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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일보는 창간 70주년 과학의 날을 맞아 오랜 시간 국내 과학기술 발전을 동행한 국내 과학기술인 중 한 명인 한민구 과학기술한림원장을 만났다. 한민구 과학기술한림원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현 수준과 앞으로 가야 할 각 분야에서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견해를 털어놨다. 오랜 시간 과학기술계의 숙제인 인재 양성과 과학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같이 뚜렷한 답이 정해져 있지 않는 질문에도 성심껏 생각을 꺼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한림원도 바빴을 것 같다. 코로나19 시대 한림원은 어떤 시간을 보냈나.
▲코로나19 사태로 다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한림원은 국제심포지엄 등을 온라인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오히려 더 많은 해외 전문가들과 학술적 교류 성과를 얻었다. 미국이나 유럽에 있는 과학자들이 물리적으로 한국에 오기는 어렵지만 온라인상으로 추진하면 시간과 경비가 대폭 축소돼 오히려 더 활발한 학회를 추진할 수 있었다. 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학술적 활동을 10회가량 추진해 보람이 있었다.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인간에게 과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철학적인 질문이다. 인간의 지적호기심, 예컨대 '별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도 과학적 탐구 정신으로 시작한 것이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역사란 기초과학과 현실적인 문제를 손대게 되는데, 천동설이나 지동설은 과거 신의 영역에 있었던 것을 과학의 영역으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진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와 과학 현상을 분석하는 것에서 실용화 영역까지 과학이 차지하는 영역이 커졌다. 측량과 별을 못 보면 항해를 못 했는데 현대에 와서도 반도체를 시작으로 과학기술 문명이 싹트고 어떤 질병의 백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인간의 삶을 즐겁게 해 주고 경제적 혜택도 많이 가져다준다. 과학자를 즐겁게 해 주는 것보다 국민과 같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 준다는 면에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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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67학번이다. 당시엔 '조국 근대화'가 국가의 명제였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조국 근대화를 위해선 산업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엔지니어가 돼야겠다는 마음으로 공과대를 선택했다. 수학을 좋아하기도 했고 선친의 영향도 있었다.
대학 시절엔 대학에 왔으니 열심히 하자는 각오였다. 60년대 우리나라 대학은 매일 민주화를 위한 데모가 일어났다. 사회를 바꾸고 싶었던 열망이 있던 때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산업화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서 갈등도 많았다. 내 전공 분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OLED 분야인데 태양전지를 많이 공부했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반도체로 시작된 건데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25년, 30년 전까지만 해도 이쪽 분야 모든 기술은 일본을 따라가지 못했는데 IMF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 과학기술자로서 정말 행복하고 좋은 시대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한 일이다.
-과학기술의 꾸준한 발전을 위해선 어린이와 청소년이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한림원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한림원은 석학과의 대화를 통해 회원들이 초중고를 찾아가 특강을 하고 있다. 살아온 이야기나 새로운 과학기술을 알리는 내용이다. 1년에 40회 정도 진행한다. 이런 강연도 있지만 유튜브가 재밌는 게 많아서 다른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학생들이 예전에는 로봇을 좋아했다. 요즘은 유튜브나 게임을 더 좋아하지 않는가. 인터넷에 빠져서 유튜브만 보고 패턴이 바뀌는 게 걱정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을 알리는 방식도 예전 방식이 아닌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는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가 전 세계 최고 수준에 돌입했다. 우수한 연구자들이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백신을 개발하는 것도 연구자들의 기초연구는 물론 산업체에서 주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산학 협력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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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묘지의 공간이 한정돼 있어 쉽지 않은 부분이다. 추진됐으면 하지만 띠를 두를 순 없지 않겠나. 동작동 서울현충원은 자리가 없고 대전현충원은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가 과학기술인을 인정해 주고 예우 차원에서 추진해 주면 좋은 건데 쉽지가 않다. 국회에서도 원칙적으로는 동의하고 있지만 공간적 문제가 가장 크다. 계속 노력하고 있다.
-과학기술유공자를 매년 선정하고 있다. 의미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는 부분에선 아쉬움도 있을 것 같은데.
▲발굴위원회를 거쳐 1·2차와 최종심사를 거쳐 지난해 9분을 선정했다. 매해 선정 작업을 하는데 홍보를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대중성이 없는 분야도 있어서 어떻게 알릴 것인가가 숙제다. 예를 들어 수학 분야에서 학술적인 부분에 성과를 냈지만 알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노벨상 성과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지 않나. 만화나 영상으로 쉽게 풀어내려고 하고 있다.
-과학기술인 위상 제고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나 제도가 있다면.
▲참 어렵다.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투자는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성과는 무엇이냐. 성과가 나오면 위상이 올라가는데, 국제적인 기준으로 볼 땐 더 노력을 해야 한다. 두 가지인데, 위상이 올라가려면 과학자가 행복해져야 한다. 상대적 평가에 달려 있다. 대덕특구에선 연구자들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고령화에 따라 정년을 연장할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있다. 미국에서 대학교수 생활을 오래 했는데 미국은 정년이 없다. 수정헌법 1조엔 나이나 성별 등으로 차별받으면 안 된다고 돼 있다. 대학도 정년이 없애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연봉을 조정한다. 우리나라는 연공서열 때문에 어려워 실현하기 쉽지 않다.
원로 과학자의 역할이 무엇일까. 경제적 지원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출연연과 대학의 정년 인력이 너무 아깝다. 우리 사회 구심력이 젊은 쪽으로 가고 있는데 고령화 시대에 따라 선별적으로라도 국민적 타협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과학의 날, 과학기술인과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 세계에 과학의 날이 있는 나라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와 정부가 과학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라고 본다. 축제라기보다 과학기술의 날로서 무거운 책무를 느낀다. 국민적 기대가 큰데, 과학기술인이 어떻게 더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학술적으로도 국제적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역할과 임무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과학기술은 단기간에 크게 발전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분야다. 정부가 지속적인 지원을 해 주면 많은 성과가 나오리라 확신한다. 의학이나 법학은 국가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분야라면 과학기술은 국제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분야다.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국제적 경쟁도 치열하다. 백신에서 보다시피 아직 우리나라는 갈 길이 멀다. 사회와 정부는 꾸준한 지원을 해 주고 과학기술인은 분발해야 한다. 한림원 차원에서 국민에게 다가가는 과학기술을 어떻게 알리고 영향을 줄지도 늘 고민하겠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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