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작품을 수놓은 무수한 정체성과 사랑… '소녀 연예인 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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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작품을 수놓은 무수한 정체성과 사랑… '소녀 연예인 이보나'

한정현 지음│민음사

  • 승인 2020-07-15 06:54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소녀연예인이보나
 민음사 제공
소녀 연예인 이보나

한정현 지음│민음사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첫 장편 『줄리아나 도쿄』로 제43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한정현의 첫 소설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가 출간됐다.

소설집에는 8편의 단편이 연작처럼 엮여있다. 인물들의 이름은 작품을 건너다니며 등장한다.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속 남장 소설가 '경준'의 본명은 '경아'인데 이 이름은 「조만간 다시 태어날 작정이라면」의 등장인물 '경아'와 같다. 또한 「소녀 연예인 이보나」에서 '주희'가 극단 동지이자 잊을 수 없는 한 사람 '이 씨'에게 주고 싶었다던 이름 '이보나'는 「오늘의 일기예보」의 주인공 '나'의 이름이 된다.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과 「소녀 연예인 이보나」의 시간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이며, 「조만간 다시 태어날 작정이라면」과 「오늘의 일기예보」의 시간은 2019년의 어느 날로 반세기가 넘게 차이가 난다. 마치 전생과 현생 같다. 작가는 이름과 함께 인물들의 운명을 겹쳐놓았다. 한 이름의 생애가 끝나면 같은 이름의 다른 생애가 다시 시작되듯이, 이름은 사라지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우리로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영원한 질문이 된다.

다른 무늬의 천 조각을 이어 만든 퀼트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소설들 속에는, 슬픔을 대물림 받고 강한 마음을 지키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말하고 스치고 흩어진다.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크로스드레서와 그 밖의 무수한 화살표를 지닌 정체성과 사랑이 색색의 천으로 나부끼며 제 모습을 드러낸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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