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이 늘면서 층간소음은 집안으로 파고든 또 다른 공해다. 이로 인해 이웃 간 말다툼은 예사요, 극단의 결말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층간소음은 단순한 이웃갈등을 넘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해결책은 그다지 없어 보인다. 특히 층간소음의 법정의무 기준은 부실하기 짝이 없고 그나마 운영 중인 층간소음 저감제도는 유명무실한 형편이다. 법망을 피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사이 이웃들은 숨소리마저 죽이면서 살아야 한다.
층간소음 문제는 꾸준히 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5년간 민원을 살펴보면 별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엊그제 층간소음 문제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경기지역의 경우 2015년 5977건의 민원이 발생했지만 지난해는 무려 1만4000건이 넘는다. 전국적으로 보면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2만 건 이상이다. 다시 말해 하루 55건 이상씩 층간소음 민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중 가장 큰 요인은 아이들의 뛰는 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그런데 층간소음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닐 때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발걸음 소리만으로 아래층에 소음을 전달한다면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마치 유령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인데, 이는 이웃 간의 사소한 주의 부족보다 층간소음을 증폭시키는 구조적인 하자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만 층간소음과 관련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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