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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정문현 교수 |
경제인이 수없이 갑질을 하고, 법을 어기고 횡령해도, 대기업이 횡포를 부리며 중소기업과 하청 업체들을 괴롭혀도 대기업을 없애야 한다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수많은 범죄자를 이용해 사법 청탁 하고 죄를 고무줄 튕기듯 형량을 조절해도, 야합하는 판사와 변호사가 많아도, 교도소에 힘 있는 죄인이 들어오면 옥바라지 뒷돈을 받아 배를 불리는 교도관이 있어도 교도소나 법원을 폐쇄해야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그 유명한 장자연 사건에 수많은 정치인과 법조인, 경제인, 언론인이 연루됐음에도 한 여인의 싸늘한 주검을 비웃듯 수만 건의 증거를 증발시키고 은폐시키는 이들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얼마 전 100주년을 맞이해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치러진 3.1절 기념식을 바라본 필자는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의 민족의식을 짓밟고 총칼로 위협하던 희망 잃은 시대에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휩쓴 '자전차왕' 엄복동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가수 '비'의 주연으로 상영됐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가 인간이 겪을 수 없는 고초를 겪은 곽예남 할머니(94)가 결국 일본의 사과를 못 받고 며칠 전 별세했다.
지난 24년간 국제스포츠대회에서 한국에 참패해 온 일본은 수년 전부터 태릉선수촌을 관찰한 결과, 한국 스포츠가 유독 강한 이유로 국가대표선수촌을 통한 엘리트 선수 집중 지원 시스템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후 일본에 태릉선수촌을 수차례 방문하고 이를 모방한 'JOC내셔널 트레이닝 센터'를 만들어 일본의 국가대표 선수들을 집중 지원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20년간 이겨왔던 일본에 참패했다.
인구절벽을 맞이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최말단의 운동지도자들은 비정규직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선수발굴과 육성에 피를 토하고 있다.
지금의 입시제도 아래에 생활체육을 통해 국가대표 선수를 양성한다는 계획으론 절대로 일본을 이길 수 없다.
장기적으로 수많은 비인기 종목이 도태되고 초·중·고 지도자들이 실업자로 전락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엘리트 선수 소멸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성적지상주의라며 합숙을 철폐한다니 참으로 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답답해 통탄할 지경이다. 합숙을 폐지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일까?
참으로 안일한 답변이다. 얼마든지 예산을 투입해 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고 초일류 선수를 만들기 위한 학습 및 운동지원 시설을 구축할 수 있음에도 그런 대안은 보이질 않고 운동지도자와 선수를 무조건 죄인 취급하는 모양새다.
필자의 증조부는 철원애국단 독립자금 모금책으로 활동하며 가진 전답 다 팔고, 독립자금 모금을 위해 암약하시다 배신자의 밀고로 체포돼 종로경찰서에서 서대전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며 각종 고문은 물론 생손톱을 모두 뽑히는 고문을 당하셨다.
필자의 부친은 국가대표 배구선수로 성장해 1964년 동경올림픽에 출전했고, 한일전이 벌어지면 온몸이 부서져도 승리하겠다는 각오로 선수생활을 하셨다. 운동선수는 비겁한 정치인과 다르다. 운동선수는 애국자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더 높은 기량을 유지하고 더 힘차게 세계를 누빌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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