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59. 읍참마속이 사라진 정치

  • 문화
  • 뉴스 스나이퍼

[뉴스 스나이퍼 sniper] 59. 읍참마속이 사라진 정치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06-2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얼마 전 한 중견 기업인을 만났다. 그는 "요즘 단체로 해외여행 가는 중기(中企) 사장들이 많다"고 했다. "이제 좀 숨통이 트인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최저임금과 52시간제 여파로 회사 접어야 할 상황인데 그 전에 해외여행이나 실컷 가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청와대와 정부에 어렵다 호소해도 꿈쩍도 안 한다"고 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공정위의 잦은 호출을 피해 일부러 해외 출장을 간다고 한다. "기업 의견을 듣겠다고 부르지만 실제론 일방적 지침이나 요구사항을 전하는 자리"라고 했다.



고용노동부와 환경부도 걸핏하면 영업 비밀에 가까운 자료를 쓸어간다고 했다. 기업인들 사이에선 '주투야압(晝投夜押)'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정부가 낮에는(앞에서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요구하면서, 밤에는(뒤에선) 압수수색을 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 1년간 150차례 넘게 압수수색을 당했다. 롯데·SK 등 다른 대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략) 곳곳에선 아우성인데 청와대는 요지부동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국무회의나 당청(黨靑) 회의에 가보면 소득 주도 성장과 친(親)노동 정책에 대해 다른 말을 하기가 힘들 정도로 완고한 분위기"라고 했다. (중략)

현 정부는 박근혜 정부를 '불통(不通) 정권'이라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지금 그 화살은 문재인 정부를 향하고 있다. (중략) 저잣거리 민심(民心)이 청와대 담장을 넘지 못하면 정권은 독선(獨善)에 빠진다. 이러면 정권도 국민도 불행해진다." =

조선일보 배성규 정치부장이 6월 17일자 [태평로]라는 칼럼에 쓴 '청와대엔 안 들리는 담장 밖 아우성'이란 글이다.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에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됐다. 그는 "재벌들 혼내주고 왔다"는 발언으로 안팎에서 비판을 자초했다.

입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을 그는 몰랐던가? 위 칼럼을 소개했듯 작금 청와대의 '불통'은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다. 또한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 임명은 국민과 기업의 아우성은 안중에 없는 회전문 인사의 반복이라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승진'이랄 수 있는 김상조 정책실장 임명을 보면서 '읍참마속이 사라진 정치…'라는 생각에 마음까지 처연했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은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뜻으로, 공정한 업무 처리와 법 적용을 위해선 사사로운 정을 포기함을 가리키는 사자성어다.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격할 무렵의 일이다. 제갈량의 공격을 받은 조예는 명장 사마의를 보내 방비토록 하였다. 사마의의 명성과 능력을 익히 알고 있던 제갈량은 누구를 보내 그를 막을 것인지 고민한다.

이에 제갈량의 친구이자 참모인 마량의 아우 마속이 자신이 나아가 사마의의 군사를 방어하겠다고 자원한다. 마속 또한 뛰어난 장수였으나 사마의에 비해 부족하다고 여긴 제갈량은 주저하였다.

그러자 마속은 실패하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거듭 자원했다. 결국 제갈량은 신중하게 처신할 것을 권유하며 전략을 내린다. 그러나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다른 전략을 세웠다가 대패하고 말았다.

결국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으며 마속의 목을 벨 수밖에 없었다. 엄격한 군율이 살아 있음을 전군에 알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전전긍긍(戰戰兢兢)과 사면초가(四面楚歌)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딱히 가이드라인도 내놓지 않고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수수방관(袖手傍觀)하는 모양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두려워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는 뜻의 용어)의 파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무역(수출)으로 먹고 사는 나라인 까닭에 두 강대국 사이에서의 처신은 정부가 나서서 가시밭길까지 해결해줘야 마땅한 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마치 살기등등(殺氣騰騰)한 전선(戰線)에 나가는 자식이 죽든 말든 개의치 않겠다는 모습에선 차라리 경악까지 느껴질 정도다.

현 정부의 이른바 '소주성' 실패에도 변하지 않는 회전문 인사의 반복과, 심지어 승진과 영전으로까지 이어지는 '그들만의 리그'를 보자면 국민은 안중에 없는 오만함까지 그림자로 어른거린다. 그런 자리에 읍참마속이 존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겠지만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홍경석-작가-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2.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3.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4. 당진시, 신규 공무원 임용식 개최
  5.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1.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2. <인사>대전시
  3. 충남대-대전시 등 10개 기관, ‘반려동물 산업 인재 양성 업무협약’
  4. 대전시 제2기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5.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 돔구장 건립 필요성·추진 의지 거듭 강조

헤드라인 뉴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민간주도 우주시대 첫발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민간주도 우주시대 첫발

27일 오전 우주로 날아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하며 뉴스페이스 시대 개막을 알렸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오전 2시 40분 누리호 4차 발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발사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배 부총리는 "누리호 4차가 성공했다"며 "오전 1시 13분 고흥 나로우주센터서 발사된 누리호가 고도 601.3㎞ 궤도 속도 7.56㎞/s, 경사각 97.75도로 태양 동기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으며 탑재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12기의 큐브 위성이 모두 성공적으로 분리돼 궤도에 안착했고 남극 세종기..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대전시는 26일 시청 응접실에서 대전관광공사, ㈜인섹트바이오텍과 함께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를 위한 공동브랜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캐릭터 중심의 제품을 넘어 지역 재료·스토리·생산기반을 더 촘촘히 담아야 한다는 취지로 대전의 과학·바이오 정체성을 상품에 직접 반영하려는 시도다. 이번에 출시 준비 중인 '꿈돌이 닥터몽몽'은 인섹트바이오텍의 연구 포트폴리오로 알려진 자연 유래 단백질분해효소(아라자임) 등 바이오 효소 기술을 반려동물 간식 제조공정 단계에 적용해 기호성과 식감 등 기본 품질을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섹..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열띤 경쟁 속에서 펼쳐진 공주시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25일 공주환경성건강센터에서 공주시와 중도일보가 주최·주관한 '2025 공주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안전에 취약한 어린이들이 안전 상식을 재밌는 퀴즈로 풀며 다양한 안전사고 유형을 학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74명의 공주지역 초등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해 골든벨을 향한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본 대회에 앞서 심폐소생술 교육이 먼저 진행되자 학생들은 교사의 시범을 따라가며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라고 묻거나 친구에게 압박 리듬을 맞춰보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