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리포트2021①] 대전역세권과 성매매집결지 100년의 '공존' 끊어내자

[도시재생리포트2021①] 대전역세권과 성매매집결지 100년의 '공존' 끊어내자


대전역세권 도시재생으로 제2의부활 꿈꿔
집결지 도시재생 계획에서 제외되며 뭇매
도시재생 앞서 사람에 대한 고민 선행돼야

  • 승인 2021-08-09 18:00
  • 수정 2021-08-24 10:24
  • 신문게재 2021-08-10 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컷-도시재생리포트

 

 

도시의 민낯은 최후의 순간 드러난다. 확장과 팽창을 반복하던 도시 기능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상대적으로 낙후된 원도심을 주목하게 된다. 발전의 때를 놓쳤고, 시간의 질곡을 견디며 원도심은 드러나지 않았던 사회의 불편함, 마주하고 싶지 않은 우울한 이면을 집약한 채 버텨왔기 때문이다.


최근 변화의 중심축에 서 있는 대전역 일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시재생 뉴딜과 혁신도시 지정, 도심융합특구 등 굵직한 정부 사업이 집중되면서 제2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낮춰보면 도시의 민낯을 여실히 볼 수 있다. 대전역과 가장 가까운 동구 정동과 중앙동, 원동은 지역에서도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다. 골목마다 여인숙과 모텔을 가장한 시설이 즐비하고, 밤이 되면 성매매와 호객행위가 일상이 되는 곳이다. 초고층의 빌딩이 들어서고 주요 국책사업들을 진행한다고 한들 도시의 민낯이 남아있는 한 대전역 일대의 부활과 도시재생은 그저 반쪽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막 시작한 대전역세권 도시재생 사업에 우리가 제동을 거는 이유기도 하다.

중도일보는 창간 70주년 기획으로 '대전역 그리고 성매매 집결지 [도시재생 리포트 2021]'을 시작한다. 도시재생과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접점이 없는 정책과 사회문제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사람이 남아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길에서 대전시가 지향해야 할 도시재생의 비전을 찾고자 한다. 도시재생 정책에 사람에 대한 고민을 더하는 것, 성매매 집결지 폐쇄 이슈를 공론의 장에 세우는 것, 그리고 외면했던 진실로부터 대전역세권을 둘러싼 오욕의 역사를 털어내기 위한 시도와 도전이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다.

이번 기획 시리즈는 문화관광체육부 산하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공모한 기획취재지원 사업 5차에 선정됐다. 이후 도시재생 사업의 주체인 대전시와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강력하고 요구하고 있는 대전여성단체연합(대전여민회,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대전평화여성회, 대전여성장애인연대, 인권티움, 풀뿌리여성마을숲, 실천여성회 판)의 공감을 얻으며 기획보도 공동 참여 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민단체의 주요한 축인 여성단체들과 함께 고민하고 취재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공공저널리즘'이라 할 수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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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동구 정동은 도시재생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성매매집결지가 여전히 곳곳에서 영업중이다. 도심을 바꾸겠다는 계획과 도심의 블랙홀이 맞물려 있는 아이너리한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사진은 도시재생을 통해서 건물이 세워지고 있는 모습과 성매매 영업소를 의심케 하는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이해미 기자


[도시재생, 외면했던 진실을 보다] ①출발선에 선 도시재생과 성매매 집결지 폐쇄  

 

쪽방촌 주거정비와 대전역 일대 중심시가지형 뉴딜사업이 선정되면서 대전역세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감보다는 역량 부족, 반쪽 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대전역세권 침체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쪽방촌과 성매매 집결지를 꼽는다. 두 곳 모두 아주 오랫동안 역세권을 형성해온 세력이었고, 또 오랜 기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쪽방촌이 개개인의 1차원적 문제라면, 성매매 집결지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제도, 제도와 제도라는 얽히고설킨 문제라는 점에서 우선순위가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대전시는 역세권 도시재생 사업 과정에 해결방안이 조금 더 수월하다고 할 수 있는 쪽방촌만 포함하는 것으로 기본 계획을 세웠다. 3년에서 5년까지 기한을 정한 도시재생 사업에서 폐쇄부터 종사자 지원 대안 등 어느 것 하나 시도해보지 않았던 성매매 집결지 문제를 담는 것이 버겁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대목이다.



대전역세권은 도시 발전의 상징이면서 100년 동안 퇴폐구역이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떨쳐내지 못했다. 역세권개발이 향후 30년의 비전을 품고 있다면 이제 막 시작한 도시재생은 최적의 시기고,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이는 대전역세권의 진정한 부활을 위해서라도 출발선에 나란히 서야 할 명분과 당위성을 갖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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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도시재생 일환으로 세우고 있는 건물 옆으로 100미터도 못가 성매매 업소가 있다. 사진=이해미 기자
정태일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시민과 인근 상인이 성인지 관점에서 집결지 폐쇄를 바라볼 수 있게 준비가 필요하다. 역세권을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도 없이 도시재생이라는 물리적인 시스템이 더해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움직이고 공간이 만들어져야 상호작용이 이뤄지듯이 역세권 도시재생도 결국은 사람을 흡수하는 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시재생은 쇠퇴한 도시에 역량을 채워 활력을 되찾아 주는 마중물 사업의 첫 단계다. 대전시는 도심 정비와 함께 상인과 지역민이 공생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것을 도시재생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대전시도 집결지 폐쇄가 역세권 부활을 위해 반드시 선행해야 할 과제임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어쩌면 대전시의 도시재생 마스터플랜보다 집결지 폐쇄를 위한 노력은 훨씬 어려운 길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때론 올곧게 난 직선의 길보다 우회했을 때 얻어지는 것이 더 많은 법이다.

최영민 대전여성단체연합 대표는 "타 시·도에서는 행정이 앞장섰고, 경찰과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집결지를 폐쇄한 모범사례가 있다. 집결지 역사를 끊어내고 여성의 인권과 자활을 고민하고, 남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대전시가 보여줘야 한다. 도시발전의 한 축으로 집결지 폐쇄는 결국 리더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역세권과 성매매 집결지는 무려 100년의 시간을 공존(共存)해 왔다. 그러나 더 이상 공생(共生)할 수 없다는 것,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의 속내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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