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이상률 항우연 원장 "대한민국 우주 7대 강국… 대전은 우주개발 브레인"

[초대석] 이상률 항우연 원장 "대한민국 우주 7대 강국… 대전은 우주개발 브레인"

임기중 누리호·다누리 발사 성공 큰 영광… 국민 응원이 큰 힘
고도화사업 누리호 4차례 더 발사 예정… 민간기업에 기술이전
대전, 연구인력 인프라 집적… 산재된 우주개발 항우연이 중심

  • 승인 2022-08-22 16:55
  • 신문게재 2022-08-23 9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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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꿈꾸던 우주개발이 현실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 힘으로 이뤄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달탐사선 다누리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 우주를 향한 보다 구체적인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됐다. 해외 연구진의 기술을 전수받던 한 나라가 자력으로 우주를 향할 수 있게 되고 미지의 영역인 달을 탐사할 날을 떠올린다.

대한민국을 우주 7대 강국 반열에 오르게 하기까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의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누리호와 다누리 발사 이후 눈물을 훔치던 연구진의 모습을 많은 국민은 지켜봤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딛고 마침내 성과를 이뤄냈을 때의 기쁨과 감동을 공유한 순간이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이러한 과정을 책임지며 국가 우주개발의 선봉에 있다. 이 원장에게 대형 성과 달성 이후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국가 우주 정책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누리호에 이어 다누리 발사도 성공했다. 소감 한마디.



▲굉장히 기쁘다. 우리 일의 특징이 한 명이 잘 나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연구진들이 가장 중요하지만 연구진이 연구만 한다고 일이 되는 건 아니다. 지원 인력도 있고 전 구성원, 나아가 커뮤니티에 있는 전부에게 감사하다. 몇 번 인터뷰에서도 말했는데 좋은 시기에 좋은 결과를 내는 이 시기에 기관장을 하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감사하고 있다.

(누리호 발사) 한번 실패 때 많이 걱정했다. 나로호 1, 2차 실패할 때 그 과정 지켜봤고 그때 압박이 외부에서 엄청났다. 그래서 우리가 작년에 1차가 완벽하지 못한 상황에서 외부로부터 엄청난 비난이나 질책이 있겠구나 싶었는데, 의외로 국민이 경험을 하면서 성숙해졌다. 감사했다. 그런 분위기 덕분인지 원인도 잘 찾았다.



-누리호는 앞으로 고도화사업을 거친다. 안정적인 제작이 가능할 수준까지 예상되는 어려움이 있다면.

▲앞으로 고도화사업으로 누리호를 4번 더 쏜다. 4번 더 쏘려면 발사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세 번째 한국형 발사체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만드는 건 한국형인데 쏘는 건 고도화라고 한다. 세 번째 발사체는 현재 조립되고 있다. 여섯 번째는 항우연이 아니라 체계종합기업 하나 선정해서 기업으로 하여금 이 작업을 하는 게 고도화사업의 큰 방향이다.

제일 중요한 게 기업 선정이다. 입찰은 나갔고 아직 제안서는 안 받은 상황이다. 선정하게 되면 이 기업한테 세 번째 막바지긴 하지만 일부 기술 전수, 이전이 필요하다. 4~6번째 기업 스스로 자기들이 주관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잘 해 줘야 한다. 이런 것 자체도 하나의 과정이고 도전이다.

발사는 아무래도 시설 부분도 있고 중요한 부분이니까 여전히 항우연이 주관하도록 돼 있어 발사과정도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에 기업에 넘기는 것도 같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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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취임 전 달탐사사업단장을 지내면서 이번 다누리 발사 성공이 남다를 것 같다. 어려움도 있었는데,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2019년 11월 말께 달탐사사업단을 맡았다. 총체적 위기였다. 기술적인 해법도 없었고 일정도 밀려서 늘어져 있었고 그때 제가 맡을 때가 (2022년) 10월 말 발사였다. 이 사업이 유일하게 원래 예상된 일정을 당긴 사업이다. 프로젝트를 하면 항상 밀렸다. 달은 그 당시 워낙 위기상황이고 사업 7월 말 종료하는데 발사는 10월 말이라고 해서 당겼다.

가장 중요한 건 기술 문제였다. 무게가 증가해서 새로운 궤적을 찾아야 하는데, 이론적으로는 우리도 안다. 근데 못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걸 설득했다. 사업책임자가 할 일은 아닌데, 전 그런 일 직접 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이행계획을 직접 만들어서 나사 가서 회의하고 방법도 찾고 했다.

궤적 설계를 2명이 하는데, 안 되니까 다 모아서 6명이 했다. 다른 팀 할 일이 있었지만 궤적 설계는 6명이 궤적설계도 같이하고 다 같이 하자고 했다. 무조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났다. 다행히 잘 해결이 됐다. 우리 연구진은 뛰어나다. 그 팀이 우리나라 심우주 탐사를 한다거나 했을 때 궤적설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할 거라 확신한다.



-한국 우주산업 위치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7번째라고 하는 건 확실하다. 일곱 번째 우리 앞에 6개 국가는 많이 앞서서 그 위치에 있고 우리는 이제 갓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6등과 차이는 꽤 크다. 생각하기에 따라 후발주자가 갖는 이점도 있다. 여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갔는지 잘 보고 나은 길로 갈 수 있다. 여러 면에서 지난 30년 마무리하면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걸 제대로 못 살린다면 그냥 7등에서 만족하고 있어야 할 거고, 좀 더 도약한다면 6등을 넘어설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꿈꿔 볼 수 있다.

