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애린왕자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애린왕자

  • 승인 2021-04-07 00:00
  • 안미현 기자안미현 기자
안미현
어슴푸레 해 뜰 때쯤 됐을랑가 웬 얼라가 낼 깨아가 시껌했다아이가. "저기… 양 한마리만 기레도." "뭐라카노." "양 한마리만 기레달라켔는데."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중 한 장면이다. 어린왕자가 사막에 누워있는 주인공에게 양을 그려달라는 이야기는 어린왕자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알 정도로 유명하다. 최근에 서점에 갔다가 경상도 사투리로 쓰였다는 '애린왕자'를 발견하고 나는 심란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구수한 말로 어린왕자를 채근질 하는 '나'와 그보다 더 구수해 돼지국밥이 느껴지는 어린왕자.



엔터테인먼트 요소로는 충분한 매력이 있지만, 문학적 가치로는 의문이 든다.

한국의 어린왕자 사랑은 뜨겁다. 필자도 여우와 어린왕자의 대화는 지금도 종종 찾아볼 정도로 좋아한다. 그럼에도 한 문학작품으로부터 이리도 다양한 파생 책들이 있다는 것은 인상적이다. 영어로 읽는 어린왕자, 아이들을 위한 어린왕자, 필기체로 써보는 어린왕자 등등. 게다가 사투리로 쓰인 어린왕자라니. 마케팅인지 문학인지 모호하다.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독서량 꼴찌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문체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6.1권이다. 2017년의 결과에 비해 2.2권이나 감소했다. 학생들의 결과 또한 추이가 좋지 않은데, 초등학생 69.8권에서 고등학생 8.8권으로의 감소를 보인다. 저학년때는 독서량이 많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현저하게 줄어든다. 그 원인은 '실질 문맹률'에 기인한다. 대한민국의 실질 문맹률은 75%에 달한다. 고학년이 될수록 내용이 어려워지니 활자를 기피한다는 뜻이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빠른 인터넷과 트렌디한 국민들은 우리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영상과 카드 뉴스 등을 통해 너무나 쉽게 제공되는 정보에 국민 전체의 문해율이 낮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대형서점을 방문해봐도 항상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책과 커피를 즐기는 사람, 문구 코너를 둘러보는 사람들, 사무용품을 구매하러 온 사람들 등등. 책을 구매하는 공간인 서점이 다채로워지며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민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횟수가 꾸준히 4회를 넘는 나라는 인구가 35만밖에 되지 않는 아이슬란드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유일하다. 개인적으로 이는 국민의 독사량 신장의 기회라 생각했다. 책이 많은 공간으로 사람들이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기는 문화가 정착했으니 여기서 조금 더 궁리를 해 책으로 손을 뻗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우리만의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미현 편집2국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베일 벗은 대전역세권 개발계획…내년 2월 첫삽 확정
  2.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 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놓고 '설왕설래'
  3. 전국 학교 릴레이 파업… 20일 세종·충북, 12월 4일 대전·충남
  4. [기고] 디지털포용법과 사회통합
  5. 어기구 의원, ‘K-스틸법’ 후속 국가재정법 개정안 대표 발의
  1. 양상추 가격 급등 현상에 대전 소상공인도 직격탄... 높아진 가격에 한숨만
  2. '사건 25%↑' 대전경찰, 우수부서 찾아 시상…서부署·중부署 등
  3.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4. 대전상의-국정원 '기업 기술유출 예방 설명회' 개최
  5. 설동호 교육감 시정연설 "모두 균등한 기회 누리는 든든한 대전교육 만들 것"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집값 `온도차`… 대전·충남은 감소, 세종·충북은 상승

충청권 집값 '온도차'… 대전·충남은 감소, 세종·충북은 상승

충청권 부동산 가격이 지역별로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전과 충남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간 반면, 세종은 오름폭을 키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충북은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셋째 주(1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가격은 0.07% 올랐다. 전주(0.06%)보다 0.01%포인트 오른 수치인데, 서울과 수도권, 지방 모두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충청권에선 대전의 집값은 0.02% 내렸다. 올해 들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누적 하락률이 2.11%를 기록했..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국회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대표였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1부(장찬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교안 전 총리와 나경원 의원,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 등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나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벌금 2000만원,..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사상 첫 직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한 대전 대덕구 법동 으뜸새마을금고가 불법 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경찰은 최근 사전 선거 운동 혐의 등으로 올해 7월 당선된 이사장 A씨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선출된 A씨는 공식 선거 운동 예정일 전부터 실질적인 선거유세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2021년 제6대 선거까지 간선제로 진행됐지만, 올해 치러진 제7대 선거는 금고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체 회원이 투표에 참여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