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 도시농부 어때요?

  • 오피니언
  • 우난순의 필톡

[우난순의 필톡] 도시농부 어때요?

  • 승인 2019-06-19 09:46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농부
7년 전이다. 봄에 동 주민센터에서 텃밭을 일구자는 취지에서 신청한 주민들에게 상자와 거름, 채소 씨앗을 나눠줬다. 난 상추와 방울토마토를 선택했다. 주말 하루 반나절을 상자에 거름을 붓고 씨앗을 심고 물을 줬다. 목감기로 침을 삼키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베란다에서 내 손으로 가꾼 상추로 쌈 싸 먹는 상상을 하며 기대에 부풀었다. 매일매일 물을 주며 싹이 오르는 걸 기쁨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헌데 이것들이 온실 속 화초처럼 웃자라는 거였다. 키만 멀대같이 클 뿐, 힘이 없어 휘청거렸다. 결국 채소 농사는 망쳤다. 땅에서 멀리 떨어진 고층이라 채소가 자랄 환경이 못되는 건가 싶었다.

그 아쉬움은 늘 가슴 속에 남아 텃밭 가꾸는 꿈을 키운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옆에 공터가 있는데 올 봄 입주민에게 분양했다. 그런데 물을 집에서 퍼 날라야 하는 게 엄두가 안 나 마음을 접었다. 저녁 밥 먹고 아파트 옆 공원에 운동하러 오고 갈 때마다 텃밭을 구경한다. 채소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컸다. 번호가 매겨진 팻말을 보니 37가구나 됐다. 손바닥만한 밭이지만 농작물을 가꾸는 보람이 클 것이다. 오이, 토마토, 상추, 아욱, 고추, 가지 등 가짓수도 다양했다. 한번은 직접 들어가봤다. 그런데 수도가 있었다. 내년엔 기필코…. 1만원씩 걷어 농기구도 사고 수도도 설치했단다. 공동체 농장인 셈이다. 유기농 채소를 키우는 도시농부가 여기에 있었다.

도시농업의 선구자는 쿠바다. 수도 아바나 면적의 40%가 유기농장이다. 시 전체가 가정텃밭, 기업농장, 협동조합농장, 축산농장 등을 운영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1990년대 쿠바는 경제붕괴에 직면했었다.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의 재정은 소련에서 지원받는 막대한 원조금과 보조금으로 유지됐다. 그런 소련의 붕괴와 1959년 혁명 이후의 미국의 경제 봉쇄 때문에 10년동안 비상사태 상황이었다. 당시 쿠바는 식량 자급률이 40%여서 여차하면 국민들이 굶어 죽는 수밖에 없었다. 죽지 않으려면 당장 뭐든 해야 했다. 아바나는 도시를 경작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도 없어 맨손으로 시작한 도시농업이 10년 후 200만명이 넘는 아바나 시민을 먹여살리는 유기농업으로 정착했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OECD 국가에서 최하위다. 45%대로 사상 최저치다. 말하자면 당장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할 수 없다면 국민의 50%는 굶어 죽어야 한다. 원인은 자유무역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마구 들어와 우리의 식탁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농지는 감소하고 국내 생산 기반이 약해질 수밖에 없을 터. 미래의 식량위기는 예측가능하다. 답은 자급자족이다. 지금 도시엔 허물어져 가는 빈집이 수두룩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그 자리에 텃밭을 만들어 시민 스스로 농사짓게 하는 거다. 도시농업은 결코 어렵지 않다. 건물 옥상, 베란다 등도 있다. 요즘 도시농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조합을 만들어 도시농부를 자처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여름에 엄마는 저녁 때가 되면 밭에 가서 상추, 쑥갓, 가지 등을 뜯어오라는 심부름을 자주 시켰다. 귀찮았지만 밥상 앞에선 손바닥만한 상추에 밥을 얹어 된장찌개와 고추장을 넣고 볼이 미어터져라 먹었다.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물건을 살 때 농작물과 비교하는 버릇이 있다. 이 스커트 가격이면 콩이 얼마만큼이지? 피자 한판이면 쌀이 몇 킬로그램이더라? 우리 동네 용두시장 한 할아버지가 화분 2개에 방울토마토와 고추를 심어 키우는 중이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는 마치 손주 돌보듯 그것들을 가꾼다. 드디어 고추가 열리고 토마토가 알알이 달렸다. 지나가면서 볼 때마다 마음이 정화된다. 도시농업은 거창한 게 아니다. <미디어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의회, 복용승마장 현장점검… "시민 이용에 불편 없도록 노력"
  2. 소진공, 중기부 '살맛나는 행복쇼핑 2024 동행축제'서 소상공인 지원사업 참여
  3. 소진공-성심당, 온누리상품권 이벤트 연다
  4. 대전지역 민관이 어린이날을 앞두고 우리 지역 아동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마련했다.
  5. 세종시 관계기관 '스미싱·피싱·리딩방 피해' 공동 대응
  1. 대전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919억 원 규모 업무협약 체결
  2. "수상체험 안전사고 제로화" 대전중리초, 해양경찰과 수상안전교육
  3. 대전신세계, 12일까지 헬로키티 50주년 기념 팝업스토어 진행
  4. 한국영상대-한국와콤, 디지털 창작 분야 미래 선도
  5. 천안도시공사-세종충남지역노동조합 노사 간담회 실시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919억 원 규모 업무협약 체결

