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53. 아내를 찾지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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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53. 아내를 찾지 않았더라면

불가근불가원의 철학을 논하자면

  • 승인 2018-06-2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김수영
김수영 시인/민음사 제공
시인 김수영(金洙暎 : 1921-1968)은 서울 출생으로 지주였던 아버지 김태욱(金泰旭)과 어머니 안형순(安亨順)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1941년 선린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가서 도쿄상과대학 전문부에 입학하였다.

1943년 일제의 징집을 피해 귀국하여, 1944년 가족과 함께 만주 길림성(吉林省)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교원생활과 연극운동을 하였다. 광복 후 연희전문학교 영문과 4년에 편입하였으나 중퇴하였다.

북한의 남침으로 미처 피난하지 못한 그는 북한군에 징집되었다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되었다. 그 뒤 미군통역생활도 하고 평화신문사 문화부차장 등 여러 직장을 전전하였으나, 1956년 이후부터는 시작과 번역에만 전념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그의 작품 활동은 1945년 문예지 『예술부락(藝術部落)』에 시「묘정(廟庭)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뒤 김경린(金璟麟)·박인환(朴寅煥)·임호권(林虎權)·양병식(梁炳植) 등과 함께 합동시집『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1949)을 간행하여 모더니스트로 각광을 받았다.

이때의 시들은 「공자의 생활난」(1945)·「가까이할 수 없는 서적」(1947)·「아메리카타임지」(1947)·「웃음」(1948)·「이[?]」(1947)·「토끼」(1949) 등이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는 모더니스트들이 지닌 관념적 생경성을 벗어나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겪어야 했던 지적 방황과 번민을 풍자적이며 지적인 언어로 시화하였다.

1959년에 간행된 『달나라의 장난』은 이 시기의 시적 성과를 수록한 첫 개인시집이다. 수록된 대표적 작품들은「달나라의 장난」(1953)·「헬리콥터」(1955)·「병풍」(1956)·「눈」(1957)·「폭포」(1957)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현실의 억압과 좌절 속에서 일어서고자 하였던 1960년대의 대표적인 시인의 한 사람이며 현실참여의 생경하지 않은 목소리를 보여줌으로써 1970년대는 물론 1980년대까지 강력한 영향을 미친 시인이라 할 수 있다.

1958년 제1회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사후 출판된 시집으로는 『거대한 뿌리』(1974)·『달의 행로를 밟을지라도』(1976)와 산문집『시여, 침을 뱉어라』(1975)·『퓨리턴의 초상』등이 있다.

이상은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대충 찾아본 김수영의 일대기(一代記)다. 자유와 저항의 시인으로도 평가되는 김수영을 논하자면 그의 아내를 빠뜨릴 수 없다.

현존하는 김수영 시인의 아내 김현경 씨는 '향수'의 정지용 시인에게 시를 배우고 일본 문학과 프랑스 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문학소녀였다고 한다. 김수영 시인과는 시 선생과 제자로 만나 1950년에 결혼했다.

김수영은 시를 완성하면 꼭 먼저 김 씨에게 보였다고 하는데 따라서 그에게 있어 아내는 첫 독자이자 비평가였던 셈이다. 그러다 6.25 한국전쟁이 터졌다. 김 씨가 임신 중일 때였다.

미처 서울을 떠나지 못했던 김수영은 인민군에 징집됐다 목숨을 걸고 탈출했다. 그리고 남쪽 경찰에 잡혀 거제 포로수용소에 갇혔다. 포로수용소를 나온 김수영은 아내 김 씨를 찾았으나 그녀는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리고 있었다.

생사와 행방을 몰랐기에 김수영의 친구와 살았다는 그녀를 찾아간 김수영은 다시 돌아오라고 한다. 처음에는 돌아가자는 김수영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결국 다시 서울에서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이때부터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간극과 괴리가 발생한다. 김수영의 시에는 유독 아내를 때리거나 비하하는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이는 자신의 친구와 살았던 아내에 대한 배신감에서 태동한 애증(愛憎)의 표출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음의 글 '罪와 罰'이 그 증거다.

"남에게 犧牲을 당할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殺人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놈이 울었고 비오는 거리에는 四十명 가량의 醉客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犯行의 現場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現場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지우산(紙雨傘)은 대오리로 만든 살에 기름 먹인 종이를 발라 만든 우산이다. 과거 소년가장 시절 우산장사를 해봐서 아는데 지우산은 상당히 고가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그렇지 자신의 아내를 고작 우산에 비유하다니

아무튼 우산을 버리고 온 것에 더욱 아쉬움을 드러낸 것은 그만큼 아내를 미워했다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김수영은 선린상고 재학 시절 영어 실력도 유창했다고 한다. 한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린상고 동기이자 선배 정도가 되는, 따라서 친구일 수도 있을 만큼 절친했던 이종구와 살았던 아내를 그는 미워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래서 무려 10년 동안이나 아내를 때렸고 그 구타의 마지막 날에 쓴 글이 바로 '죄와 벌'이라는 대목에 이르면 미움의 무서움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그래서 말인데 만약에 김수영이 포로수용소에서 나온 뒤 아내를 찾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그토록 사무치게 그리웠기에 찾은 건 어쩔 수 없었다손 치자. 그렇더라도 친구와 살고 있는 여자를 다시 집으로 들인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으로선 감히 '저지를 수' 없는 기행(奇行)이었다고도 보인다.

요즘 여자들은 그 누구라도 남편에게 맞고 살지 않는다. 오히려 남편이 아내에게 매를 맞고 사는 세상이다. 그래서 말인데 김수영 시인의 아내 김현경 씨에겐 미안한 표현이지만 애당초 김수영에게 돌아가지 말았던가, 아니면 자신을 향한 남편의 폭력이 상습적이라는 걸 인지한 순간에 미련 없이 그를 떠났더라면 어땠을까!

6월 24일 전남 강진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여고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8일 만에 발견돼 경찰이 시신을 수습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 여고생은 지난 16일 오후 친구에게 문자를 남긴 뒤 연락이 두절됐었다고 했다.

아버지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다는 메시지를 친구에게 남기고 집을 나간 뒤 실종되었대서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한편 여고생에게 알바 자리를 알아봐 주겠다던 아버지 친구는 여고생의 어머니가 자신의 집을 찾아오자 뒷문을 열고 밖으로 달아났으며 7시간 후엔 집에서 1㎞ 정도 떨어진 공사 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아버지 친구가 여학생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앞으로의 유행어는 '아버지 친구를 조심하라'가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부분에서 또 다시 거론되는 게 '불가근불가원'의 철학(?)이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은 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음을 뜻하는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일정한 간격을 둬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과거엔 문경지교(刎頸之交)의 친구였을망정 동업을 하다가 금이 가서 아예 원수가 된 사람도 많이 봤다. 별로 좋지 않은 우울한 글이었음에 '반성' 차원에서 평소 좋아하는 이채 시인의 시집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에 수록된 '이런 세상이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을 첨언하면서 마치고자 한다.

- "날마다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의 물결로 메마른 가슴을 뭉클하게 할 때 우리들의 삶도 기쁨이 충만할 것입니다. (전략) 자식을 사랑하고 부모를 공경하는 세상이었으면, 하여 자식을 버리는 부모가 없고 부모를 버리는 자식이 없었으면……." -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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