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2주년-특별인터뷰] 이진삼 "진인사대천명… 충청 스스로 운명 개척해야"

[창간72주년-특별인터뷰] 이진삼 "진인사대천명… 충청 스스로 운명 개척해야"

충청향우회중앙회 총재 韓 주류 도약 위한 '충청정신' 강조
"현안엔 여야 구분말고 충청 깃발 아래 뭉쳐 투쟁으로 관철"
"충청대망론, 더 나은 미래 위해 필수 계속돼야 시대적 소명"

  • 승인 2023-08-31 23:02
  • 신문게재 2023-09-01 7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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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삼 충청향우회중앙회 총재가 서울 을지로 향우회관에서 중도일보 창간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명수 서울본부장
이진삼 충청향우회중앙회 총재(87)는 군인, 장관, 국회의원을 두루 거쳤다. 여든이 훌쩍 넘은 지금도 1250만 충청인과 충청 출향인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그의 과거와 현재는 국가와 민족, 그리고 충청을 위한 삶으로 모두 채운 것이다. 여생(餘生)도 이와 같을 것 같다.

이런 그의 삶의 궤적은 1951년 창간해 70년이 넘도록 오롯이 충청만 보고 지역민 곁에 동고동락하며 달려온 중도일보 외길과 꼭 닮아있다. 중도일보는 창간 72주년을 맞아 서울 을지로에서 충청 원로인 이 총재를 만나 지역 발전을 위한 제언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군문(軍門)을 나선 지 3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이 총재에게선 군인으로서의 절도가 배어나는 듯했다.

빳빳하게 다린 흰 와이셔츠와 각이 잡힌 넥타이, 번쩍번쩍 빛나는 구두에서 그가 군에서 36년 세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짐작하기 그리 어렵지 않았다.

노익장임에도 인터뷰 내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와 이따금 흥얼거린 군가로 조국을 향한 그의 진심이 묻어났다.

이 총재가 충청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이와 다르지 않은 듯 했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그는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기까지 초중고를 모두 충청에서 나온 충청인이다.

그는 "참으로 격동의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충청인으로서 긍지를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고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이어 "혹독한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최전방 참호 속에서도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출전한 올림픽에서도 고성과 정략이 난무하는 국회에서도 꿋꿋이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충청에서 보내주는 고향 사람들의 뜨거운 성원 덕택이었다"며 감사해 했다.

그러면서 충청 발전을 위한 고견(高見)을 들려줬다.

이 총재는 "예로부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했다. 누구도 충청의 운명을 결정지어 주지 않는다"면서 "충청이 미래 대한민국 주류로 우뚝 서기 위해선 스스로 실력을 갈고닦아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법론도 설명했다.

그는 "정치는 세(勢)가 중요하다. 숫자로 하는 것이 정치"라며 "충청권 국회의원 다 합쳐봐야 30명도 채 안 되는데, 흩어져선 그동안 정권을 번갈아 가며 창출해온 영호남을 따라잡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모래가 아닌 찰흙처럼 일치단결해야 한다"며 "지역 현안엔 보수와 진보 여당 야당이 따로 있을 순 없다. 충청의 깃발 아래 한마음으로 뭉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충청 메가시티 건설 등 굵직한 지역 현안이 더욱 탄력을 받기 위해선 충청인들이 정치적 이해관계 등은 접어두고 똘똘 뭉쳐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충청 대망론에 대해 이 총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으로 충청 대망론을 실현됐다고 봐야 하는데 충청의 지속발전을 위해 차기, 차차기 대선에서도 이는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도 충청 홀대론이 여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법을 내놨다. 이 총재는 "누구도 충청의 몫을 거저 주진 안는다"며 "현안 관철 갈림길에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투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얻어내야 한다. 강한 충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충청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 이른바 '충청 정신'은 무엇입니까.

▲충청도 사람들은 보기에는 상당히 모호하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실제 마음인 내심(內心)은 절대로 잃지 않고 있다. 웬만하면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지만, 내심은 충청도가 가장 훌륭하다고 본다. 여기서 내심은 국가와 민족에 충성하는 마음이라 표현하고 싶다. 산천이 몇 번을 변한다고 해도 내심이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충청인이다. 또 우리는 고집이 있다. 한 번 옳다고 생각한 가치는 절대로 굽히지 않는 특징이 있다.

충청인의 한 사람인 나의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이다. 한 번 목표를 세우면 이를 이루기 위해 절박하게 노력을 해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노력의 크기가 클수록 운이 좋았다. 하늘도 도왔던 것 같다. 충청인들도 진인사대천명 자세로 부단히 갈고 닦을 때 비로소 기회와 미래가 열릴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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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참모총장 시절 전방부대 시찰. 사진=충청향우회중앙회
-충청대망론에 대한 생각은.

