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계장' 사회적 타살 멈춰야 한다

  • 오피니언
  • 사설

[사설]'임계장' 사회적 타살 멈춰야 한다

  • 승인 2020-05-13 17:07
  • 신문게재 2020-05-14 19면
경비원의 노동 일기 '임계장 이야기'의 저자는 또 절망했다. '머슴' 주제에 말을 안 듣느냐는 입주민의 갑질 끝에 경비원이 생사를 달리한 지금을 4년 전 자신의 경비원 시절보다 더 열악한 상황으로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공주택 경비원 또는 관리사무소 직원에 대한 입주민의 폭언·폭행은 매년 늘고 있다. 임대아파트 대상 조사에서는 폭언과 폭행, 행패, 흉기 협박 등이 과거 5년간 3700건을 넘었다. 겉으로 드러난 사례만 이 정도다.

이 시대의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일원인 경비원들은 최소한의 인격과 권리마저 팽개쳐져 있다. 층간소음 미해결을 이유로 폭행당해 사망에 이른 사연도, 차단기를 빨리 열어주지 않는다며 "개가 주인에게 짖는다"고 횡포를 당한 사건도 기억에 생생하다. 약자가 감수할 고통쯤으로 봐넘기지 말고 코로나19 위기나 다름없는 노동 실태를 무겁게 봐야 할 것이다.



반문명적인 대우는 개인을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다. 다수의 노동자들은 계약, 즉 생계 탓에 수모도 속으로 삼킨다. 시도 때도 없는 사직 압박에는 일부 입주민의 고압적인 태도가 담겨 있다. 경비원이면 무릎 꿇으라는 행태는 주인이 노비를 대하던 전근대 사회의 발상 그대로다. 국민 다수가 사는 아파트에서 일상화된 안하무인의 실상이 이렇다. 생사여탈권이라도 있는 듯이 자행되는 노동 천대를 이번 계기에 뜯어고쳐야 한다.

경비원이나 관리사무소 직원에 대한 무시나 인격 모독은 가해자 처벌로 단번에 고쳐질 일은 아니다. 입주자대표회의부터 변해야 비뚤어진 문화를 바꾼다. 신분 불안 요소를 없애는 제도적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입에 발린 존중과 배려를 꺼내기 전에 경비원을 '개'나 '머슴'처럼 인식하는 악성 민원인을 제재할 대책부터 지자체가 나서서 찾아보기 바란다. 일자리와 인권을 동시에 위협받는 취약 노동자 '임계장'의 비극을 이제 멈춰야 할 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대전시, 6대 전략 산업으로 미래 산업지도 그린다
  2. 강성삼 하남시의원, '미사강변도시 5성급 호텔 유치' 직격탄
  3. [특집]대전역세권개발로 새로운 미래 도약
  4. 대전시와 5개구, 대덕세무서 추가 신설 등 주민 밀접행정 협력
  5. 대전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사회통합 자원봉사위원 위촉식 개최
  1. 백소회 회원 김중식 서양화가 아트코리아방송 문화예술대상 올해의 작가 대상 수상자 선정
  2. 대전시 '제60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선수단 해단'
  3. 충남대·한밭대, 교육부 양성평등 평가 '최하위'
  4. 9개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전 토론과 협의부터" 공개 요구
  5. 대전경찰, 고령운전자에게 '면허 자진반납·가속페달 안전장치' 홍보 나선다

헤드라인 뉴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