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손편지 나눠요… 아끼는 마음 배가 되요"

  • 사회/교육
  • 미담

[어버이날] "손편지 나눠요… 아끼는 마음 배가 되요"

대덕구 곽인상·엄기순 부부 손편지 22년
생일과 명절 때 마음을 담아 손글씨 교환
"헤아리는 마음 커지고 자녀 교육도 돼"

  • 승인 2023-05-07 18:04
  • 신문게재 2023-05-08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곽인상 회장
곽인상 대덕구 원탁회 공동회장이 22년간 이어온 가족 손편지 중에서 2001년 아내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손편지를 가족에게 나눠보세요,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한자어 '인향만리(人香萬里)'처럼 화목한 가정의 향기에 이끌려 5월 4일 곽인상(80)·엄기순(76) 부부의 대덕구 현관문을 두드렸다. 시어머니를 정성으로 봉양하고 아이들을 살뜰히 보살펴 효부상(孝婦像)을 받은 아내이자, 부모님 잔기침에도 득달같이 달려와 병환을 살피는 큰아들(49)은 요즘 보기 어려운 효자상(孝子賞)을 받았다. 가족임에도 매일같이 다투거나 무심하게 대하고 아이들은 삐뚤어지기 십상인 요즘 시대에 이들 부부는 가정을 어떻게 가꾸었는지 궁금해 찾았다.



신발을 벗고 다소곳이 앉은 기자에게 곽인상·엄기순 부부가 꺼내 보인 것은 다름 아니라 손편지 한 움큼이었다. 장롱 속 깊은 곳에 오랫동안 간직한 손편지는 2001년 때부터 차곡차곡 보관되어 있었고, 흰 봉투에 투박한 글씨로 '아내에게'라고 사이좋게 쓰여 있었다. 소파에 앉아서 손에서 손으로 전하거나 화장대 위에 올려놓아 교환하니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되는 편지였다. 곽인상 대덕구 원탁회 공동회장이 20여 년 전 냉장고 등 전자제품 대리점을 꾸려가느라 집안을 살필 수 없던 때에 아내가 시어머니를 모시고, 직접 운전을 배워 외롭지 않게 지켜 준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궁리 끝에 손편지가 시작됐다.

곽 회장은 "연로한 시어머니를 집에서 정성으로 살피는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어 거칠지만 손편지를 써서 작은 선물과 전달했던 것이 인연이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2002년 아내의 생일에 남편 곽 회장이 보낸 편지에는 "사업이 비록 어려운 때를 보내고 있으나, 우리는 재개할 수 있을 것이고 용기를 잃지 말고 아이들을 정성으로 키우자"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난 22년간 부부끼리 주고받던 편지는 어느새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자식들이 부모에게, 부모가 자식에게 답장하는 문화로 서로 물들었다. 지난 3월 곽인상 할아버지의 팔순 생신을 축하하려 5명을 손자손녀가 연필을 손에 쥐었으니, 3대가 편지를 나누는 가정이 된 지도 몇 해 되었다.

큰아들은 "아버지께서 손편지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가정을 편안하게 끌어가시는 것을 보고 저도 편지를 쓰게 됐다"라며 "편지를 쓰면서 감사한 것을 더욱 도드라지게 생각하고, 서운한 마음을 글로 풀어낼 수 있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곽 회장 부부는 가족여행을 다녀온 뒤에 앨범 형태의 책을 만들어 한 부씩 나눠줘 좋은 기억을 오래 간직하려 노력하고, 자신이 어머니께 그랬던 것처럼 타지에서 생활하는 자식들이 찾아온 때는 큰절로써 인사를 나눈다.

곽인상 회장3
곽인상·엄기순 부부에게 자식과 손녀손자가 쓴 손편지가 예쁜 편지지에 담겨 있다.
곽인상 회장은 "가정이 화목하도록 서로 보살피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고 가족이 편지를 쓰면서 마음을 헤아리고 자녀 교육도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 같다"라며 "아내에게 감사하고 잘 따라준 자식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수영구,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시 50만원 지원
  2. 경북도, 올 한해 도로. 철도 일 잘했다
  3. 천안신방도서관, 2026년에도 '한뼘미술관' 운영
  4.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2025년 평생학습 사업 평가 협의회 개최
  5. 세종충남대병원, 공공보건의료계획 시행 '우수'
  1. 2026년 어진동 '데이터센터' 운명은...비대위 '철회' 촉구
  2. 종촌복지관의 특별한 나눔, '웃기는 경매' 눈길
  3. [중도일보와 함께하는 2026 정시가이드] '건양대' K-국방부터 AI까지… 미래를 준비하는 선택
  4. 유철, 강민구, 서정규 과장... 대전시 국장 승진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5년 12월24일 수요일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가속페달이 밟히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둘러싼 여야의 헤게모니 싸움이 자칫 내년 초 본격화 될 입법화 과정에서 정쟁 증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는 24일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과 관련해 김민재 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11개 부처)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출범을 위한 전 부처의 전폭적인 특혜 제공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세부 추진 일정을 공..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