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기록-60]제천 청소년들, 130년만에 ‘청풍승평계 국악정신’ 대(代)를 잇다

[10년간의 취재기록-60]제천 청소년들, 130년만에 ‘청풍승평계 국악정신’ 대(代)를 잇다

제천 청소년 국악단체, 지난해 4월 창단…130만에 제천서 ‘첫 창단’
‘한예종, 국악 천제들의 레슨’… 청풍승평계 창단배경과 놀랄만큼 '비슷'
‘부족한 예산’…레슨 선생 보수는 교통비 수준, 학생들은 ‘골방 수업’

  • 승인 2023-04-20 09:55
  • 수정 2023-08-30 20:07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6
대금 전공자인 유수빈 대금 교사(오른쪽·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생)가 제천지역 청소년들에게 '대금 레슨'을 하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1893년 제천 청풍지역에서 창단한 우리나라 최대규모 국악단체인 청풍승평계는 1918년도 속수승평계로 재창단한다. 이때 청풍승평계에서 속수승평계로 자리를 옮긴 이건연(1875~미확인)은 제천군지에 '1918년도 속수승평계를 조직하면서…'라는 서언(책 등의 첫머리에 책을 펴내게 된 동기나 경위)을 통해 이런 글을 남겼다. "승평계의 설립이 계사년(癸巳年) 1893년 중춘(仲春·완연한 봄)이다. 음악의 운율은 (제천)청풍호 경치와 일치하고 음악하기 좋은 곳이다. 풍소재자(風騷才子), 즉 풍류객은 이 '악(樂·청풍승평계)'을 교훈 삼아서 영원토록 전승하라. 다음 세대는 청풍승평계를 보고 느껴서, 국악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앞장서야 한다. 1918년 4월 16일 이건연의 서(緖)"라고 글을 썼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제천은 음악하기 좋은 지역이다. 또 다음세대는 국악을 영원히 전승하고, 청풍승평계를 본 받아서 국악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얘기다.

1
한예종 해금 교사가 제천지역 청소년들에게 해금을 가르치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이건연의 뜻이 통한 것일까. 이건연의 서언처럼 제천에서 '국악의 대(代)'가 꼭, 130년만에 이어졌다. 제천 청소년들이 130년만에 제청풍승평계 단원들의 뒤를 이어, 국악기를 다시 잡은 것이다. 특히 제천 청소년 국악단체의 창단배경은 130년 전, 청풍승평계 국악단체와 놀랄 만큼 흡사하다.

제천청소년 문화의집은 지난해 4월, 청소년 국악단체인 '제천시 청소년 국악밴드 가락 나래'를 창단했다. 제천 의림여중 정서윤(대금) 학생이 공모를 통해 청소년 국악단체 이름을 지었다. 정서윤 학생의 가락 내래는 '국악으로 날개를 펴라'라는 뜻인데, 청풍승평계 이건연의 서언과 거의 일치했다. 또 가락 나래 창단 역시, 청풍승평계처럼 완연한 봄에 이뤄졌다.

5
가야금 수업을 받고 있는 제천지역 청소년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가락 나래는 국악기를 사용한 순수 제천 청소년들의 국악단체다. 창단 첫해 16명의 단원으로 시작한 제천 청소년 국악단체는 1년만에 두배로 늘었다. 현재 33명의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단원들은 성악(1명), 대금(6명), 가야금(11명), 해금(6명), 향피리(4명), 타악(5명) 등을 다룬다. 제천청소년 문화의집은 국악단원을 최대 60명까지 늘려 관현악 단체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1893년 창단된 제천 청풍승평계도 창단 역시, 33명의 단원으로 출발했고, 최대 50여명의 단원들이 활동했다. 청풍승평계와 제천 청소년 국악밴드가 거의 비슷한 운영 흐름을 보이고 있다.



2-2
제천지역 청소년들이 향피리 수업을 받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제천 청소년 단원들은 장락초와 명지초, 동명초, 의림여중, 제천여중, 그리고 단양 한국호텔관광고 학생들로 구성됐다. 제천 청소년 문화의집은 현재 대금과 가야금 등 파트별 단원을 수시로 모집 중이다.

