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전경. /사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
기후변화는 인류가 해결해야 하는 최대 과제다. 이를 위한 최우선 목표는 탄소 중립이다. 탄소 중립으로의 변화는 인류생존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에너지 자립 등 수많은 문제와 직결된다. 이 때문에 인류는 기후변화에 반드시 적응하고, 이겨내야만 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이하 에너지연)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에너지 관련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자연에너지를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기술과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고효율 기술, 화석연료를 청정하게 활용하는 기술, 저비용 수소를 생산·저장·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에너지연의 전략 방향은 2050 탄소 중립 실현·고효율 저탄소사회 구축·에너지전환·수소경제사회다. 중도일보는 과학의날을 맞아 에너지 기술로 국가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에너지연의 도전을 살펴본다.
태양광 연구진인 김기환 책임연구원(좌), 윤재호 책임연구원(중), 곽지혜 책임연구원(우). /사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
태양광 연구진은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에 걸림돌이었던 수분 취약성 문제를 해결한 물질을 개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중 최고 수준의 효율은 24.82%를 기록했다.
수분 안정성과 효율을 동시에 잡은 획기적인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Science)지에 지난해 9월 25일 자로 게재됐다. 올 4월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세계 최고 효율 기록을 경신해 최고 권위 국제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지에도 게재했다.
태양광 연구진은 폴리머 기판 유연 CIGS 박막 태양전지의 효율 향상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연구 결과를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 '나노 에너지'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CIGS 박막 태양전지는 차세대 태양전지로 높은 기술 진입 장벽을 갖고 있다.
때문에 소수 선진국 연구 그룹만이 기술 보유 또는 개발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러 가운데 태양광 연구단은 폴리머(Polyimide) 기판을 적용해 매우 가볍고 유연하며 세계 최고 효율에 근접하는 CIGS 박막 태양전지를 개발해 에너지 전환 3020/4035에 한 발짝 더 근접하게 됐다.
수소연구에 열중하는 연구진 모습. /사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
수소연구단 연구진은 태양광·풍력 등과 같이 간헐성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안정적이며, 고효율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부하 변동 대응형 수전해 스택' 개발에 성공했다. 탄소 중립을 선언한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그린(Green) 수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할 경우 불안정한 전력 부하와 기상 조건 변화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수소 생산 효율도 82% 이상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수소연구단 연구진은 '현장 생산형 고순도 수소 생산 유닛'을 국산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도시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만 하면 99.999% 이상의 고순도 수소를 저렴하게 생산·공급이 가능해졌다.
에너지효율연구에 열중하는 연구진 모습. /사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
에너지ICT융합연구단은 지역난방 공동주택의 실시간 난방·온수 사용량 측정 및 상태를 진단해 주는 '무선 보안 난방 및 온수 스마트미터 시스템'을 개발해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역난방 공동주택의 40%를 차지하는 기존 수기 검침 단지의 경우 열요금 과·오납 관련 분쟁은 물론 사용량 파악·조절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를 해결한 연구진 기술로 각 세대의 난방·온수 사용 정보를 별도 통신요금 없이도 실시간 확인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공동주택에도 손쉽게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기후 변화 관련 연구에 열중하는 연구진 모습. /사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
구체적으론 화석연료, 바이오 에너지, 폐기물 에너지 등의 탄소계 연료로부터 청정연료 생산 기술과 자원 순환 기술과 탄소계 연료 연소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포집·저장·이용 기술, 미세먼지 저감 기술 등이다.
기후변화연구본부 연구진은 별도 분리 설비 없이 이산화탄소가 98% 이상으로 원천적으로 분리 배출되고, 초미세 먼지 유발 물질인 질소산화물도 저감할 수 있는 '케미컬루핑 연소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세계 최초로 고압 조건에서 운전되는 0.5 MWth급 케미컬루핑 플랜트에서 200시간 이상의 장기 연속 운전을 실증한 기술로써 총 질소산화물 배출 농도도 15ppm 정도로 배출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다.
케미컬루핑 연소 기술을 이용할 경우 100MW 천연가스 발전 기준으로 연간 운영 이익 144억 원, 발전 효율 상승 4%,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 30% 절감, 연간 15만t의 이산화탄소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가스발전소 온실가스 포집을 위한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실질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기 위해선 CCS(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이 꼭 필요하다. 온실가스연구실 연구진은 CCS의 핵심인 'CO2 포집 기술'을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 기업체에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도 국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수소에너지연구 수전해 장치(스택). /사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
김 원장은 "헨리 키신저는 석유를 장악하면 국가를 장악할 수 있고, 식량을 장악하면 인류를 장악할 수 있으며, 화폐를 장악하면 전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앞으로는 탄소중립과 관련한 혁신 기술로 기술 패권 시대가 도래하는 만큼 K-에너지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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