대전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919억 원 규모 업무협약 체결

대전시는 3일 대전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919억 원 규모 투자, 200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대전상공회의소 정태희 회장을 비롯한 ▲㈜글로벌시스템스 박승국 대표 ▲㈜넥스윌 서원기 대표 ▲대한문화체육교육협회 김상배 회장 ▲㈜디엔에프신소재 김현기 대표 ▲㈜에스제이 김명운 대표 ▲㈜케이이알 김민표 상무 ▲㈜플레토로보틱스 박노섭 대표가 참석했다. 기업들을 산업단지별로 나눠 살펴보면, 유성구 장대산단으로 ▲전자전, AESA 레이다 시험장비 등 통신 전문업체인 ㈜넥스윌..

장애인활동지원사 급여 부정수급 수두룩…"신원확인·모니터링 강화해야"
장애인활동지원사 급여 부정수급 수두룩…"신원확인·모니터링 강화해야"

<속보>=대리 지원, 지원시간 뻥튀기 등으로 장애인 활동지원사 급여 부정수급 사례가 만연한 가운데, 활동지원사 신원확인과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도일보 2024년 5월 2일자 6면 보도> 2일 취재결과, 보건복지부 장애활동지원 사업으로 활동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장애인의 가사, 사회생활 등을 보조하는 인력이다. 하지만, 최근 대전 중구와 유성구, 대덕구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 급여 부정수급 민원이 들어와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대부분 장애 가족끼리 담합해 부정한 방식으로 급여를 챙겼다는 고발성 민원이었는데, 장..

2025학년도 충청권 의대 389명 늘어난 810명 모집… 2026학년도엔 970명
2025학년도 충청권 의대 389명 늘어난 810명 모집… 2026학년도엔 970명

2025학년도 대입에서 충청권 의과대학 7곳이 기존 421명보다 389명 늘어난 810명을 모집한다. 올해 고2가 치르는 2026학년도에는 정부 배정안 대로 970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대전지역 의대는 199명서 156명이 늘어난 355명을 2025학년도 신입생으로 선발하고, 충남은 133명서 97명 늘려 230명, 충북은 89명서 136명 증가한 225명의 입학정원이 확정됐다. 2일 교육부는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과 함께 '2025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제출 현황'을 공개했다. 2025학년도 전국 의대 증원 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

  • 도심 속 공실 활용한 테마형 대전팜 개장…대전 혁신 농업의 미래 도심 속 공실 활용한 테마형 대전팜 개장…대전 혁신 농업의 미래

  • 새하얀 이팝나무 만개 새하얀 이팝나무 만개

  • 2024 대전·세종·충남 보도영상전 개막…전시는 7일까지 2024 대전·세종·충남 보도영상전 개막…전시는 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