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47. 산수경석(山水景石)

  • 문화
  •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47. 산수경석(山水景石)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20-02-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이장과 군수
[이장과 군수]는 2007년에 개봉한 방화다. 평화롭고 한적한 충청도 산골마을 강덕군 산촌 2리가 무대다.

마을 단합대회를 열던 날, 마을 이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산촌 2리는 새로운 이장을 뽑게 된다. 이번엔 젊은 놈으로 이장을 시키라는 마을 최고 어른의 말씀이 떨어진다.



이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단독후보로 나서게 된 산촌 2리 대표 노총각이 조춘삼(차승원 분)이다. 그는 얼떨결에 초고속, 최연소 이장으로 전격 선출된다.

평소 동네 노인네들과 함께 고스톱치기를 일삼고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부양하던 평범한 시골 노총각 춘삼은 그러나 갑작스러운 이장 감투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춘삼은 어린 시절, 자기 밑에서 꼬봉 노릇이나 하던 노대규(유해진 분)가 군수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묘한 경쟁심과 시기심에 사로잡힌다. 결국 대규는 최연소 군수가 되고 이들은 과거의 만년 반장과 부반장에서 이장과 군수라는 뒤바뀐 위치로 재회한다.

산촌2리를 휘어잡던 얼짱과 몸짱에 반장 출신의 현직 이장 춘삼과 어린 시절 춘삼에게 늘 치이고 맞기까지 한 아픈 트라우마의 기억 때문에 더 생색을 내는 군수 대규의 맞대결이 관객들의 배꼽을 잡는다.

지난 2주 동안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생활했던 우한 교민 366명이 퇴소했다. 이들이 탑승한 전세버스를 향해 주민들은 손을 흔들고 응원을 보냈다.

참 아름답고 훈훈한 모습이었다. 이와는 별도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머물고 있는 173명의 우한교민들이 좋은 기억을 담고 떠날 수 있도록 막바지 퇴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송기섭 진천군수가 바쁜 시간을 쪼개 현장 초소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퇴소식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요지의 보도자료와 사진이 진천군청에서 나의 이메일로 들어왔다.

하지만 말이 점심식사였지 사실은 '초라한' 컵라면을 드시는 모습이어서 마음이 짠했다. 나는 야근할 적마다 컵라면이 주식(主食)이다. 그러나 군수님은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나는 [이장과 군수]에 나오는 이장보다도 직급이 한참이나 낮은 때문이다.

아무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는 전시(戰時)에 버금가는 국가적 퇴치의 화두였다. 더욱이 우한 교민들이 입소한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속한 아산시의 수장인 아산시장님과 진천군수님은 그야말로 야전군 사령관 역할을 해야만 했다.

그동안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느라 얼마나 애간장이 타셨을까 싶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잠깐, 방화 [기생충]이라는 샛길로 빠진다. 이 영화에 산수경석(山水景石)이 등장한다.

이는 산, 골짜기, 폭포 따위의 자연 경치가 축소된 듯한 모습을 갖춘 수석(壽石)을 말한다. '산수경석'은 기우(최우식)에게 본인의 정체성을 깨닫고 자신의 길을 가게 해주는 소재로 나온다.

재물운(財物運)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던 '산수경석'이었다. 그래서 기우는 이를 빗대 "상징적인 거네"라고 말한다. 반면 딸 기정과 엄마 충숙은 "차라리 먹을 것을 사 오지"라며 불만을 드러낸다.

기우는 처음에는 재물운을 안겨 주었지만 점점 불행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뿐만 아니라 산수경석에 의해 기우는 머리가 깨지는 따위의 비극과 조우한다. 산수경석은 본디 의미는 좋았다.

그렇지만 식칼을 요리사가 쓰면 요리를 만들어 손님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지만 강도가 쓰면 흉기로 돌변하듯 결국엔 파멸로 마무리 된다. 농담이지만, 산수경석 대신 '주당경석'(酒黨卿碩)이었다면 나에게 딱 맞는 사자성어가 되었으리라.(^^)

어쨌든 경찰인재개발원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그리고 해당 지역민들께서 일심동체로 수고한 보람 덕분에 우한 교민들이 모두 건강하게 퇴소했다.

두 지역의 관계자님들과 주민 여러분들께 감사말씀 올리며 앞으로도 '산수경석'의 의미 그대로 아름답고 건강한 아산과 진천이 되길 응원한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사자성어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천안법원, 정차 차량 들이받고 도주한 40대 여성 '징역 1년 6월'
  3. 천안시의회 박종갑 의원, 경로당 안마기기 구매 과정 점검 필요성 제기
  4. 천안시의회 노종관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지역생산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본회의 통과
  5. 국립한밭대 교수 연구팀, 데이터센터 설비인프라 연구 성과 입증
  1. 행복청, 2026년 4월 중앙동 전진 배치...행정수도청 시동
  2. 충남콘텐츠진흥원 지원기업, 데이터 창업대회 대통령상 쾌거
  3. 백석대 상담대학원, 서울보호관찰소와 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4.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5. 연암대 연합팀 '7DO', 충청·강원권 공유·협업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