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이하며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이하며

양승숙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

  • 승인 2019-11-24 11:53
  • 신문게재 2019-11-25 22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양승숙
양승숙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
11월 25일부터 12월 10일까지 16일간의 기간은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이다. 이는 1960년 도미니카공화국의 세 자매가 독재 정권에 항거하다가 독재자에 의해 살해당한 이후, 1981년 라틴 아메리카의 여성활동가들이 세 자매를 기리기 위해 그들이 숨진 11월 25일을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로 정했다. 그리고 1991년에 세계 각국의 여성활동가 23명이 모여 11월 25일부터 세계인권의 날인 12월 10일까지의 기간을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정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여성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여성 폭력에 적극 반대하는 활동을 한다. 이후 1999년 12월 17일, UN 총회에서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을 공식 인정했다.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16일간 진행하는 것은 1989년 캐나다에서 벌어진 여성 살해 사건과도 관계가 있다. 1989년 12월 4일 캐나다 몬트리올의 공과대학에서 한 남자가 여자 대학생 14명을 총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여성혐오에 빠진 남성으로 사망자들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살해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캐나다 내에서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시작되었다. 이때 일부 남성들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추모일에 하얀색 리본을 착용하기 시작하면서 이후 '하얀 리본 운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얀 리본 운동은 1991년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국제적인 캠페인으로 확산되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여성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다양한 특별법을 시행하고 있으나 권력형 성폭력,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등 주로 여성을 겨냥한 폭력은 날로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여성에 대한 폭력은 나타나는 양태는 다양하지만 '성차별'의 극단적 표현이라는 점에서는 그 근원은 같다고 볼 수 있다. 상대의 성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저지르는 폭력은 불평등한 관계에서 발생하며 사회적으로 약자인 여성을 주로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난 2018년 법조계, 문화예술계, 체육계, 정계 등 곳곳에서 불거져 나온 #Me Too 운동을 통해서도 충분히 볼 수 있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7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불평등한 성별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성적·정서적 폭력을 '젠더폭력'으로 규정하고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 등을 제시하였으며, 올해 12월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이란 법명으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그동안 가정 내의 문제라고 치부했던 부부폭력, 연인간의 사랑싸움으로 여겼던 데이트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등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대한 국가책임과 개입에 대해 규정한 법안이다.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법제도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사회문화적인 인식의 변화와 일상생활 속에서의 작은 실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최근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본 많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불편함 보다는 남녀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로 인식하듯 남성들의 지지와 연대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남성들이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세상을 보면 수많은 여성들이 경험하는 신체적·정신적 폭력뿐만 아니라 소득에서의 격차, 저소득 직종에 여성의 쏠림 현상, 조직 내 여성의 승진을 막고 있는 유리천장, 맞벌이지만 가사와 육아에 할애하는 남녀의 시간 차이 등의 현실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남성들이 시작했던 화이트 리본 캠페인의 의미를 되새기며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차별적 인식을 성별 차이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변화되기를 바래본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더 이상 개인적인 사정이라는 이유로 외면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며,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인권의 문제이다. 세계 여성 폭력 추방 주간을 맞이하여 여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짚어보고, 서로 존중하는 사회, 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법 모색과 실천을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양승숙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성추행 유죄받은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촉구에 의회 "판단 후 결정"
  2. "시설 아동에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 제공"
  3. 김민숙, 뇌병변장애인 맞춤 지원정책 모색… "정책 실현 적극 뒷받침"
  4. 천안 A대기업서 질소가스 누출로 3명 부상
  5. 회덕농협-NH누리봉사단, 포도농가 일손 돕기 나서
  1.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운동선수 등을 위한 '새빛' 선사
  2.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3. ‘몸짱을 위해’
  4. 세종시 싱싱장터 납품업체 위생 상태 '양호'
  5. 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지역 노사 엇갈린 반응… 노동계 "실망·우려" vs 경영계 "절충·수용"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