제천 청소년들의 국악교사들은 한국예술종학교 재학들과 졸업생들이다. 우리나라 '국악계 천재'들이 국악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파트별 국악교사들은 매주 5시간가량 청소년들에게 '레슨'해 준다. 33명들의 출석율은 90% 대다. 10명 중 9명이 국악수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악교사들의 보수는 교통비 수준에 불과하다. 또 청소년들은 골방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악교사들은 제능기부와 봉사정신 등으로 학생들에게 국악 실기와 이론을 가르치고 있고, 학생들의 골방수업 열기는 전문적인 레슨실 못지않게 후끈하다.

3
가야금을 배우고 있는 제천지역 청소년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유수빈 대금 교사(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생·대금 전공)는 "제천지역 청소년들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배우는 학생들이 아니라, 스스로 (국악을)원해서 찾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학생(제천 청소년 국악단체)들이 우리나라 국악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만큼 열심히 수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복순 제천 청소년문화의 집 청소년 지도사는 "제천지역 학교 등은 주로 서양악기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데, 이런 점이 아쉬웠다"며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학교 등이 없어 청소년문화의 집이 처음으로 청소년 국악단체를 창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순 제천 청소년문화의 집 관장은 "적은 예산으로 운영되다보니, 국악 선생님들에게 늘 죄송한 마음"이라며 "예산이 더 확보된다면 다양한 국악기와 파트별 레슨을 강화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천 청소년 국악단체는 오는 10월에 첫 창단연주를 계획하고 있다. 이후, 충북 시·군을 돌며 국악관현악 연주회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가 총액 1위 알테오젠' 생산기지 어디로?… 대전시 촉각
  2. '행정수도 개헌' 이재명 정부 제1국정과제에 포함
  3. 이 대통령, 세종시 '복숭아 농가' 방문...청년 농업 미래 조망
  4. "국내 최초·최대 친환경 수산단지 만든다"… 충남도, 당진시 발전 약속
  5.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는데"…고 이재석 경사 대전대 동문·교수 추모 행렬
  1. [대입+]] 2026 수시 충청권 의대 지원자 46% 감소… 역대 최저치
  2. 박재형 세종충남대병원장 취임 "더 큰 도약"
  3. 일본 찾은 김진동 세종상의회장… 한-일 경제계 협력의지 다져
  4. 대전 학교폭력 4년 연속 늘어… 2025년 1차 실태조사 결과 발표
  5. 밝은누리안과병원 이성준 원장, 유럽 백내장굴절수술학회서 임상 연구 발표

헤드라인 뉴스


제4인뱅 인가 무산에 충청 지방은행 설립 `꿈` 뭉개져

제4인뱅 인가 무산에 충청 지방은행 설립 '꿈' 뭉개져

충청권의 오랜 숙원인 지방은행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소호은행(KSB)이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충청권 기반 금융 생태계 조성에 기대를 품었던 지역민들의 박탈감을 높였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례회의를 열고 소소뱅크, 소호은행, 포도뱅크, AMZ뱅크 등 4곳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제4인터넷은행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한국소호은행(KSB)은 대전시와 협약을 맺고 대전에 본사를 두고, 지역 특화 사업 발굴 및 정책자금 연계를 통해 지역 금융 정착을 도울 계획이었지만, 결국 정부 인가를 받지 못..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새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RISE 재구조화, AI 인공지능 활용 등 교육 분야 주요 국정과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학문별 대가로 선정된 교수에 대한 정년 제한을 풀고, 최고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대학생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교육부는 6대 국정과제를 위한 25개 실천과제(공동주관 1개 국정과제, 3개 실천과제 포함)를 최종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실현해 거점국립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에 나선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이재명 새 정부가 오는 12월 30일 해양수산부의 부산 청사 개청식을 예고하면서,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를 위한 동반 플랜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수년 간 인구 정체와 지역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진 세종시에 전환점을 가져오고, 정부부처 업무 효율화와 국가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한 후속 대책이 중요해졌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따른 산술적 대응은 당장 성평등가족부(280여 명)와 법무부(787명)의 세종시 이전으로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 셈법으로 빠져 나가는 공직자를 비슷한 규모로 채워주는 방법이다. 지난 2월 민주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