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톡] 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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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톡] 너 때문이야

김종진 여락인성심리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4-1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영장류 중에서 보살핌을 가장 오랫동안 필요로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부분적으로라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간다. 초자아에 위협을 느낄 때 불안을 처리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방어기제이다.

그 중에서 투사는 유치한 인격의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어기제로 성경말씀 중 마태 7장 3절의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보라 네 눈 속의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라 하겠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는 예수님 말씀은 인간의 방어기제인 투사를 지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4·15 제21대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선거 때만 되면 더 많이 느끼는 것이 상대 후보 또는 다른 당의 잘못으로 탓을 하며 자신의 표를 엇고자 남을 헐뜯기에 정신이 없다.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 테니스를 치다가 게임에서 졌을 경우 인정하지 못하고 라켓 탓을 하거나 경기장의 위치 탓을 하는 것은 경기에서 진 원인을 스스로에게 하지 않고 도구나 환경 탓을 하는 것도 투사다. 아이가 뛰어가다 넘어졌을 경우, 돌부리 탓을 하거나 "땟찌"하며 땅 바닥을 치는 것도 투사의 한 예이다. 친구와 싸우다가 선생님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며 '너, 때문이야.'를 외치는 것도 같은 예이다. 희생과 헌신을 다 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의 분노나 수치심을 은폐하기 위하여 자기 문제를 외부 대상에게 투사한 결과일 수도 있다.

A는 최근에 남자친구와 헤어진 절친 B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B의 심각한 어두운 표정을 보았다. A는 몇 년 전 자신이 겪었던 일을 떠올리면서 B가 안쓰러웠다. 'B가 남자친구로부터 거부당한 아픔 때문에 힘들어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혹시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일지 몰라서 B에게 남자친구 때문인지 물었다. 그러자 B는 깜짝 놀라며 집안 일 때문에 잠시 딴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 일은 자기가 그만 만나자고 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시원한 상태라고 했다. A는 자신의 감정을 B에게 투사했음을 알아차렸다.

이렇듯 자신 내부의 문제를 자기 밖의 다른 대상에게 '집어 던지는'것이 투사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자기 자신의 내적인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치료는 시작된다. 그것을 깨닫기까지가 쉬운 일이 아니라서 방어기제 중에서 투사가 가장 고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고통이 커지면 엉킨 실타래처럼 풀기가 어려운 것이다. 투사는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는 가장 미숙하고 가장 병적인 정신기제이며 망상이나 환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문제를 자신의 방향으로 돌려 살피다 보면 실타래를 서서히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심각한 투사는 실타래가 더 엉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는 "내 탓이오"라는 말씀도 새겨볼 만하다. 또한 투사는 정상적이고 병리적인 상태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 단지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의 차이는 개인이 투사된 내용을 타당한 것으로 믿는 정도에 달려 있다. 즉 현실 검증에 대한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 병적인 투사가 창조적인 투사로 바뀌게 되는 순간 외부세계로 문을 열게 된다.

김종진 여락인성심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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