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혜은이의 '제 3한강교'

  • 문화
  • 문화/출판

[나의 노래] 혜은이의 '제 3한강교'

  • 승인 2020-01-14 09:51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가수
연합뉴스 제공
혜은이는 예뻤다. 깜찍하고 귀여웠다. 둥근 커트머리에 쌍꺼풀이 굵게 진 커다란 눈이 어린 나에게도 기존의 가수와는 다른 미모였다. 발랄하고 상큼한 목소리로 '당신만을 사랑해~ 당신만을 사랑해~'를 연발하는 모습을 넉놓고 티비 브라운관을 쳐다보는 초딩의 나는 쑥쓰러웠다. 왜냐면 '당신'은 남자 혹은 여자가 이성에게 하는 호칭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매일매일 티비에 나와서 노래하고 있으니 연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도무척이나 어색하면서 마음이 이상해지곤 했다. 하여간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는 혜은이의 시대였다. '당신은 모르실거야', '당신만을 사랑해', '진짜진짜 좋아해' 등 부르는 노래마다 히트했으니 말이다. '당신만을 사랑해'로 어느 가요제에서 대상을 탔던 장면이 기억난다. 대상을 호명하는 순간 혜은이와 작곡가 길옥윤이 뛰어나와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때 일로 두사람이 스캔들의 주인공이 됐다고 한다. 사실 어린 나의 눈에도 정말 사랑하는 사이처럼 보였다.

중학교 1학년 소풍갔을 때의 일이다. 소풍가면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장기자랑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그런데 옆반 애가 나오더니 혜은이의 '제 3한강교'를 천연덕스럽게 불러제끼는 게 아닌가. 충격이었다. 재희라는 애였는데 마치 가수처럼 얼굴 표정이 노래에 몰입해서 불렀다. 짙은 눈썹이 찡그렸다 폈다, 그건 티비에서 가수들이나 노래할 때 짓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나와 같은 또래인 옆반 애가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제 3한강교'에서 '홧뚜와 뚜르뜨 핫!'을 혜은이처럼 손을 높이 하늘을 찌르기도 했다. 나는 멍하니 넉놓고 쳐다봤다. '강물은 흘러갑니다아하~'.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달려나와서 마이크를 잡고 콧소리를 내며 부른 노래 '제 3한강교'. 재희라는 그 얘는 가수였다. 그 뒤로 학교 장기자랑에서 재희는 단골 가수였다. 끼가 철철 넘쳐 가수가 될 줄 알았던 그 친구는 상고에 진학해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찌감치 취업했다고 한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 애가 부르는 '제 3한강교'를 듣고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성추행 유죄받은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촉구에 의회 "판단 후 결정"
  2. 천안 A대기업서 질소가스 누출로 3명 부상
  3. "시설 아동에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 제공"
  4. 김민숙, 뇌병변장애인 맞춤 지원정책 모색… "정책 실현 적극 뒷받침"
  5.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운동선수 등을 위한 '새빛' 선사
  1. 회덕농협-NH누리봉사단, 포도농가 일손 돕기 나서
  2.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3. ‘몸짱을 위해’
  4. 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지역 노사 엇갈린 반응… 노동계 "실망·우려" vs 경영계 "절충·수용"
  5. 세종시 싱싱장터 납품업체 위생 상태 '양호'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