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네가 학창시절 한 일을 알고있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네가 학창시절 한 일을 알고있다

  • 승인 2021-02-24 10:20
  • 수정 2021-05-12 15:05
  • 서혜영 기자서혜영 기자
서혜

'나도 당했다'. '학폭(학교 폭력)미투'가 체육계를 넘어 연예계, 일반인으로까지 번지며 사회가 시끄럽다. 처음 쌍둥이 여자 프로선수 이재영, 이다영 자매 등 배구계에서 시작된 가해 폭로는 이제 야구선수, 아이돌 가수, 배우 등 이름을 일일이 거명할 수조차 없을 만큼 많아졌다. 날마다 업데이트 되는 유명인 가해자 명단을 지켜보니 폭로가 쉬이 끝날 것 같지도 않다.

사태를 지켜보며 '역시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구나' 일말의 안도감 마저 든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해자들 역시 가슴을 졸이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미디어 속에서 웃고있는 가해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피해자들은 얼마나 분노했을까.



가해자들은 공통되게 이야기 한다. 어린 날의 철없던 행동이었다고. 누군가의 소중한 학창 시절을 '한때의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피해자들의 상처가 너무 크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학교, 학업을 배우며 친구들과의 우정을 쌓기에도 모자랐던 소중한 학창 시절이 폭력에 대한 기억으로 얼룩졌다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사실 그동안 학교폭력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묵인하고 있었던 곪아터진 상처였다. "애들이 다 싸우면서 크는 거지"라며 아이들의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의 곁에는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왕따를 당하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들이 있었다. 부끄럽게도 나 역시 그들의 모습을 방관했던 것 같다.



학부모가 되고 나니 학교폭력 문제가 남 일 같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2년 전 첫째 아이를 학교에 보내며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은 공부보다도 친구들과의 교우관계 였다. '우리 아이가 친구들에게 사랑받고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냈으면' 국어, 수학 문제를 더 잘 푸는 것은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었지만 친구들 간의 문제는 부모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가해 학생들이 그토록 욕하고 때렸던 아이들은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이자 형제자매였다. 학교폭력은 피해자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에게까지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행위다. 문제는 학교폭력 피해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인간관계나 성격 형성에 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졸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자신의 상처는 현재진행형이라는 한 피해자의 인터뷰가 잊혀 지지 않는다. 피해자는 그 이후 자신감을 잃고 소극적인 경향을 띠게 돼 아직까지도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힘들어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의 '학폭 미투' 사태가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남을 괴롭히면 반드시 나중에라도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서혜영 디지털룸 2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행복로 통큰세일·빛 축제’로 상권 활력과 연말 분위기 더해
  2. [2026 신년호] AI가 풀어준 2026년 새해운세와 띠별 운세는 어떨까?
  3. '2026 대전 0시 축제' 글로벌 위한 청사진 마련
  4. 대성여고 제과직종 문주희 학생, '기특한 명장' 선정
  5. 세종시 반곡동 상권 기지개...상인회 공식 출범
  1.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2. 세밑 한파 기승
  3. 2025년 가장 많이 찾은 세종시 '관광지와 맛집'은
  4. '일자리 적은' 충청권 대졸자 구직난 극심…취업률 전국 평균보다 낮아
  5. 중구 파크골프協, '맹꽁이 서식지' 지킨다

헤드라인 뉴스


`영하 12도에 초속 15m 강풍` 새해 해돋이 한파 대비를

'영하 12도에 초속 15m 강풍' 새해 해돋이 한파 대비를

31일 저녁은 대체로 맑아 대전과 충남 대부분 지역에서 해넘이를 볼 수 있고, 1월 1일 아침까지 해돋이 관람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전기상청은 '해넘이·해돋이 전망'을 통해 대체로 맑은 가운데, 대부분 지역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다만, 기온이 큰폭으로 떨어지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야외활동 시 보온과 빙판길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31일 오전 10시를 기해 대전을 포함해 천안, 공주, 논산, 금산, 청양, 계룡, 세종에 한파주의보가 발표됐다. 낮 최고기온도 대전 0도, 세종 -1도, 홍성 -2도 등 -2~0℃로 어..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30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구..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서울 고척 돔구장 유형의 인프라가 세종시에도 들어설지 주목된다. 돔구장은 사계절 야구와 공연 등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문화체육시설로 통하고, 고척 돔구장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돔구장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20년 전·후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으나, 행복청과 세종시, 지역 정치권은 이 카드를 수용하지 못했다. 과거형 종합운동장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청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고무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서다. 결국 기존 종합운동장 구상안은 사업자 유찰로 무산된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 세밑 한파 기승 세밑 한파 기승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