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비단보에 싸인 개똥으로 살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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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비단보에 싸인 개똥으로 살아서야!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 승인 2020-07-3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리 주변에는 따뜻한 가슴으로 사람냄새 풍기며 감동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편에는' 비단보에 싸인 개똥 '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삭막한 우리 현실이 어둠의 늪이 되지 않도록 불쏘시개 역할로 사는 분들이 있어 우리 인간 사회의 미래는 그래도 희망적이다.

다음은 희망적인 불쏘시개로 살아가는 사람과'비단보의 개똥'으로 사는 사람들의 체취를 느껴보고자 한다.

나는 주 7일 중 수요일 금요일은 할머니들 문해교육을 하러 가는 날이다.



그런데 교육장(YWCA) 갈 때마다 갈마 전철역 근처에서 만나는 분이 있다. 그분은 바로 정낙중 선생님이신데 80년대 초반 충고에서 3학년 담임을 같이 하신 분이다. 이 선생님은 비굴하지 않고 의롭게 사시면서도 가슴이 따뜻한 분이셨다. 그런 선생님을 우연찮게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예나 지금이나 훌륭한 모습으로 사시는 것 같아서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 뵈었다.

노상에서의 서로 바쁜 시간이라 간단한 인사와 근황을 묻는 정도로 갈 길을 달리했다. 사모님께서는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으로 나진요양병원에 입원중이신데 희망조차 가져볼 수 없는 모습으로 누워 계신 지 벌써 몇 년 째라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누리 아파트에서 요양병원까지 걸어서 개근을 하시는 갓이었다. 사람을 몰라보는 사모님이신데도 매일같이 마나님 보러 병원에 가신다니 정말 훌륭하시다고 했더니,

"환자는 날 알아보지 못해도 나는 아내를 알아볼 수 있으니 가 봐야죠"라고 했다.

정문일침격인 그 한 마디에 가슴이 뜨끔했다. 동시에 짤막한 그 한 말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아무리 부부이지만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는 마나님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성과 사랑으로 돌보려 하는 가슴 따뜻한 인간적인 면이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사람냄새 물씬 풍기며 사는 선생님의 옷깃까지 아름답게 보였다. 가슴이 따뜻한 선생님의 손길, 발길이라서 그런지 그 아름다운 마음을 방부제 처리라도 하여 오래오래 보관하고 싶었다.

훌륭한 선생님 이야기를 하다 보니 미담의 주인공 김밥 할머니가 떠오른다.

충남대를 방문할 때 교문 바로 정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정심화홀이란 큰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에서는 모든 문화적인 크고 작은 행사를 비롯하여 각종 다양한 행사가 치뤄지고 있다.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충남대가 투자해서 지은 건물로 알기 쉬운데, 여기에는 마음 느껍게 하는 아름다운 일화가 숨어 있다.

이야기를 하자면 정심화홀이 있게 된 것은 이복순(정심화 보살; 법명) 김밥할머니 이시다. 이 정심화 보살 김밥 할머니는 평생 김밥 장수로 번 돈을 충남대에 희사한 것이다. 김밥 장사해서 번 돈 현금 1억 원과 부동산 시가 50억 원을 충남대에 쾌척했다는 것이다.'정심화'는 할머니가 보살로 활동할 때 받은 법명이라 한다.

충남대는 이복순 할머니께서 희사한 그 돈으로 장학 재단을 만들어 매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니 할머니께서 댕겨 놓은 자선사업의 그 불씨는 영원할 것이다.

각박한 현실이지만 이런 할머니와 같은 가슴 따듯한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분들이 계시기에 우리 현실은 밝은 빛으로 명맥을 이어가리라 생각한다.

우리 속담에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말이 있다.

