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46강 하백취부(河伯娶婦)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46강 하백취부(河伯娶婦)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11-2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46강 河伯娶婦(하백취부) : (매년) 처녀를 취하여 장가드는 물귀신

글 자 : 河(강이름 하) 伯(맏 백) 娶(장가들 취) 婦(며느리 부 / 여자 부)



출 전 : 열국지 7부, 전국칠웅(列國志 7部 全國七雄)/史記滑稽列傳(사기골계열전)

비 유 : 사회를 어지럽히는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일없이 밥만 축내는 사람들)자들 과 힘없는 백성들을 못살게 구는 악덕관리를 제거하는 훌륭한 목민관을 비유



중국 대륙에는 두 개의 큰 하천이 있다. 하나는 장강(長江), 즉 양자강이고, 또 하나는 황하(黃河)다. 일반적으로 장강은 '강(江)'이라고 부르고, 황하는 '하(河)'라고 부른다. 하백(河伯)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황하를 관장하는 물의 신이다.

황하는 중국 대륙 북부를 흐르는 총연장 5464㎞의 큰 강이다(서울과 부산의 거리는 480㎞다). 황토 지대를 통과하기 때문에 언제나 물빛은 황갈색이며, 밑으로 내려갈수록 강폭이 넓어져 어떤 곳은 마치 바다처럼 보이기도 한다. 황하 유역은 중국 고대문명의 발상지이며, 중국을 대표하는 전설을 많이 품은 강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강의 신(神)은 변신하는 능력이 있으며, 어떤 때는 사람의 모습, 또 어떤 때는 용(龍)의 모습으로 변한다고 생각했다. 하백(河伯)에서 백(伯)은 맏이나 우두머리를 뜻하기도 하지만 친밀함을 나타내는 경칭(敬稱)으로 쓰이기도 한다.

위(魏)나라의 문후(文王, B.C.445 ~ 396) 시대에 서문표(西門豹)라는 매우 강단(剛斷)이 있고 정사(政事)에 밝은 인물이 업(?)고을의 유수(留守)를 맡게 된 일이 있었다.

문후(文王)는 그에게 유수의 직분을 내리면서 하남성의 어지러운 질서와 백성들의 고통을 반드시 해결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서문표는 부임하자마자 곧장 지역의 장로(長老)들을 불러 모아서 그들의 고민거리를 들었다. 장로들은 "하백(河伯)이 처녀를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항상 궁핍(窮乏)할 수밖에 없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모두 굶어죽고 말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매년 하백에게 바치는 처녀를 사기 위한 준비금으로 많은 세금을 내야하고, 남은 돈은 굿을 담당하는 늙은 무녀(巫女)와 그 제자들, 그리고 삼로(三老/호족)와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이 나누어 가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해마다 때가 되면 무녀가 집집마다 돌면서 아름다운 처녀를 찾아내 "이 처녀가 하백의 아내감이다"라고하면서 데려가기 때문에 처녀가 있는 집은 모두가 먼 곳으로 도망을 쳐서 마을의 사람마저 줄어들고 있다고 장로들은 하소연했다.

"만약 하백의 아내가 되는 것을 거부하면, 하백이 진노해서 홍수를 일으켜 논밭이 물에 잠기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도 모조리 익사(溺死)시켜버린다고 합니다."

장로들의 이야기를 듣고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서문표가 입을 열었다. "다음번에 하백에게 아내를 바치는 때가 오면, 관리와 무녀, 그리고 아내가 될 처녀의 집안사람들을 모두 강가에 데려오시오. 나도 한번 지켜보겠소."

이윽고 하백에게 아내를 바치는 때가 되어 무녀와 그 제자들(20명)과 삼로(三老), 탐관오리들은 처녀를 데리고 강가로 모였다. 서문표는 무녀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이 처녀는 아름답지가 않은데……. 무녀 할멈, 지금 당장 물에 들어가 하백에게 아뢰시오. 나중에 아주 아름다운 처녀를 바치겠다고."

그러고는 부하들에게 명령해서 무녀노파를 강 속에 던져버렸다.

무녀가 강에 빠져 나오지 않자 조금 있다가 "무녀 노파는 너무 늙었다는구나. 그렇다면 제자들이 들어가 보라."

서문표는 부하를 시켜 무녀의 제자 3명을 강으로 던졌다.

그리고 잠시 후에, "무녀들은 여자라서 사정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구나. 그렇다면 삼로(三老)와 관리들께서 한번 들어가 보시는 것이 어떻겠소"라고 하면서 삼로와 관리 몇 명도 강에 던졌다.

남은 관리들은 얼굴이 흙빛이 되고, 등에 땀을 흘리면서 벌벌 떨고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살려달라고 빌었다.

