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리포트2021③] 건물 세운다고 도시가 변할까, 공간의 주체 사람부터 보라

[도시재생리포트2021③] 건물 세운다고 도시가 변할까, 공간의 주체 사람부터 보라


성매매집결지 없는 도시재생 의미 있을까
건물 세우는 물리적 정책시도 실효성 없어
민관거버넌스, 탈업과 자활 대안 고민해야

  • 승인 2021-08-10 15:22
  • 수정 2021-08-24 10:30
  • 신문게재 2021-08-11 5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컷-도시재생리포트

 

 


[도시재생, 외면했던 진실을 보다] ②도시재생은 '공간' vs 도시재생은 '사람'

대전역세권 도시재생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쪽방촌 주거개선과 상권 활성화가 애초 목적이지만 성매매 집결지 폐쇄 요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부처 주관 사업이라 방향을 틀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결지 폐쇄 여론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처지다. 어떤 형태로든 대전시의 결단이 필요하다. 대전역세권은 침체나 낙후보다는 '몰락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성매매 집결지는 불법행위를 앞세워 범접할 수 없는 영역으로 확장했다. 우범지대로 분류되면서 대중의 출입이 감소했고, 결국 자의와 타의에 의해 고립된 섬이 됐다. 이는 자연히 역세권 쇠퇴를 가져왔음을 부인할 수 없기에 성매매 집결지 폐쇄 없는 역세권 도시재생이 과연 진정성 있는 시나리오인가에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대전역세권 도시재생의 시작은 쪽방촌 주거개선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1월 서울 영등포 쪽방촌을 정비하면서 주요 광역시에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의도와 목적은 좋았으나 역세권 쇠퇴의 주원인인 성매매 집결지를 제외하면서 반쪽 뉴딜로 전락했다. 결국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지자체 스스로 풀어야 하는 암초가 됐다.  

 

DSC03260
2020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전역세권에는 100개가 넘는 성매매업소가 있고, 종사자는 150명에서 200명으로 추정됐다. 사진=이해미 기자

초창기 대전시의 도시재생은 '공간'에 쏠려 있었다. 쇠퇴한 상권을 활성화해 사람이 돌아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게 핵심인데, 대전시는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올리는 물리적 도시재생 계획에만 급급했다. 그러다 보니 도시재생이 이뤄지는 공간과 성매매 집결지가 공존하게 됐고 대전시의 도시재생 정체성 논란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물리적인 도시재생으로는 집결지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공간을 이용하고 공간의 주체인 '사람'에 대한 고민을 이보다 앞서 진행해야만 도시재생의 극적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태일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일방적 폐쇄 후 다시 난립하는 중구 유천동과 대덕구 중리동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집결지가 도시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성인지 관점과 공감에서 출발하고, 폐쇄 전후를 대비하는 대안부터 마련하는 것이 현 단계에 필요한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재생 2년 차, 대전시는 '사람'을 봐야 한다는 외부 압박에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런 측면에서 대전시 '중앙동 부적격시설 추진단' 출범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리적 변화만이 능사가 아님을, 도시재생 단일사업으로 역세권 부활을 구현해 낼 수 없다는 것에 공감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은 "정책은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성인지 관점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탈업과 자활은 도시재생에도 필요한 요소다. 행정은 느리지만 추진단 안에서 협업하며 도시재생과 집결지 폐쇄, 자활과 그 후 대안 마련까지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민 대전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대전역세권 도시재생은 집결지 역사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지, 여성들에 대한 인권과 생활(자활) 대안은 무엇인지, 남은 공간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명이 벗고 달린 새해 첫 날! 2026선양 맨몸마라톤
  2. [세상보기]가슴 수술 후 수술 부위 통증이 지속된다면
  3. 대전 동구, 겨울철 가족 나들이 명소 '어린이 눈썰매장' 개장
  4. 코레일, 동해선 KTX-이음 개통 첫 날 이용객 2000명 넘어
  5. 이장우 대전시장 "불퇴전진으로 대한민국 신 중심도시 충청 완성하겠다"
  1. 충청 출신 與野대표 지방선거 운명의 맞대결
  2. 2026 병오년, 제9회 지방선거의 해… 금강벨트 대격전
  3. 대전 중구보건소, 정화조 청소 후 즉시 유충구제 시행
  4. 대전 서구, 행안부 지방 물가 안정 관리 4년 연속 최우수
  5. 유성구 새해 추진전략 4대 혁신·4대 실행축 제시

헤드라인 뉴스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 인구 감소로 보육시설 운영난 가중과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세종시 국공립 어린이집 개원이 취소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정원 수용률이 지역 최하위 수준인 산울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내 2027년 개원 예정이었으나, 시가 지난 6월 주민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개원 최소 결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종시는 "인근 지역 보육수요까지 감안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산울동 주민들은 "현실을 외면한 행정"이라며 원안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는 이달 보육정책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응급실 시계에 새해가 어디 있겠습니까.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 뿐이죠." 묵은해를 넘기고 새해맞이의 경계에선 2025년 12월 31일 오후 11시 대전권역 응급의료센터가 운영되는 충남대병원 응급실. 8살 아이의 기도에 호흡 유지를 위한 삽관 처치가 분주하게 이뤄졌다. 몸을 바르르 떠는 경련이 멈추지 않아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호흡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처치에 분주히 움직이는 류현식 응급의학 전문의가 커튼 너머 보이고 소아전담 전문의가 아이의 상태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여러 간호사가 협력해 필요한..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가 6·25전쟁 발발 직후 불법적인 처형으로 목숨을 잃은 학암 이관술(1902-1950) 선생이 1946년 선고받은 무기징역형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의 외손녀 손옥희(65)씨와 학암이관술기념사업회는 2025년 12월 31일 골령골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터에서 고유제를 열고 선고문을 읊은 뒤 고인의 혼과 넋을 달랬다. 이날 고유제에서 외손녀 손옥희 씨는 "과거의 역사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역사를 근간으로 하는 단체와 개개인의 노력 덕분에 사건 발생 79년 만에 '이관술은 무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해 몸만들기 관심 급증 새해 몸만들기 관심 급증

  •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