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 슈퍼컴퓨터계의 빌보드, 톱500 순위의 기원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 칼럼] 슈퍼컴퓨터계의 빌보드, 톱500 순위의 기원

  • 승인 2019-05-09 15:52
  • 신문게재 2019-05-10 2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황순욱 본부장님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매년 6월과 11월에 각각 유럽과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 슈퍼컴퓨팅학회에서 세계에서 제일 빠른 슈퍼컴퓨터 500위까지 순위가 발표된다. 현재, 세계에서 제일 빠른 슈퍼컴퓨터는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서밋(Summit)'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지난 해 11월 개통되어 현재 한창 가동 중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누리온'이 13위, 기상청의 '누리'와 '미리'가 각각 82, 83위, 그리고 국내 공공기관으로서는 기상청에 이어서 세 번째로 기초과학연구원(IBS) '알레프'가 445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매 년 두 번 슈퍼컴퓨터 톱500 순위를 매기는 전통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3년에 시작되었다. 미국 테네시 주립대학의 잭 동가라(Jack Dongara) 교수가 개발한 선형대수를 처리하는 린팩 성능시험을 통해 나온 컴퓨터의 실수연산 능력을 기준으로 순위를 정한다.

공식적인 톱500 순위가 나오기 전에도 슈퍼컴퓨터 현황을 알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1985년부터 1992년까지 맨하임 대학의 한스 모이어 교수는 당시에 학계와 산업계로부터 수집한 데이터에 근거해 슈퍼컴퓨터가 설치된 장소, 대수, 제조사 등에 대한 정보가 있는 소위 "맨하임 슈퍼컴퓨터 리스트"를 발표하였다. 초기의 맨하임 리스트는 당시 크레이, 후지쯔, CDC, NEC, 히타치 5개 제조사에서 제작하는 벡터시스템들의 단순한 목록이었다. 하지만 이들 제조사 뿐 만아니라 IBM 등 다른 업체에서도 만든 벡터시스템들과 대규모 병렬시스템들이 시장에 대거 등장함으로써 맨하임 슈퍼컴퓨터 리스트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은 더 이상 단순하지 않고 복잡해졌다.

다양하고 좀 더 복잡해진 컴퓨팅 환경 변화 속에서 1990년대 초 한스 모이어 교수와 에리히 스트로마이어 박사는 당시 고성능컴퓨팅 시장을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슈퍼컴퓨터 리스트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약 2년여 간의 다양한 조사와 연구 끝에 두 사람은 이론치가 아닌 실제 측정 성능 수치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 최대 몇 대까지 순위를 매기기로 하였다. 이렇게 해서 1993년에 슈퍼컴퓨터 톱500이 탄생되었다. 최대 500대까지만 정한 이유는 1992년 맨하임 리스트에서 정한 당시 슈퍼컴퓨팅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적절한 숫자가 500대였기 때문이다. 순위 매기는 기준으로는 알고리듬이 비교적 단순할 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컴퓨터 상위 500여대까지 별다른 누락 없이 실제 성능 측정치를 구할 수 있었던 린팩 벤치마크가 채택되었다.

컴퓨터의 성능이 기가(10의 9승)에서 테라(10의 12승), 그리고 페타(10의 15승)의 시대를 거치는 지난 25년 동안 슈퍼컴퓨터 톱500 순위는 여전히 린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향후 1~2년 안에 페타의 천배인 엑사급 슈퍼컴퓨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 미국, 중국, 일본의 슈퍼컴퓨팅 경쟁이 치열하다. 다가오는 엑사 시대에는 톱500 성능 순위를 매기는 역사와 전통에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여전히 상위 500대까지만 순위 매김을 할까? 린팩이 아닌 다른 방법이 채택될까?

사실, 1993년 도입된 이래로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린팩 성능 측정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슈퍼컴퓨터의 실제 응용 성능을 더 잘 나타내는 여러 가지 대안들이 제안되었고 지금도 린팩 성능과 병행해서 슈퍼컴퓨터 또 다른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들로써 사용되고 있지만 오늘날에도 톱500 순위는 린팩 성능치 기반이다. 세계에서 제일 빠른 컴퓨터 순위 10 또는 50대가 아닌 500대라는 숫자를 유지하는 한 지난 25년간 그래왔듯이 린팩 벤치마크의 단순성과 확장성, 그리고 이기종의 다양한 컴퓨터 시스템에 쉽게 최적화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린팩에 근거해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컴퓨터 순위를 정하는 '슈퍼컴퓨터 톱500' 역사와 전통은 앞으로도 한 동안은 이어질 것 같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행 '중앙행정기관' 임시 둥지, 2027년 어디로?
  2. 대전 유성국화축제 한창…13만 분 가을꽃 물결
  3. 세종시 대평동 '상가 공실' 전환점 맞나… '라면 페스타'가 온다
  4. 온통대전, 11월부터 월 최대 9만 1000원 캐시백 받는다
  5. 아산시, 용화체육공원 20일부터 임시 개방
  1. [경찰의날] 대전 112상황실 이가현 경장 "저희가 침착해야 신고자도 안심하죠"
  2. 대덕구의회 사퇴 촉구 빗발치지만 주민소환은 '그림의 떡'
  3. 김찬술 대덕구청장 결국 병원행…區의회는 또 원구성 무산
  4. 2026년 육군본부 국정감사
  5.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

헤드라인 뉴스


김장 앞두고 배춧값 내렸지만… 농가도 소비자도 웃지 못한다

김장 앞두고 배춧값 내렸지만… 농가도 소비자도 웃지 못한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 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생산 농가와 소비자 모두 마냥 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민들은 생산비 상승과 농산물 판매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고, 소비자들은 새우젓 등 일부 양념 재료의 가격 급등으로 김장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장 물가 안정에도 농가와 가계의 서로 다른 고민이 자리한 셈이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546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하락했다. 무도 1개당 2251원으로 7.5% 내..

세종 행정수도법 논의 물꼬 트나…28일 회의 개최 유력
세종 행정수도법 논의 물꼬 트나…28일 회의 개최 유력

세종 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다시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내 통과 목표를 관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정감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오는 28일 특별법 논의를 위한 회의 개최가 유력시되면서다. 앞선 13일 중앙행정기관의 2차 이전안이 확정·발표되면서,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안 통과 명분을 더욱 크게 확보한 것도 사실이다. 21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는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개최 일정을 두고 협의를 지속 중이다. 국토위 감사는 23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에 따라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가기관`… 종사자 주거 안정 대책은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가기관'… 종사자 주거 안정 대책은

중앙행정기관의 대규모 이전을 앞둔 세종시에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성공적이고 원활한 이전을 끝마치기 위해선 이전 기관 종사자들의 정주여건 안정화가 필요충분조건이란 판단에서다. 당장 내년 2000여 세대의 임대주택을 비롯해 3년간 1만 세대의 입주가 가시화된 상태인데, 공급 물량을 더욱 확대하고 인허가 기간 단축 등 주택 수급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20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내년 중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비롯한 27개 중앙행정기관, 종사자 기준 30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세종으로 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 가을비에 바빠진 발걸음 가을비에 바빠진 발걸음

  •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