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원칙과 융통성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박광기의 행복찾기] 원칙과 융통성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11-0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1175037389
원칙을 지키며 사는 것이 쉬운 것 같지만 정말 힘듭니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칙이 법이나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될 때에는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원칙을 지키고 사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해서 원칙을 지키지 않거나 위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켜야만 하는 원칙이 모든 경우에 합당하는 올바른 것이라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원칙이 애초부터 잘못된 원칙일 수도 있고, 또 처음 원칙이 만들어 질 때에는 합당하고 공정한 원칙이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상황이 변화되어서 만들어 놓은 원칙이 합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만들어진 원칙이 일부에게는 맞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원칙에 적용을 받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합리한 원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원칙은 '어떤 행동이나 이론 등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누구나가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칙은 어느 특정한 개인 또는 집단이나 이해관계에 치중되어서도 안 되고, 어떤 경우에는 적용되고 또 다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아서도 안 됩니다. 다시 말하면 원칙은 보편성과 일관성을 동시에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보편성과 일관성이 무너진다고 하면, 그 원칙은 원칙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하거나 개별적이고 상대적인 특수한 규정이 되고 말 것입니다. 따라서 원칙은 말 그대로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특수한 상황이나 특별한 사례를 우선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살면서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을 지킬 것을 강제하면서도, 예외적인 상항이 적용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그리고 쉽게 접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원칙이 있으면서도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는 것입니다.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원칙의 예외적인 상황이 많다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원칙을 잘못 만들었거나 원칙에 대한 수정이나 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칙의 적용보다 예외적인 상황이 더 많다는 것은 더 이상 그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번 정해 놓은 원칙을 바꾸거나 없애는 것은 그 원칙을 정하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마치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를 논하는 것처럼, 원칙이라는 명칭이 있기 때문에 원칙을 바꾸거나 없애는 것이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원칙을 위반하는 것은 불이익이나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한번 만들어 놓은 원칙은 그 원칙의 적용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원칙이 보편성과 일관성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지켜야 하고 또 지킬 것을 강요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누구나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원칙의 의미를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보편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잘 만들어 놓은 원칙이라고 하더라도, 그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정말 특수한 경우나 모호한 경우가 항상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특수한 경우나 적용의 모호성이 나타나게 되면, 원칙을 적용함으로 인해서 그 원칙을 정한 기본 취지나 목표, 그리고 원칙의 의미에 반하는 이유 등으로 인해서 상대적인 불이익이나 의도 하지 않은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특별한 경우나 원칙의 적용에 모호한 경우에 원칙을 지킬 것을 강요하는 것은 그 원칙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훼손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면, 원칙을 지키는 것보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고, 따라서 원칙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발생하게 될 때, 우리는 '원칙의 적용에 대한 융통성'을 고려하게 됩니다.

그러나 '원칙의 적용에 대한 융통성'은 정말 예외적이고 신중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융통성을 고려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원칙의 중요성과 그 의미 및 취지를 지키기 위해서 예외적이고 특별한 상황에 대한 인정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원칙의 적용을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원칙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융통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원칙이 가지고 있는 보편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예외적이고 특별한 상황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특별하고 예외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을 고려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경우에만 한정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융통성의 적용은 특혜 또는 권리나 권력의 남용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지켜야 할 원칙은 사실 너무나도 많습니다. 수많은 제도나 법률도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에 해당되고, 도덕이나 도리, 그리고 일부의 관습이나 전통도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정의나 공정성도 우리가 지켜야할 원칙입니다. 이렇게 많은 원칙을 모두 지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원칙 중에서 요즘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원칙이 누구에게 주어질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별하고 특수하다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만, 특별하고 특수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도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거나 더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리 특수하고 특별하다고 해도 처음부터 그 출발선을 달리하고 우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특별하고 특수하다고 하면 아무리 출발선을 같이 해도 달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그 특수성이 발휘되기 때문에 '공정한 차별'이 스스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학입시나 취업과정에서 나타나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나 특수성의 인정은 바로 이 '기회의 평등'을 무시하거나 박탈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누구도 애초부터 차별되어서는 안 되는 것임에도 말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참 생각이 많아지는 주말입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광덕면 물놀이 관리지역 현장 안전점검 실시
  2. 천안시, 여름 휴가철 하천·계곡 불법행위 특별단속
  3. 대전교육청 교육국장에 명달호… 9월 1일자 181명 인사
  4. [현장에서 만난 사람]세계 최대 반도체 공정 장비 제조 기업 ASML 한종호 매니저
  5. '위안부' 기림절, 세종서 만난다… 역사의 아픔 치유, '평화의 장'
  1. 천안시, 고액·상습 체납자 가택수색…승용차 압류·공매 착수
  2. 천안시, 2026 을지연습 전시종합상황실 근무자 사전교육
  3. 천안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스마트폰 가족치유캠프' 운영
  4. 대전농협-기성농헙-고향주부모임대전시지회, 이심점심 중식지원 봉사활동
  5.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헤드라인 뉴스


대전 트램 또 지연되나…8개월째 호남선 비개착공사 시공사 선정 난항

대전 트램 또 지연되나…8개월째 호남선 비개착공사 시공사 선정 난항

2028년에서 2030년으로 개통이 미뤄진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또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 서대전 지하차도 구간 가운데 호남선 직하부 비개착공사에 대한 시공사 선정이 8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 난이도는 높은데 사업비 단가는 낮게 책정된 탓에 입찰 과정에서 업체 사업 포기와 유찰이 반복된 것이다. 일각에선 트램 사업 주체인 대전시가 국가철도공단에 위탁만 해놓고 손 놓고 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12공구 일대 서대전 지하차도 구간(699m) 중..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긴급운영자금 2000억 원을 확보하면서 충청권에서도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장기간 문을 닫았던 점포가 재개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상품 입고가 충분하지 않은 곳도 있어 매장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7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던 전국 67개 점포를 대상으로 가오픈을 진행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대전 유성점과 가오점, 세종점, 충남 논산점과 보령점 등 5개 점포가 영업 재개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영업 재개는 지난달 13일 임시 휴..

중고차 `숨은 수수료` 없앤다지만… 소비자 부담은 그대로?
중고차 '숨은 수수료' 없앤다지만… 소비자 부담은 그대로?

정부가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차량 판매가격에 포함하는 '총액 표시제'를 도입한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확인한 차량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이 달라지는 원인인 '숨은 수수료'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중고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중고차 판매업자가 인터넷 플랫폼 등에 차량을 광고할 때 차량 가격뿐만 아니라 매도비, 알선수수료, 성능보증보험료 등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는 각종 수수료를 판매가 총액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현재 소비자가 중고차 시장에서 차량을 구매할 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 도심 속 시원한 물놀이 도심 속 시원한 물놀이

  •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