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권 목원대 교수 퇴임전 "교수 대신 작가로 독백하듯 걸어갈 것"

  • 문화
  • 문화 일반

허진권 목원대 교수 퇴임전 "교수 대신 작가로 독백하듯 걸어갈 것"

오는 12일까지 목원대미술관에서 전시 지속
12명의 제자들이 마련해준 영광스러운 선물
동양화 기법으로 기독교와 평화 메시지 전달
"내 작품은 하루하루 쓰는 일기와도 같다"

  • 승인 2020-07-09 17:40
  • 신문게재 2020-07-10 7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KakaoTalk_20200709_102858788
물고기로 변한 나무토막은 무려 15년전 친구네 집에서 베어와 말린 은행나무다.
122ddd
허진권 교수는 이제는 선생님에서 비로소 작가, 예술가로 돌아온다. 예술과 종교, 과학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충남 홍성 친구네 집에서 15년 전 베어와 잘 말린 은행나무 토막은 성경 속 물고기가 됐다. 점을 찍어 구도를 만들어 가는 점묘법은 동양화와 추상화, 성화를 넘나드는 작가만의 고유한 화풍이 되어 완성도 높은 세계관을 표현한다.

교수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이제 예술가 본연으로 돌아가는 목원대 허진권 기독교미술학과 교수의 퇴임전(展)에 대한 감상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하얀색 바탕에 파란 점무늬의 물고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형태도 크기도 모습도 제각각인 이 물고기들은 성경 요한복음 21장에 나오는 내용을 표현한 작품이다. 제자들이 날마다 물고기를 잡지 못하자 예수는 그물을 "오른편으로 던지라"라고 말했다. 이에 제자들은 그 말씀을 믿고 따라 오른쪽으로 그물을 던졌고, 153마리의 물고기를 잡아 왔다는 내용이다.

허진권 교수는 "성경 내용에 그치지 않고 나는 그 배경을 인간으로 생각해봤다"며 "예수의 부활을 두 번씩 본 제자들 가운데 스승에게 배운 것을 가르치러 다닌 자가 없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 중에 4명은 이름조차도 등장하지 않는다. 나는 '이 네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인간적인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작품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153개 나무토막 중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4개 조각이 있다. 이는 어디로 갔는지, 이름도 등장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허진권 교수의 전공은 동양화다. 그러나 최근 작품들은 화폭 가득 단색으로 찍힌 점, 점으로 표현된 기독교 이야기가 대다수다.

허 교수는 "동양화의 정수는 선과 여백이다. 선도 더 압축하면 점이 된다. 내 작품 속 점들은 동양화의 핵심적 요소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동양화를 전공한 사람의 종교는 기독교, 남북 분단된 시대를 살며 평화를 외친다. 내 작품은 하루하루 쓰는 나의 일기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일기로 혹은 작품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허 교수의 의지보다는 40여 년 인연을 맺어온 제자들로 구성된 '비상전' 회원 12명의 선물이다. 지난해 심장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있을 당시 제자들이 퇴임전을 준비하겠다고 했으나, 허 교수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그들의 고마운 마음을 매몰차게 거절한 게 아닌가 해서 마음을 바꿨다. 이에 허 교수는 '아루스에서 목원까지'로 퇴임전 제목을 지어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화답했다.

앞으로 작가라는 직함에 충실해지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허 교수는 "선생을 하면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자꾸만 설명을 한다는 것이다. 시인들이 탈고하며 진액만 남기듯 나도 이제는 선생보다는 작가로서 설명하는 습관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습관을 떨쳐내면 예술의 자유, 종교의 믿음, 과학의 확증 이 세 가지 화두를 두고 혼자 독백하면서 나아가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허 작가는 '감히'라며 손사래 쳤지만, 동양화와 기독교, 평화를 주제로 던져오는 예술적 메시지를 우리는 '허진권풍'이라 불러봄 직하다.
이해미 기자 ham7239@

KakaoTalk_20200707_10244714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2. 대전시와 5개구, '시민체감.소상공인 활성화' 위해 머리 맞대
  3. 세종시 '학교급식' 잔반 처리 한계...대안 없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여현덕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인공지능(AI) 경영자과정 주임교수. KAIST-NYU 석좌교수
  5. 세종시 도담동 '구청 부지' 미래는 어디로?
  1.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2. 세종시 재정 역차별 악순환...보통교부세 개선 촉구
  3.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4. 세종시 '공동캠퍼스' 미래 불투명...행정수도와 원거리
  5.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헤드라인 뉴스


집현동 세종테크밸리 유치 전략 주효...8개 기업 유치

집현동 세종테크밸리 유치 전략 주효...8개 기업 유치

집현동 세종테크밸리 내 기업의 이탈 방지와 투자 유치에 공을 들여온 세종시. 올 하반기 전격 도입한 '첨단기업 유치 임차료 지원사업'이 모두 8개 기업 유치로 결실을 맺고 있다. 지원안은 타 지역에서 본사 이전 또는 공장, 연구소를 테크밸리로 신설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핵심은 2년간 임차료 4000만 원, 사무실 공사비 500만 원 지원에 있다. 또 지원 기업은 시 지원과 별개로 임대기업으로부터 2년 계약 기준 총 6개월의 임대료 무상혜택(렌트프리)을 추가 제공받을 수 있다. 시는 이를 토대로 지난 8월 첫 번째 사업 참여 모..

이 대통령, “지역화폐는 해당지역 상권으로 매출을 이동하는 것”
이 대통령, “지역화폐는 해당지역 상권으로 매출을 이동하는 것”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지역화폐는 매출 자체를 올리는 게 아니라 매출을 이동하는 것”이라며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확대에 따른 중복 문제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부, 지식재산처 업무보고에서 "온누리상품권 사용처를 계속 늘리면 지역화폐와 사용처가 겹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화폐에 대한 오해가 있다"며 "예를 들면 대형 유통점 또는 특정 지역으로부터 해당 지역의 지역 상권으로 매출을 이동하는 것이지 매출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며 "칸을 쳐주는 효과인..

충주 옛 조선식산은행, `관아골 아트뱅크`로 내년 새출발
충주 옛 조선식산은행, '관아골 아트뱅크'로 내년 새출발

충주 옛 조선식산은행 건축물이 '관아골 아트뱅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2026년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서 새롭게 문을 연다. 17일 충주시에 따르면 성내동에 자리한 옛 조선식산은행 건축물은 1933년 목구조와 서양식 석조 방식이 혼합돼 지어진 독특한 근대식 건축물로, 철거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으나 2017년 5월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며 보존 가치가 공식 인정됐다. 새 명칭인 '관아골 아트뱅크'는 성내동의 옛 별칭인 관아골과 예술가·청년 창작 활동의 기반을 의미하는 아트뱅크를 결합해 지어졌다. 시는 이 공간을 '역사와 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