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느라 나이는 잊었어" 이곳은 청춘학교입니다

  • 문화
  • 문화 일반

"공부하느라 나이는 잊었어" 이곳은 청춘학교입니다

한글 공부하는 40여명 늦깎이 학생들로 북적
공부하니 자신감과 용기 생겨, 어디서든 당당
"자식들에게 편지 쓸래", "내 인생 이야기 쓰고 싶어"
부푼 꿈 가득 품은 학생들의 열망으로 가득

  • 승인 2019-06-20 18:09
  • 수정 2019-06-27 10:33
  • 신문게재 2019-06-21 6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청춘반
청춘학교 청춘반
김옥희 할머니
김옥희 할머니
"글을 배웠으니까 자식 3명 낳고 키우면서 잘 버티고 살아온 내 인생 이야기를 일기로 남기고 싶어요."

이곳은 오전 9시부터 북적인다. 66세부터 87세까지, 콩자반에서 청춘반으로 학생들이 교실을 가득 채운다. 기역, 니은, 디귿, 리을… 가나다라마바사… 학생들이 배우는 공부는 바로 '한글'이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배우고 싶다는 열망만 있으면 된다. 이곳은 '청춘학교'다.

김옥희(66) 학생은 얼마 전 은행에서 돈 20만 원을 직접 찾았다. "내 평생소원을 풀었어. 정말 평생 처음 해봤네"라며 무용담을 들려주는 김옥희 학생의 자신감은 환한 미소와 함께 얼굴에 그대로 묻어났다.

글을 배우지 못했을 때는 거리를 걸어도 주눅이 들었단다. 기를 못 펴고 평생을 살던 할머니를 변화시킨 건 역시나 배움, 한글을 깨우치면서다.



현재 초등학교 3~4학년 과정을 배우는 중인 김경례(72) 학생도 "배움이라는게 용기를 생기게 하는 것 같다"며 "공부를 하니까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다"고 당당히 말한다.

대흥동에 위치한 청춘학교(교장 전성하)는 1996년 야학으로 시작했다. 2012년 낮에도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야학 대신 청춘학교로 운영 방식을 바꿨다. 처음에는 학생 1명이었지만, 지금은 총 5개반에 40여명이 한글을 공부하고 있다.

김성순 할머니 노트
김순성 할머니 노트
김영식 선생님
김영식 선생님

청춘학교 최고령 87세 김순성 학생은 청춘학교에서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 2017년 12월 남편과 사별을 한 뒤 외로운 시간을 보냈는데 딸의 권유로 청춘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집에서는 나홀로 서글픈 마음 뿐이지만, 청춘학교에서의 생활은 즐겁다.

김순성 학생은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 함께 밥도 같이 먹고 배우는 것도 재밌어. 하루하루 너무 즐겁다"며 속 마음을 털어놨다.

7남매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김순성 학생의 꿈, 곧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이제 입학 4개월 차를 맞이한 정풍연 학생은 "요즘 간판이 읽히니까 신기해. 쓰기 연습은 저녁에 혼자 하는데 한 글자라도 더 배우고 싶어요"라며 열공모드다. 

청춘학교 스태프로 봉사활동을 하는 김영식 선생님은 청춘학교 졸업생이다. 이곳에서 중학교 검정고시를 봤고, 예지고에 입학해 졸업했다.

김영식 선생은 "내가 여기서 중학교를 다닌 거잖아요. 내 모교라고 생각하고 늘 와서 공부도 하고 놀고 있어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청춘학교는 국가와 시 지원금, 130여 명의 개인후원금으로 운영 중이다.

전성하 청춘학교 교장은 "운영은 빠듯하지만 배울 수 있는데 다른 이유로 포기하는 분들이 많아 오히려 안타깝다. 이런 곳이 있었어?라며 한글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을 볼 때, 또 공부를 통해 달라진 할머니들의 삶을 볼 때 기쁘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이현제 수습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설] 최교진 교육장관의 '교권 보호' 언급
  2. [월요논단] 교통약자의 편리한 이동을 위한 공공교통
  3. 지질자원연 창립 77주년, 새 슬로건 'NEO KIGAM 지구를 위한 혁신'
  4. [사설] K-스틸법으로 철강산업 살려내야 한다
  5. 특구재단 16~17일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투자주간'
  1. 대전권 4년제 수시 경쟁률 상승… 한밭대·우송대 선전
  2. [홍석환의 3분 경영] 무능한 리더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
  3. 폭우에 도로 잠기고 나무 쓰러져…당진서 알레르기 환자 긴급 이송
  4. 9월 무더위 계속…16일 충남 서해안 강우
  5. 조선 조운선 '마도4호선' 첫 발굴 10년만에 선체인양…나무못과 볏짚 활용 첫 확인

헤드라인 뉴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이재명 새 정부가 금강 세종보 '철거 vs 유지' 사이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찬반 양측 모두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미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정부부터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행복도시 내 '금강 친수보' 건립으로 추진했으나, 문재인 정부에선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철거'란 상호 배치된 흐름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보'와 태생이 다르나 같은 성격으로 분류되면서다. 지방정부 역시 중립적이고 실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환경부가 밀어부치기식 정책 추진을 할..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건설 승인을 받지 않고 주택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전국적으로 8만787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주택법을 피하면서 주민 복리시설이나 소방시설 등 엄격한 규제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 데다, 정부의 주택통계 작성과정에서도 빠져 부실한 관리를 초래해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국토교통부로 받은 ‘주택신축판매업을 영위하는 개인·법인 가동사업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모두 8만7876개의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신..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가 추석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 2000톤을 공급한다. 최대 900억원을 투입해 과일·한우 등 선물 세트를 최대 50% 할인하며, 전국에 2700여 곳의 직거래장터를 개설한다. 정부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의 가격·수급 안정을 위해 공급을 확대한다. 공급 물량은 농산물 5만톤, 축산물 10만 8000톤, 수산물 1만 4000톤 등 17만 2000톤으로, 평시의 1.6배 규모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