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기록-64]제천 '속수승평계' 연습장소, KBS청주방송국 50년전 '흑백 영상'서 발견

[10년간의 취재기록-64]제천 '속수승평계' 연습장소, KBS청주방송국 50년전 '흑백 영상'서 발견

‘8초짜리 영상’…KBS, 제천 청풍 수해지역 촬영하면서 연습장소도 함께 촬영
속수승평계 첫 증언자의 손 그림, '제천 고서 사진.KBS 영상'과 일치
'학술적 가치 높다'…국악학계, 3차원 영상 구연도 가능

  • 승인 2023-08-16 23:13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KakaoTalk_20230816_220849524
1918년 국악단체인 속수승평계 단원들이 연습했던 실제 장소(빨간색 부분). KBS 청주방송국은 50년 전인 1972년 7월 31일 항공기로 수해 현장인 제천시 청풍지역을 샅샅이 훑다시피 전방위적으로 촬영했다. KBS 수해 영상 속에는 속수승평계 연습장소도 함께 촬영됐다. <영상자료 제공=KBS청주방송국>
제천 청풍승평계(1893년 창단) 후속 국악단체인 속수(續修)승평계(1918년) 연습장소가 생생한 '현장 영상'으로 발견돼 또 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영상 속 연습장소는 속수승평계 첫 증언자의 '손 지도', 그리고 고서적에 기록된 '스틸사진'과 100% 일치했다.

전설 속 제천 국악단체를 추적 중인 본보 취재팀은 지난 14일 KBS 청주방송국 자료 협조를 요청했다.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인해 물속에 잠기기 이전의 제천시 '청풍지역 영상 원본'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KBS 문을 두드렸는데, 다행히 역사 속 한 장면이 그 모습, 그대로 촬영됐다. KBS 청주방송국 아카이브(archive)검색결과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인해 물속에 잠기기 이전 모습이 KBS 항공촬영에 의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특히 KBS 영상에는 속수승평계 연습장소도 함께 촬영됐다. KBS 항공촬영에 연습장소가 그대로 찍힌 것이다. KBS 관계자와 함께 항공촬영을 검색한 지 약 5시간만이다.

2022012501001716700056531
'1918년 국악단체인 속수승평계 단원들이 연습했던 실제 장소(빨간색 부분)'…연습 장소는 제천시 청풍면 읍하리다.사진 중간 부분에 '팔영루(지서 옆에 위치·조선시대 건축물, 충북도 제천시 청풍면 물태리)'가 보인다.이장용 선생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팔영루 옆에 살았는데, 팔영루와 속수승평계 연습장소를 지나서 등·하교 했다고 한다. 이 사진은 2022년 1월 21일 '청풍부읍지사료집성' 기록을 카메라로 촬영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KBS 청주방송국은 1972년 7월 31일 항공기로 제천시 청풍지역을 촬영했다. 당시 청풍지역은 큰 수해가 발생했고, KBS 청주방송국은 촬영 장비를 단 헬기를 띄워, '청풍지역 수해현장'을 샅샅이 훑다시피 전방위적으로 촬영했다. 본보 취재팀은 수많은 청풍지역 수해 영상 속에서 약 '8초'짜리 영상을 주목했다. 8초짜리 영상은 청풍지역 팔영루에서 마을 입구를 촬영했다. 영상 카메라 촬영기법인 '팬(Pan)', 그러니까 카메라 앵글을 우에서 좌로 움직이면서 촬영된 KBS 영상 속에 연습장소가 그대로 찍힌 것이다.

KBS 영상에 따르면 팔영루에서 내려다 본 마을의 지붕자재는 초가와 기와, 스레트 등으로 구성됐다. 초가집 세대에서 스레트 등의 세대로 옮겨가는 시점으로 보여진다. 영상 속 담벼락은 돌담으로 쌓아졌다. 마을, 중심부 도로는 흙길이다. 도로에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주민들과 또다른 마을 주민들이 어느 집, 대문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속수승평계 연습장소로 보여지는 스레트 집(KBS 영상 속 오른쪽 2번째 집)의 재질과 형태는 '청풍부읍지사료집성' 책자에 실린 스틸사진(1980~90년대 추정)과 일치했다. 따라서 연습장소는 수몰 직전까지 같은 형태의 모습으로 물속에 잠긴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 속 오른쪽 첫 번째 집은 초가집으로 돼 있는데, 청풍부읍지사료집성 책자에 실린 스틸사진 스레트 집보다 더 오래됐음을 엿볼 수 있다.



