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 고마운 교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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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난순의 필톡] 고마운 교안씨

  • 승인 2019-10-09 10:42
  • 신문게재 2019-10-10 22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교안씨
『충청도의 힘』은 나의 애장품이다. 한 번 읽고 책꽂이에 꽂히고 마는 책이 아니란 말씀이다. 좀 과장하면 성서와 맞먹는 존재라고나 할까. 울적할 때 읽으면 바로 깔깔거리게 만드니 이런 명저가 어딨겠냐 말이다. 처음 읽을 땐 배꼽이 십리 밖으로 달아나 찾는데 한참 걸렸다. 능청스런 노인들의 만담같은 대화가 촌철살인이어서 도대체 이 작자(作者)가 누굴까 궁금했다. 서울 살다 보령 처가로 귀촌한 듣보잡 작가인데 시골 노인들의 눈물나는 인생사와 진한 충청도 말을 제대로 버무렸다. 비루한 노인들의 사소한 일상을 이리 위대하게 쓴 책이 있더란 말이냐. 하여 나의 감동을 주위 사람들에게 전파하려고 몇 권 사서 선물했다. 결과는 시큰둥. 내 결론은 이렇다. 이 사람들은 나와 유머코드가 다르거나 혹은 유머 보기를 돌같이 하는 게 아닐까.

이왕이면 재미지게 사는 게 삶의 모토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당시 7시간이나 자리를 비우고 완벽한 올림머리를 하고 나타나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해맑게 말씀하시던 전직 대통령이라면 모를까. 사는 게 그리 단순한가. 먹고 사는 일에 정력을 쏟다 보니 빛나는 청춘은 후딱 지나가 버렸다. 거기다 뭐 하나 즐거운 게 없는 요즘이다. 가히 '조국 대전'으로 여야는 진흙탕에서 머드 마사지 하느라 바쁘다. 서민들은 조국 법무장관의 가족으로 인해 자식 앞에서 무능한 부모가 돼 머리를 들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영감님과 조국 장관님의 너 죽고 나 살자 싸움은 어떤가. 촛불도 진영 논리로 양분된 판국이다. 또 경제는 곤두박질이고 이승만 후예들은 사리 분별 못하고 불쑥불쑥 나대는 세상이다. 이러니 국민들은 죽을 맛일 수밖에.

그런데 병든 닭 마냥 비실비실하던 나를 빵 터지게 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다. 퍼포먼스의 달인 황교안 대표 덕분에 시도 때도 없이 쿡 웃음을 터트린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집에서 밥 먹다가, 저녁에 공원에서 운동하다가 '황티브 잡스'만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근엄한 보수당 대표가 이렇게 즐겁게 해주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율 브리너와 스티브 잡스. 우리의 황 대표가 벤치마킹한 훌륭한 분들이다. 고백하건대 난 황교안 대표에 대해 편견이 심했다. 황 대표가 누군가. 공안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요직을 누린 분이시다. 오로지 개인의 영달만 생각하는 보수 꼴통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내 오해였다. 꽃길만 걸어온 대한민국 검사 출신 정치인이 삭발도 마다하지 않고 한국당을 지켜내려 하고 있다. 프레젠테이션의 귀재 스티브 잡스를 흉내내며 소매를 걷어붙이고 '민부론'도 설파했다. 그런데 한국당과 보수 언론만 찬사를 보냈을 뿐 나머지는 전 정권의 경제정책을 흉내낸 짝퉁이라고 비난했다.

투철한 개그본능으로 중무장한 황교안 대표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하지만 황 대표가 모르는 게 있다. 말이 좋아 벤치마킹이지 껍데기만 같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알맹이 없는 죽정이인 것을. 삭발을 했다고 해서 다 투사가 되는 게 아니다. 그것도 자유한국당 대표께서 삭발을? 이거야말로 우스꽝스럽다. 그리고 캐주얼한 복장에 운동화 신고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고 해서 스티브 잡스처럼 창조적 인간으로 보일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래봤자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인간은 타인에게 그리 너그러운 편이 아니다. 더구나 정치는 상대를 물고 뜯는 게 생리다. 삭발, 프레젠테이션. 내년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황 대표는 다음엔 또 뭘 보여줄까. 이젠 제발 어설픈 퍼포먼스로 힘 빼지 말길 부탁드린다. 정치는 쇼라고 하지만 한두 번으로 족하다. 껍데기는 가라. <미디어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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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명곡이 재조명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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