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35. 가정교육(家庭敎育)

  • 문화
  •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35. 가정교육(家庭敎育)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20-01-2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禍(화)는 하나로 그치지 않고 잇달아 옴(來)을 이르는 말이다. 불행한 일이 겹치는 경우를 뜻하는데 '엎친 데 덮치는' 것과 동격이다. 이와 반대엔 '곰비임비'가 있다.

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남을 나타내는 말이다. '물건이 쌓인다'는 것은 재화(財貨)를 뜻하는 것이다. 즉 부자(富者)가 되었다는 얘기다. 부자엔 두 가지가 양립한다.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다.



나는 후자에 속한 부자다. 어제는 근무 중 상급(上級) 회사의 본부장님과 간부들이 오셨다. 주차장에서 의전을 갖추어 정중히 인사를 했다. 하차하던 본부장님께선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셨다. 깜짝 놀라 냉큼 고개를 꺾었다.

"듣자니 작가님이라면서요?" 아마 동승한 간부님이 귀띔해주었지 싶었다. 본부장님의 나를 향한 칭찬은 두 시간 후 건물 시찰 뒤 승차할 때도 이어졌다. "존경합니다. 저도 홍 작가님 책을 꼭 사보겠습니다!"



거듭되는 칭찬(稱讚)에 내가 더 거북스러웠다. 여하튼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칭찬이란 그런 것이다. 서양속담에 "바보도 칭찬을 하면 쓸모 있게 된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반대로 누군가를 빗대거나 칭찬은커녕 면박이나 준다면 반대현상이 빚어진다. 예컨대 "옆집 아이는 항상 (학교서) 일등 한다는데 네 성적은 왜 그 모양 그 꼴이냐?"며 야단을 친다면 어찌 될까.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따라서 부모의 그 같은 자녀 꾸중과 일종의 폄훼는 격한 반동까지 불러올 수 있는 불행의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이 재조명됐다. 1990년대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탈옥수가 바로 신창원이다.

신창원은 1997년 1월 처음으로 탈옥을 감행했다. 4개월간 하루 20분씩 작은 실톱 날 조각으로 쇠창살을 조금씩 그어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도피 중에도 그는 필요한 돈과 차 등을 계속 훔쳤고, 여성들과 사귀면서 은신하는데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원 검거에 동원된 경찰 인력만 모두 97만 명. 이후 그는 한 통의 신고 전화로 검거됐다. 신창원은 자신의 저서에 나쁜 길로 빠지게 된 계기를 적었는데 자못 의미심장하다.

초등학교 5학년 당시, 선생님으로부터 "돈도 안 가져왔는데 뭣하러 학교에 와?", "빨리 꺼져!"라는 막말을 듣고 마음속에서 악마가 생겨났다고 피력했다. 여기에 아버지의 폭행과 계모의 존재도 그가 범죄로 빠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신창원이 14살 때 도둑질로 잡혔으나 경찰관들이 훈방 조치한다. 그러나 신창원의 아버지가 다시 끌고 가 소년원에 넣어달라고 사정해 수감됐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가 아들을 빼낼 노력은커녕 오히려 범죄를 더욱 키운 셈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친일파 중의 친일파인 이완용의 아들 얘기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큰아들 이승구는 을사조약 체결 직전 젊은 나이로 숨졌다. 그런데 그 이유가 금수만도 못한 아버지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가 친일 매국의 길을 걷는 것도 고민스러웠거늘, 무엇보다 자신의 부인, 즉 이완용의 며느리와 이완용이 밀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야사에 따르면 어느 날 두 사람이 밀회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만 이승구는 "나라와 집안이 모두 망했으니 더 살아서 무엇하랴!" 외치고는 자살했다고 한다.

이완용은 아들의 죽음으로도 전혀 뉘우침이 없이, 과부가 된 며느리를 아예 첩처럼 끼고 살았다고 한다. 이게 정설이 아니고, 이완용에 대해 그런 소문이 퍼졌다는 것은 친일파에 대한 민중적 감정의 표출로 보인다는 설도 없지 않다.

하여간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이 다가왔다. 모처럼 가족들이 다 모이는 날이다. 설날은 새삼 가정교육(家庭敎育)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날이기도 하다. 돈보다 중요한 게 가족의 화목이며 사랑이다.

차례를 지낸 뒤 떡국을 나눠먹으며 가족들이 서로를 칭찬하자. 조상님들께서도 흐뭇해하실 것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미추홀구, ‘시 특색 가로수길 평가’ 최우수기관 선정
  2. 강성삼 하남시의원, '미사강변도시 5성급 호텔 유치' 직격탄
  3. 대전시, 6대 전략 산업으로 미래 산업지도 그린다
  4. [특집]대전역세권개발로 새로운 미래 도약
  5.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1. 대전상의, 청양지회-홍성세무서장 소통 간담회 진행
  2. 9개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전 토론과 협의부터" 공개 요구
  3. 이장우 시장 맞은 충남대병원, "암환자 지역완결형 현대화병원 필요" 건의
  4.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5. 공공사업 낙찰 규모 계룡건설산업 연말에 1위 탈환할까

헤드라인 뉴스


도시 체질개선 통한 `NEXT대전` 만들기 집중

도시 체질개선 통한 'NEXT대전' 만들기 집중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 체질을 완전히 개선하며 'NEXT대전'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근대도시를 거쳐 철도 중심 도시와 과학도시를 거치면서 150여만명의 인구가 살아가는 대전에 공간은 물론 산업과 문화 구조를 변화시키며, 미래 일류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대전시는 기존에 갖고 있던 대덕특구를 기반으로 한 과학도시에서 6대 전략 산업 'ABCD+QR(나노·반도체, 바이오, 우주, 국방, 양자, 로봇·드론)'을 중심으로 육성하면서 기술 사업화에 초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할 수 있게 안산, 교촌, 원촌, 장대도첨, 탑립·..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