과거엔 허황된 꿈이었지만 이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역량도 갖추고 있고 과거보다 많은 여건이 좋아졌다. 전략을 잘 짜서 한다면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대형연구 성과가 나오고 연구진의 처우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기관장으로서 바라보는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많이 놀랐다. 처우가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하는데 젊은 친구들이 정색하면서 이야기해서다. 소위 말하는 내가 '라떼' '꼰대' 세대다. 세상이 바뀐 것 같기도 하다.

결국 그건 맞다. 과거엔 우주를 좋아하는 사람들 위주로 했다면 이 분야가 좀 더 도약하려면 우수 인재가 많이 와야 한다. 우리나라 우수 인재는 경제적인 (보상이) 있는 쪽으로 많이 간다. 그러다 보니 '꿈이 있는 사람만 오세요'라고 했다간 안 온다. 대통령 우주경제 선언도 했고 우주경제라는 걸 제대로 키우고 미래 유능한 인재 끌어들이기 위해선 반드시 되긴 해야 한다.

기관장 공모했을 때 그런 얘긴 안 했는데, 임기 전에 해결했으면 하는 게 처우 개선의 첫 단추는 채워 주고 나갔으면 하는 생각이다. 없던 숙제인데, 들여다보니까 그런 부분이 있다.

상대적 비교를 하는데, 스물다섯 개(출연연) 중에 21, 22등이고 하니까…. 큰 방향은 미래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쪽에서 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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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본원이 있는 대전은 우주산업을 지역 미래 먹거리로 육성할 계획이다. 항우연이 대전에 있어서 유리하거나 좋은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산업체가 강하다. 잘 보면 하드웨어를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그걸 좌우한 건 머리, 브레인이다. 대덕연구단지, 대전의 차이는 브레인에서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처럼 집약화되고 좋은 인구가 많은 건 없다고 본다.

우주개발 쪽은 현재로는 우리 연구원이 우리나라에서 앞서고 또 우리뿐 아니라 주변 출연연이 포진해 있다. 두뇌에 해당하는 쪽에 대해선 대전이 강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대전에 모든 걸 다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뭔가를 끌고 나가는 건 대전이 해야 한다고 본다.



-대전 항공우주청 유치 얘기가 많이 나왔다. 입지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기관 차원으로 논쟁의 소용돌이에 들어가는 건 부담이 있다. 기관장이라곤 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사실 내부 컨센서스를 모으진 않았다. 항공우주청 (얘기가) 나오면서 위에 정부 레벨의 항공우주청에 대해 우리가 의견을 내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 단지 그 얘긴 많이 했다. 어떤 형태로 정리되든 실제 개발을 총괄하고 기술적인 면, 개발 전문기관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정리가 안 돼 있다.

항우연이 대표한다고 하지만 출연연에 여러 우주개발이 흩어져 있다. 이건 어떻게 할 거냐고 정리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다. 개발 전문기관으로서 역할, 우리가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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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항우연은 가만히 보면 30여 년 동안 대형연구사업만 하고 살았다. 오로지 대형사업의 성과만을 하다 보니 다른 노력을 별로 안 했다. 유인우주 프로그램, 직접 안 해도 누군가 몇 명은 유인우주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데, 안 한다. 정부 계획에 담겨 지지 않으면 안 한다.

화성탐사가 예전 2013년에 있었는데 2018년엔 빠졌다. 정부는 그럴 수 있지만 기관은 관심 있다면 누군가는 스터디할 수 있는 것이다.

임무 성공에도 물론 노력하겠지만, 미래 대비 기초를 마련하고 연구원이 성장할 수 있는 제도 정비해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겠다고 하면 무리수다.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고 이 시스템이 지속하면 다음 사람이 하지 않겠나 싶다. 열심히 했는데도 쉽지는 않다. 바뀌는 건 당연한데, 그래도 이유를 갖고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

지엽적인 얘기하지 말고 건강한 숲을 갖고 오자, 생태계 숲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지속된다는 생각이다. 시스템을 만들어야 제2의 도약이 될 것이다.



-항우연 연구진과 국민에게 한 마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국가적 대형 우주개발 사업을 묵묵히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우주 강국의 꿈을 실현해 가고 있는 우리 연구원의 모든 연구진과 지원 인력 등 모든 직원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국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큰 관심과 격려는 우주 강국 도약의 밑거름이자 원동력이다. 우리 연구원은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보다 먼 우주를 향해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해 나아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대담=고미선 사회과학부장·정리=임효인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1960년생

서울대 항공공학 학사·석사

프랑스 국립항공우주대(현 ISAE-SUPAERO) 전문석사

프랑스 폴사바티에대 석사·박사

1986년 천문우주과학연구소 우주공학연구실 연구원 (항우연 신설에 따라 천문우주과학연구소에서 소속 변경)

1999년 항우연 책임연구원

2022년 항우연 다목적위성체계그룹장

2005년 항우연 아리랑위성3호사업단장

2006년 항우연 다목절실용위성5호사업단장

2009년 항우연 위성연구본부장

2011년 항우연 항공우주시스템연구소장

2013년 항우연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

2018년 항우연 부원장

2019년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

2021년 3월 항우연 원장



2007년 과학기술훈장 웅비상

2010년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 100대 기술과 주역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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