서문표는 마을의 관리들과 무녀가 결탁해서 사람들을 쥐어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건이 있고 난 후에야 과중한 세금을 부과해서 하백에게 처녀를 바치게 하는 풍습은 없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서문표는 아전, 호장 및 삼로의 재산들을 몰수하여 그들에게 착취당한 백성들에게 다시 돌려주도록 하고 장가들지 못한 청년들과 무녀 제자들과 결혼을 시키는 등 하남성은 정상을 찾았고 관개시설(灌漑施設)을 확충하여 홍수를 막아 해마다 풍년을 기약했다.

강단 있고, 정사(政事)에 밝은 한 사람의 태수가 많은 백성을 구하고, 악독한 무당과 그와 결탁한 탐관오리를 척결하여 고을의 평화를 회복하는 통쾌한 사건은 정치가들에게 대대로 목민관(牧民官)의 귀감(龜鑑)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기세가(史記世家)에 "나라가 장차 흥하려면 반드시 상서로움인 군자는 등용되고 소인은 퇴출되며, 나라가 장차 망하고자할 때는 현자는 숨고, 어지러운 신하만 귀하게 된다.(國家將興必有禎祥 君子用而小人退 國家將亡 賢人隱亂臣貴/국가장흥필유정상 군자용이소인퇴 국가장망 현인은난신귀)"는 말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사정은 백성들의 삶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모든 사회질서가 분열로 파괴되어 혼란스럽고, 순리(順理)가 역행하여 세상이 거꾸로 간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도자급들은 국민을 속이고 자기 체면을 세우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나라가 빚더미에 앉던, 국민이 고통으로 얼룩지던 빚을 내어서라도 표(票)얻기만 혈안이니 안타까운 마음 어찌 필자 혼자만이겠는가?

이 시대 힘이 없어 고통 받는 국민을 구할 수 있는 현명하고 용기 있는 서문표(西門豹)는 진정 없는 것인가?

장상현/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방학 땐 교사 없이 오롯이…' 파업 나선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처우 수면 위로
  2. 제1회 국제파크골프연합회장배 스크린파크골프대회 성료
  3. 국제라이온스협회 356-B지구 강도묵 전 총재 사랑의 밥차 급식 봉사
  4. 정부 유류세 인하조치 이달 말 종료 "기름 가득 채우세요"
  5. 대전사랑메세나·동안미소한의원, 연말연시 자선 영화제 성황리 개최
  1. 육상 꿈나무들 힘찬 도약 응원
  2. [독자칼럼]대전시 외국인정책에 대한 다섯 가지 제언
  3. '경기도 광역교통망 개선-철도망 중심’ 국회 토론회
  4. [2025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안전지식 체득하는 시간되길"
  5. 2025년 한국수어통역방송 품질 향상 종합 세미나

헤드라인 뉴스


국민의힘 대전-충남 통합 엇박자…동력저하 우려

국민의힘 대전-충남 통합 엇박자…동력저하 우려

대전 충남 통합이 내년 지방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여야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엇박자 행보가 우려되고 있다. 애초 통합론을 처음 들고나온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등은 이슈 선점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초당적 협력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보수 야당 지도부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밋밋한 스탠스로 일관하면서 정부 여당 때리기에만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통일교 게이트를 덮으려는 이슈 전환용은 아닌지, 대통령이 관권선거에 시동을 거는 것은 아..

대전의 스타 류현진.오상욱, 꿈씨 패밀리를 만나다
대전의 스타 류현진.오상욱, 꿈씨 패밀리를 만나다

대전의 대표 스포츠 스타인 한화이글스 류현진 선수·펜싱 국가대표 오상욱 선수와 꿈씨패밀리의 콜라보 굿즈가 23일 출시된다. 22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7월 류현진 선수와 오상욱 선수의 소속사, 대전관광공사, 대전디자인진흥원과 함께 '류현진·오상욱×꿈씨패밀리 굿즈 공동브랜딩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대전디자인진흥원이 선수별 품목 디자인을 완성했고, 대전관광공사가 제작과 유통, 판매를 맡았다. "우주올림픽 준비 대작전! 꿈씨패밀리 지구 특훈 모험!"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각 캐릭터는 선수 특유의 귀여움과 훈훈..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확정, 2026년 이렇게 조성한다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확정, 2026년 이렇게 조성한다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의 '모두가 만드는 미래'가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최종 당선작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강주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한 진행 상황과 결과를 공표했다. 이번 공모는 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직무대행 이상욱. 이하 LH)와 공동으로 추진했다. 당선작은 행복도시의 자연 경관을 우리 고유의 풍경인 '산수(山水)'로 해석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적 풍경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특징은 △국가상징구역을 관통하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