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과학기술도시 대전, 여전히 기반형성단계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과학기술도시 대전, 여전히 기반형성단계

강병수 충남대 교학부총장

  • 승인 2020-07-14 20:40
  • 신문게재 2020-07-15 19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강병수 취재
강병수 충남대 교학부총장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인구 및 자본의 지방 분산을 꾀하고자 정부는 1973년부터 대덕연구단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대덕연구단지가 완성돼가면서 대전시도 1990년대부터 과학기술도시를 미래 비전으로 정립하고 우리나라 최초로 '과학' 이라는 명칭이 붙은 과(課)와 국(局)을 신설하여 과학기술도시로서의 도약을 준비했다.

대덕연구단지는 서울에 있던 연구소를 한 장소에 모아 놓은 단순한 연구학원도시(硏究學園都市)로 출발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 위기를 맞으면서 실업자를 구제하고 국가경제를 회복하는 첩경이 벤처기업의 창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었으므로 김대중대통령은 2000년 대덕연구단지를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만들 것을 희망하면서 '대덕밸리'로 명명·선포했다.

그리하여 대전시는 대덕연구단지를 단순한 연구학원도시가 아니라 각종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게 이전하거나, 기술을 상업화하여 창업하는 과학기술도시(science town)를 만들고자 무척 노력했다.



과학기술도시는 단계적으로 발전한다. 처음에는 기반형성단계로, 다음에는 도약단계로, 그다음에 성숙단계에 이른다. 성공적인 과학기술도시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정도 걸려 성숙단계로 진입한다.

성공적인 과학기술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인력, 기술, 재원, 노하우, 국제적 네트워크가 뒷바퀴로, 대학·연구소,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 창업중소기업, 지지집단, 대기업이나 주도기업이 앞바퀴로 자전거 바퀴살처럼 촘촘히 묶이고 맞물려 굴러가야 한다.

그러나 대전 과학기술도시는 대기업이나 주도기업으로 구성되는 바큇살 한쪽이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자전거와 유사한 형국이 되어있다. 대덕연구단지는 2000년대에 범위를 넓혀 대덕특구로 관리체제를 개선했지만, 과학기술도시로서는 여전히 초보단계인 기반형성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그 첫째 이유는 대기업이나 주도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대덕특구지역에 입주한 연구소들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지역의 중소기업에게 이전하기보다는 다른 지역 대기업들에게 주로 기술을 이전한다.

그러므로 생산되는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는 대기업이나 주도기업의 유치가 필수적이다. 대기업의 유치는 많은 협력회사나 하청기업의 유입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지역 벤처창업기업의 판매처와 구매처가 돼 벤처기업의 생존율을 높이고 타 지역으로의 이전을 막아준다.

지금의 대덕테크노밸리는 원래 대기업이나 주도기업을 유치하려고 조성한 부지였으나, 땅값 차이로 모 대기업을 청주로 밀어버린 그때의 실수가 과학기술도시로서 가장 중요한 도약단계 진입 기회를 잃어버리는 계기가 됐다.

두 번째 이유는 외국 연구소나 외국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과학기술도시에서는 적어도 입주기관의 약 10~15% 이상은 외국 기업이나 외국 연구소가 입주해 있고, 이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해외 정보를 습득·교환하거나 자연스럽게 해외 직거래 능력을 갖추면서 경쟁력을 가진다. 그러나 대덕특구에는 외국 기업이나 외국 연구소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대전은 여전히 과학기술도시 발전의 초기 단계인 기반형성단계에 머물고 있다. 대전이 과학기술도시로 도약했거나 성장했다면 도시의 산업구조는 첨단산업 위주가 됐을 것이고, 과학기술도시는 시민들의 생업과 크게 관련을 맺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일상생활이나 생업과는 여전히 큰 관련성을 맺지 못하고 명목상의 과학기술도시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강병수 충남대 교학부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양주시, 옥정물류창고 2부지 사업 취소·용도변경 양해각서 체결
  2. 노희준 전 충남도정무보좌관,'이시대 한국을 빛낸 청렴인 대상'
  3. 천안시농업기술센터, 2026년 1~2월 새해농업인실용교육 추진
  4. 천안법원, 토지매매 동의서 확보한 것처럼 기망해 편취한 50대 남성 '징역 3년'
  5. 천안문화재단, 2026년 한 뼘 갤러리 상반기 정기대관 접수
  1. [독자칼럼]센트럴 스테이트(Central State), 진수도권(眞首都圈)의 탄생
  2. 대전 아파트 화재로 20·30대 형제 숨져…소방·경찰 합동감식 예정
  3. 천안중앙도서관, '1318채움 청소년 놀이터' 운영
  4. 은둔고립지원단체 시내와 대전 중구 청년센터 청년모아 업무협약
  5. 백석대학교 물리치료학과, 성장기 아동 척추 건강 선제적 관리 나서

헤드라인 뉴스


성착취 피해 호소 대전 아동청소년 크게 늘어…"기관간 협력체계 절실"

성착취 피해 호소 대전 아동청소년 크게 늘어…"기관간 협력체계 절실"

<속보>대전에서 청소년이 성착취 범죄 피해자가 되는 사건이 18세 이하 전 연령에서 증가 추세이며, 대전경찰이 파악하는 사건에서도 저연령화가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의 이러한 피해는 남성에게도 발생하는 중으로, 경찰과 교육청, 아동청소년지원센터의 통합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중도일보 12월 15일자 6면 보도>대전경찰청이 '대전지역 성착취 피해청소년 지원체계 현황 및 대안' 토론회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2024년 대전에서 아동·청소년(18세 이하)에게 접근해 성착취물 제작과 배포, 대화 등의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대전·충남통합 추진 속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 `3자 구도`로
대전·충남통합 추진 속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 '3자 구도'로

대전·충남통합 추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이 3파전으로 재편된다. 출마를 고심하던 장종태 국회의원(대전 서구갑)이 경쟁에 뛰어들면서다. 기존 후보군인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장철민 국회의원(대전 동구)은 대전·충남통합과 맞물려 전략 재수립과 충남으로 본격적인 세력 확장을 준비하는 등 더욱 분주해진 모습이다. 장종태 국회의원은 29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그동안 장 의원은 시장 출마를 고심해왔다.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며 민주당의 대전·충청권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해야 한..

정부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진정세… 지역경제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정부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진정세… 지역경제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이 정부의 본격적인 시장 개입으로 1440원대로 내려앉았다. 지역 경제계는 가파르게 치솟던 환율이 진정되자 한숨을 돌리면서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우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8일 금융시장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40.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4일 1437.9원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주 초 1480원대로 치솟으며 연고점에 바짝 다가섰으나, 24일 외환 당국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