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 사회적 병리와 원인 규명

  • 오피니언
  • 중도칼럼

[중도칼럼] 사회적 병리와 원인 규명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8-12-05 09:51
  • 신문게재 2018-12-06 22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손종학 01086489915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결과가 있으면, 그것이 좋든 나쁘든 초래된 원인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원인을 분석하여 대비책을 세워두면 나쁜 결과의 재발을 피할 수 있고, 좋은 결과는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만들어 계속 더 좋은 결과를 도출시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조직이든 발전을 위하여 일정한 결과나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기 위하여 애쓰고, 그 원인을 분석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낸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원인 오인으로 인한 부작용을 심심치 않게 겪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충남대학교 법률센터에서 '인공지능과 법'이라는 주제로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강의를 듣는 행사를 마련하였다. 그중 특강 교수 한 분이 인공지능의 문제점 내지는 한계의 하나로, 인과관계(causality)의 오류 가능성을 들었다. 인공지능을 통하여 우리 인간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 인공지능의 판단에 있어서의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이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면 결론이나 현상 발생의 원인 인자를 잘못 찾아내고, 이로 인하여 정확한 원인 분석에 실패하게 되며, 종국에는 잘못된 분석에 따른 그른 처방이 나오게 된다는 요지이었다.



그러면서 쉬운 예로 진폐증을 들었다. 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흡수되면 대부분의 먼지는 기관지의 섬모운동으로 밖으로 배출되지만, 일부 먼지는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폐 내에 축적되어 염증이 발생하고, 지속적인 염증 반응에 의해 섬유화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폐의 조직반응을 진폐증이라고 한다고 한다. 그런데 진폐증 환자의 경우 감기 환자에 의한 진폐증 발병비율과 천식 환자의 진폐증 발병비율을 통계로 살펴보면, 일반의 상식과는 달리 천식 환자에서의 발병비율보다 감기 환자의 발병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경우, 피상적으로만 원인을 분석하면, 진폐증의 경우 감기 환자가 천식 환자에 비하여 진폐증으로의 병세 악화에 덜 취약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즉 천식 환자의 경우 환자 스스로 감기 환자에 비해 더욱 조심함은 물론 의료진도 감기 환자처럼 별 문제 없다고 하면서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중환자실 등에서 더욱 집중적으로 고도의 치료를 가하기 때문에 악화로 인한 진폐증 발병비율이 낮은 것일 뿐 결코 감기 환자가 진폐증으로의 악화에 강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은 원인 분석을 잘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법의 세계에서도 인과관계나 책임이론이라는 법리로 종종 일어난다. 차로를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인도로 돌진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차도를 벗어나 인도로 돌진한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는 것으로 보고, 그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사회 상식만으로도 큰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당해 차량이 제3의 차량에 의하여 추돌되면서 인도로 밀려들어간 경우나, 제3 차량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인도로 진입한 경우라면 법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 다툼장인 소송에서도 결과에 대한 원인 내지는 책임 규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이를 잘못하면 소위 '오판'이 된다.

원인을 잘못 찾아내거나 엉뚱하게 분석하면 문제나 병리현상이 더욱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해결에 이르지 못하게 됨은 물론 나아가서는 더욱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원인 분석의 중요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순수함이 통하는 세계인 자연과학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이기심과 불완전성이 지배하는 사회과학의 영역에 이르러서는 고의나 과실에 기한 원인 분석의 왜곡 위험성이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 사회는 나름 많은 장점을 갖춘 선진화 사회이지만 다른 한편 크고 작은 사회적 병리현상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 병리적 현상을 치유하지 않고는 우리는 더 나은 사회로의 진입을 꿈꿀 수 없기에 모든 구성원의 노력은 이 병리현상의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노력에 앞서 더 크게 주의할 것이 있다. '지금 우리는 원인을 정확히 찾기 위하여 깨끗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혹여 능력 부족으로, 아니면 직역, 세대, 성별, 노소, 지역, 경제적 계층의 이익을 앞세운 이기심과 진영논리로 원인 분석을 왜곡하고 있지는 않은가?' 국가와 지역사회의 정책결정권자가, 여론 주도층이 마음에 항상 새길 자세이다. 그것이 공적 영역에 있는 지도자들의 역사적 책무이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합강동 스마트시티, 'L1블록 643세대' 본격 공급
  2. 과기정통부 '출연연 정책방향' 발표… 과기계 "기대와 우려 동시에"
  3. 장철민 "새 충청은 젊은 리더십 필요"… 대전·충남 첫 통합단체장 도전 의지↑
  4. 최저임금 인상에 급여 줄이려 휴게 시간 확대… 경비노동자들 방지 대책 촉구
  5. 한남대 이진아 교수 연구팀, 세계 저명학술지에 논문 게재
  1. 학생들의 헌옷 판매 수익 취약계층 장학금으로…충남대 백마봉사단 눈길
  2. 김태흠 충남지사 "대통령 통합 의지 적극 환영"
  3. 민주평통 동구협의회, '화해.협력의 남북관계' 재정립 논의
  4.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 착수… '수산물 유통 중심으로'
  5. 지역대 육성 위해 라이즈 사업에 팔 걷어부친 대전시…전국 최초 조례 제정

헤드라인 뉴스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 추진으로 급물살을 탄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단체장 출마에 대해 "김태흠 충남지사와 함께 충청의 미래를 위해 역할분담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19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가진 오정 국가시범지구(도시재생 혁신지구) 선정 관련 브리핑에서 대전충남행정통합시장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통합시장을 누가 하고 안 하고는 작은 문제이고, 통합은 유불리를 떠나 충청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출마는) 누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과도 상의할 일이다. 김태흠 충남지사와는 (이..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