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겨울 없는 미래, 현실화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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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겨울 없는 미래, 현실화된 위기

유희동 기상청장

  • 승인 2023-01-24 18:28
  • 신문게재 2023-01-25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유희동 기상청장 사진
유희동 기상청장
"나는 그가 살아있다고 믿어. 그가 온 후 시작된 눈이 지금까지도 내리고 있잖아." 팀 버튼 감독의 영화 '가위손(1990)'에서 여주인공이 훗날 할머니가 되었을 때, 눈이 어디서 오는지 묻는 손녀딸에게 하는 말이다. 눈이 오지 않던 마을에 가위손이 얼음으로 천사를 조각하자 얼음 가루가 눈처럼 흩날리고, 처음 눈을 본 여주인공이 기뻐하며 춤을 추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영화는 사라진 가위손이 고성 안에서 얼음을 조각하는 뒷모습을 비추며 끝난다.

영화 속 가위손은 눈 내리는 겨울을 만들어주었지만, 이와 반대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기후변화가 남부지방에서 눈 내리는 겨울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는다면 다가올 2100년경에는 17개 광역시도 중 무려 8곳, 경남, 전북, 전남, 제주도, 부산, 울산, 대구, 광주에서 겨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의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인 저탄소(SSP1-2.6) 및 고탄소(SSP5-8.5) 시나리오 2종을 사용하여 17개 광역시도, 220여 개 시군구, 3,500여 개 '읍면동별 기후변화'를 전망한 결과다. 이번 전망은 계절의 길이뿐만 아니라 최고·최저·평균기온, 강수량과 폭염·열대야 등 극한기후 27종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기후정보포털 누리집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올겨울 북반구는 역대급 기상이변이 진행되고 있다. 북미지역은 성탄절을 앞두고 기록적인 혹한, 폭설 및 겨울 폭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반면에 이웃한 유럽대륙은 한겨울에도 20도에 이르는 이상고온이 나타나 극한의 대조를 보였다. 지난여름 파키스탄은 최악의 홍수로 국토의 1/3이 잠겨 1,7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인구의 10%가 넘는 3천만 명이 이재민이 되는 일도 있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도 배출하지 않는 나라가 기후재앙의 희생자가 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이처럼 산업화 시기에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저소득 국가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어, '기후정의'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 11월에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처음으로 공식 의제로 '손실과 피해' 문제를 채택하고, 손실과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기금 신설을 합의했다.

최근 우리 국민들의 기상기후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기후변화'였다. 종합순위 3위는 '초단기 강수예측'이었으며, 뉴스/사회 분야에서는 '태풍 힌남노'가 6위로 나타났다. 반면, 글로벌 종합 검색순위 10위 안에 기상기후 분야는 없었고, 뉴스 분야 6위에 '허리케인 이언'만이 있었다. 세계인들과 달리 유독 한국인들의 관심이 기상기후 분야에 쏠린 것은 작년 한 해, 특히 기록적인 수도권 집중호우, 태풍 힌남노 등 기상재해로 인한 재산 및 인명피해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다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년 3월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14번째 국가가 되었다.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정책으로 지난 11월부터 카페, 음식점에서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 등을 쓸 수 없게 되었고, 편의점과 제과점에서도 비닐봉투 사용이 제한되었다. 12월부터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으로 세종시와 제주도 카페에 일회용컵 반납기가 설치되었다.

작년 세계기상기구에서 발표한 '2021년 전 지구 기후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 지구 평균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1.11도 상승하여, 지구온난화 한계온도인 1.5도까지 0.39도가 남았다. 기후위기시계(독일 기후연구소 MCC사이트)를 보면 1월 현재 1.5도에 도달하기까지 남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74.6기가톤에 불과하며, 남은 시간은 6년 6개월 남짓이다. 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실질적인 저탄소 활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개인과 회사, 나아가서 사회가 연대하여 행동하는 것이 절실하다. 기상청은 이를 돕기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기후변화 과학정보를 제공해 나가고자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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