잘나지도 못하고, 돈도, 배운 것도 없지만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사회를 위해서 일하고 부모님을 정성으로 효심으로 모시는 사람도 있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내면에서 뿜어 나오는 인간미 넘치는 대인관계를 가지는 사람도 있다. 이 속담은 이런 분들을 일컬을 때 동원되는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또 우리 속담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도 있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은 고향을 떠나 객지로 나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농사를 지으면서 부모님 모시고 효도하며 고향을 지킨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인간성 상실이 돼가는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두 속담의 주인공으로 살아, 인간성 부활에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 주변에는 예화처럼 아름다운 삶을 사는 훌륭한 분들도 많지만 한편엔 이맛살 찌푸리게 하는,'비단보에 싸인 개똥'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어 가슴을 무겁게 한다.

내가 사는 갈마아파트 후문 가는 입구에 s마트가 있는데, 이 마트가 들어서기 전 바로 그 자리에 조그만 간이건물이 있었다.

간이건물엔 두 세대가 임대를 받아 장사를 했는데 한 쪽은 잔치국수 파는 집, 바로 옆자리엔 여든이 넘은 할머니가 떡볶이에다 조기 새끼, 새우젓, 바지락을 팔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새벽 장을 봐서 물건을 싣고 오면, 할머니는 밤 이슥하도록 그걸 팔아 근근이 삶을 꾸려나가는 것 같았다. 밤 귀가 길에 보이는 할머니의 딱한 모습에 떡볶이 2인분을 샀다. 떡볶이를 먹으며 세상사는 얘길 하다가 그 연세에 할머니는 아들딸이 없느냐고 여쭤보았다.

할머니께서는 아들 형제가 있는데 장남은 명문대 출신 부부교사이며, 차남은 사업을 한다고 하셨다. 차남은 숱한 돈 다 없애고 간간이 와서 어렵게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도와 달라며 행패를 부린다는 것이었다. 돈이 필요할 때나 부모를 찾는 불효막심한 새끼들이라며 있으나마나한 것들이라면서 신세타령을 하셨다. 울상이 되어 눈물짓는 할머니의 애처로운 모습은 노부부 개인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진면목을 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키울 때만 자식이지 장성하면 남이다'라는 얘기가 왜 이리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다. 자식들이 본 체 만 체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벌이를 해야 살 수 있다. 때문에 할아버지는 고물 다된 소형 트럭 하나 끌고 이른 새벽 농수산 시장가서 무 배추 파 몇 단에 조기새끼 한 궤짝 사다가 마나님께 팔게 하고, 할아버지는 틈틈이 폐휴지와 포장용 박스를 줍느라 콜록거리는 기침소리는,'비단보에 싸인 개똥 '으로 사는 '사람 닮은 짐승들'을 질타하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팠다.

사람은 '잘났거나 못났거나, 부자이거나 가난뱅이거나, 학벌이 좋거나 나쁘거나, 미인이거나 추물이거나, 권세가 있거나 없거나, 직위가 높거나 낮거나'를 불문하고 사람의 가슴으로 살아야 한다.

제 아비 어미 우습게 알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짐승들이 아무리 머리가 좋으면 뭐하며, 잘 생겼더라도 어디다 써 먹을 수 있겠는가!

인생 사양길 걷는 부모에게 한숨이나 쉬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는 자식들이 천하수재이면 뭐 하고, 천하의 권세가, 백만장자이면 무엇 하랴!

부모형제 가슴 아프게 멍들게 하는 존재들이 국가사회의 동량지재가 될 수 있겠는가!

비단보에 싸인 개똥으로 살아서야!

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

나는 비단보에 싸인 개똥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나는 비단보에 싸인 냉혈 가슴으로 사는 것은 아닌지?

나는 비단보에 싸인 무쇠 덩어리로 사는 것은 아닌지?

나는 비단보에 싸인 짐승의 가슴으로 사는 것은 아닌지?

인생살이 바로미터의 눈금을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우리는 '비단보에 싸인 개똥'이나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빛도 좋은 개살구'로 살아야겠다,

우리 모두는 사람의 따듯한 가슴으로 살아야갰다.

만물의 영장이란 사람이 비단보에 싸인 개똥으로 살아서야!

나도 혹시 비단보에 싸인 개똥으로 사는 삶은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어 볼 일이다.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남상선210-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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