘 3교시 수업은 뭐에요?",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코끼리 선생님!"

매일매일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다.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점심먹는 시간에도, 심지어 방과후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직전까지 아이들과 함께 한다. 그 생활이 참 낯설고 어색했는데 이제 한 달여 후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끝나간다.

발령을 받고 3년만에 첫 담임을 맡았다. 3년 내리 영어 전담이었기 때문에 아이들과의 관계도, 학부모와의 관계도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다. 내가 맡은 과목만 잘 가르치면 되고,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담임을 맡고 보니 이게 웬걸, 신세계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듯, 우리 반도 8명밖에 안되는데 모두 다르다. 생김새도 말투도, 좋아하는 것들, 매일의 상태와 기분들도. 전담이었을 때에는 아이들이 얼마나 잘 배우는지, 학습적인 측면에 많이 신경 썼다면, 담임은 말 그대로 '엄마'가 된 기분이다. "쓰레기를 버릴 때는 꼭 눌러서 버려라.", "책상은 꼭 치우고 뒷 정리를 제대로 해라.", "멍때리지 말고 수업에 집중해라." 등등. 내가 엄마나 선생님께 들었던 아주 사소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말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또 아이들과, 학부모와의 관계도 참 신경이 쓰인다. 복잡하고 예민한 6학년 사춘기 여학생들 간의 관계(중간에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는), 말을 하면 그냥 잔소리로만 취급하는 아이와의 관계(내가 먼저 폭발해버린다.), 계속 보아도 너무나도 어렵고 불편한 학부모와의 관계 등등 잘해보려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신규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실수연발에 매일매일이 좌절과 회복의 연속이다.

초등학교 때 기억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많이 남는다는데,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때 친구들은 기억이 잘 안나도 선생님은 기억이 나던데 아이들에게 나쁜 선생님으로 기억되진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대학교 다녔을 때에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배웠고 "아이들은 교사가 한 만큼 따라온다."라고 들었다.



1년을 되돌아보며,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였을까? 잔소리만 하는 교사?, 일 핑계로 아이들 마음을 잘 읽어주지 못했던 교사?,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만 하는 교사? 아이들에게 훗날 좋은 기억으로 남기위해, 적어도 나쁜 기억으로는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졸업식 때 "아, 그래도 행복했던 일 년이었어. 우리 선생님 그래도 좋은 선생님이었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한 달과 조금의 날이 더 남은 이 시점에서 헤이해진 내 마음과 아이들을 더 사랑하지 못하는 내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괜찮은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미진 (감성초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0시 축제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여기부터 오세요!
  2. 한기대 학생들, 독일 고용서비스 정책 현장을 누비다
  3.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BTL사업' 커지는 잡음
  4. 백석문화대, 조기취업형계약학과 학위수여식
  5. 천안법원, 리스차량 임의로 담보 제공한 40대 남성 '징역 6월'
  1. 상명대,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신설...전액 장학금 지원
  2. 소진공, 대전 7개 공공기관 협의체 청렴한빛네트워크와 결의대회
  3. 천안교육지원청, 교직원 건강증진 등 복지 향상 위한 업무협약 체결
  4. 대전글로벌게임센터, 인디 게임 생태계 확장을 위한 입주기업 모집
  5. "눈과 귀를 즐겁게"… 0시 축제 다양한 공연.볼거리 풍성

헤드라인 뉴스


대전 0시 축제 화려한 개막… 9일간 대장정 돌입

대전 0시 축제 화려한 개막… 9일간 대장정 돌입

대전 여름 축제인 '0시 축제'가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대전역부터 옛 충남도청사 구간 중앙로 1KM 구간에서 8일을 시작으로 16일까지 9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8일 개막식은 화려한 공연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먼저 공군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로 개막을 알린다. '잠들지 않는 대전, 꺼지지 않는 재미'를 캐치프레이즈로, 대전의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시간여행 테마 축제로 구성했다. 중앙로 행사장 전 구간을 돌며 대규모 개막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다양한 공연이 진행되며 축제의 열기를 올린다. 대전시는 올해 세번 째로 열리는 0시..

"눈과 귀를 즐겁게"… 0시 축제 다양한 공연.볼거리 풍성
"눈과 귀를 즐겁게"… 0시 축제 다양한 공연.볼거리 풍성

올해로 3회를 맞는 대전 0시 축제가 개막하면서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다양한 공연과 볼거리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더위를 잠시 잊고 다 함께 즐기고 행복을 나눌 수 있도록 축제 곳곳에는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여러 장르의 공연들이 펼쳐진다. 한국의 멋을 느낄 국악부터 청년들의 목소리 등 여름 하늘을 가득 채우면서 2025년 여름을 더 뜨겁게 할 예정이다. 0시 축제 기간 어떤 공연을 즐길 지 함께 만나본다. <편집자 주> ▲대전의 야간 명소를 찾아 대전관광공사는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대전 0시축제'..

충청권 상장법인 시총, 한 달 새 11조 5727억 원 급등
충청권 상장법인 시총, 한 달 새 11조 5727억 원 급등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이 7월 한 달 동안 11조 5727억 원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알테오젠, 펩트론, 리가켐바이오 등 지역 내 코스닥 시총 상위 바이오 기업들의 상승세가 돋보인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7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7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51조 9328억 원으로 전월(140조 3601억 원) 대비 8.2% 증가했다. 이중 대전·세종·충남 기업의 시총은 전월보다 8조 8942억 원(8.9%) 오른 100조 8422억 원에 도달했다. 같은 시기 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북적이는 워터파크와 한산한 도심 북적이는 워터파크와 한산한 도심

  • 노인들의 위험한 무단횡단 노인들의 위험한 무단횡단

  •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

  • 교제 범죄 발생한 대전 찾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교제 범죄 발생한 대전 찾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