2023011401001030300039161
'이장용 선생(90·제천시·국악단체인 속수승평계 첫 증언자)이 기억으로 직접 그린 속수승평계(1918년) 연습장소(빨간색 부분)'. 그가 그린 연습장소 손그림은 이건영 속수승평계 서열 3위의 간부급 단원 집으로 추정된다. 이건영의 4대 후손은 "증조할아버지 집에 가야금 등이 있었고 사람들이 수시로 와, 연습했다"고 첫 증언했다. 손그림은 2022년 1월 12일 이장용 선생 자택에서 촬영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KBS 속수승평계 연습장소 흑백 영상은 본보 취재팀이 확인한 2022년 1월 12일 이장용(90) 제천시·속수승평계 첫 증언자가 자택에서 흰 도화지에 직접 그린 속수승평계 연습장소와 일치했다. 뿐만 아니라 열흘 뒤인 1월 21일에 확인한 '청풍부읍지사료집성' 책자에 실린 스틸사진과도 정확하게 일치했다. 결국 '손 지도, 스틸사진, 흑백 영상' 등의 발견으로 속수승평계 연습장소는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은 "속수승평계 국악단체 연습장소가 촬영된 KBS 흑백 영상을 주목하고 있다"며 "그동안 이장용 어르신의 손그림과 사진 등 평면적인 연습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번 KBS영상이 확보되면서 입체적인 상황, 그리고 3차원 영상까지 구연할 수 있게 돼 학술자료로 큰 가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KBS 청주방송국 관계자는 "청풍승평계와 속수승평계는 제천, 충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역사 속 제천 국악단체를 찾는데, KBS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지역 9개 대학 한자리에… 대전 유학생한마음대회 개최
  2.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3. "광역교통망 수도권 빨대 효과 경계…지역주도 시급"
  4. 태권도 무덕관 창립 80주년 기념식
  5. [건강]대전충남 암 사망자 3위 '대장암' 침묵의 발병 예방하려면…
  1. 대청호 녹조 가을철 더 매섭다…기상이변 직접 영향권 분석
  2. [편집국에서]배제의 공간과 텅빈 객석으로 포위된 세월호
  3. [대입+] 2026 수능도 ‘미적분·언어와 매체’ 유리… 5년째 선택과목 유불리 여전
  4.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돌입…한화볼파크 계약 행정 실효성 부족 도마 위
  5. [홍석환의 3분 경영] 친구의 빈소에서

헤드라인 뉴스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선박이 '마도4호선'이 60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태안 마도 해역에 마도4호선의 선체 인양 작업을 진행해 지난달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마도4호선은 10년 전인 2015년 처음 발견됐으나 보존 처리를 위해 다시 바닷속에 매몰했다가 10년 만에 인양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선박은 15세기 초에 제작된 조운선(세곡 운반선)으로, 전라도 나주에서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이장우 대전시장은 10일 주재한 주간업무회의에서 한화 불꽃축제 개최의 안전대책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확대, 예산 효율화 등을 지시했다. 이 시장은 대전시 한화 불꽃축제 개최와 관련해 "축제 방문자 예측을 보다 넉넉히 잡아 대비해야 한다"며 "예측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 안전과 교통에 있어 대책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화구단은 30일 한화이글스 창단 40주년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념해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및 엑스포다리 일원에서 불꽃축제를 개최한다. 불꽃놀이와 드론쇼 등 대규모 불꽃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 시장은..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8일 대전시사회서비스원이 주최한 2025년 제9회 대전 유학생 한마음 대회를 방문했다. 대전 서구 KT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마주한 건 엄청난 활기였다. 제기차기, 딱지치기, 투호 등의 한국 전통 놀이를 850명 가까운 유학생들이 모여 열중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와 아쉬움의 탄성, 그리고 땀과 흥분으로 데워진 공기에 늦가을의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는 식을 틈이 없었다. 이어진 단체 경기, 그중에서도 장애물 이어달리기는 말 그대로 국제 올림픽의 현장이었다. 호루라기가 울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