▲윤석열 대통령 부친 고(故) 윤기중 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충청의 아들'로 봐야 하고 대통령 역시 이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충청대망론이 실현됐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특정 지역에서 대통령을 배출한다는 건 지역민 긍지 제고뿐만 아니라 지역 인재 등용과 발전 기대감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보면 충청대망론은 계속돼야 한다.

지금 여야 정치인들은 차기 바통을 이어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충청을 대표해 정치하는 이들의 시대적 소명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충청홀대론이 여전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14년 전인 2009년 18대 국회 때의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충청인의 최대 숙원인 신행정수도 건설을 기업 중심 도시로 바꾸는 이른바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해 11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역시 충청 출신이었던 정운찬 당시 총리가 대독한 날이다.

우리당(자유선진당)은 본회의장에서 세종시 원안추진과 관련한 의사 진행 발언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이 시정연설 뒤로 이를 미뤘다. 그래서 본회장 단상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 정 전 총리를 신체를 잡아 시정연설을 제지했다. 당시 그 모습이 여러 언론사에 포착돼 남아 있다.

나는 군인 출신이다. 내가 생각한 가치와 신념에 반한다고 생각하면 절대 참지 않는 불과 같은 성격이다. 충청인들의 염원이 응축된 신행정수도 건설을 흔드는 MB 정부 시도를 눈앞에서 묵과할 수 없어 몸이 먼저 움직인 것 같다.

공공기관 제2차 이전 등 충청권의 각종 현안이 속도를 내지 못하거나 고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같은 현안들은 충청의 미래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반드시 관철돼야 할 사안들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정부가 알아서 해주겠지 라는 생각으로 좌고우면한다면 각종 현안이 가시밭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충청의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 민·관·정이 한뜻으로 정부에 강력히 촉구해야 해야 한다. 얻어낼 것이 있다면, 투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현안 관철에 있어선 강한 충청, 강한 충청인이 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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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청소년부 장관 시절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영웅 황영조 선수와 한 컷. 사진=충청향우회중앙회
-충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현재 충청권에 살고 있거나 충청을 떠나 전국 각지의 출향 인사를 모두 합치면 1250만 명이 된다. 우리나라 국민을 50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충청인이 4분의 1이나 된다.

나는 충청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학교에 다녔다. 또 군 장성을 거쳐 국회의원과 장관 등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을 해왔다. 지난해부터는 충청향우회중앙회 총재에 취임해 충청인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는 모두 나 자신의 능력이 아닌 바로 우리 1250만 충청인들의 도움과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갈 길이 멀다. 경제와 안보 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정치, 사회적으론 국민 통합이 시급하다. 충청인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 분연히 일어나 흔들리는 조국을 떠받쳐 왔음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가 힘을 합쳐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대담=황명수 서울본부장·정리=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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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국회의원 시절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해 강력투쟁했다. 국회 시정연설 과정에서 불거진 정운찬 전 총리와의 충돌 장면. 사진=연합뉴스
■이진삼 총재는 누구인가=1937년 2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사람은 정도를 걷고 경우에 틀리면 안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 속에 성장했다. 원래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것을 좋아해 축구선수가 꿈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이던 1950년 그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사건이 터진다. 바로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당시 이 총재는 북한군이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뒤 대한민국 군인이 될 것을 결심한다.

휴전이 되고 2년이 더 지난 1955년 6월, 그는 육사 15기로 입학, 1959년 소위로 임관했다.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 신념을 갖고 군인으로 성장해 나갔다. 베트남전에 기동대장으로 참전, 파병 후 최초로 베트콩을 생포해 무광훈장을 받았다. 1968년 1.21 청와대 기습사건 때에는 자수한 김신조를 설득해 공비섬멸에 앞장서기도 했다. 군에서 그가 받은 화랑무공훈장만 3개다.

이후 이 총재는 3군단장, 제1 야전사령관을 거쳐 4성 장군인 육군참모총장으로 승진했다. 36년간 입었던 군복을 벗고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에는 체육청소년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장관 임명 이듬해 알베르빌 동계올림픽(10위)과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7위)에서 국위를 선양하는 데 앞장섰다.

장관직을 내려놓은 이 총재는 국회에 입성한다.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충남 부여·청양 지역구에서 55.37%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된 것이다. 고향 발전은 물론 안보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거듭된 요청을 결국 받아들인 것이다.

이 총재는 국회의원 재임 시절, MB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맞서 원안 사수를 위해 대정부 투쟁을 강력히 진행했다. 그 결과 사실상 행정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현재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가 태동한 것이다.

이와 함께 충청내륙 고속도로 필요성을 주장해 현재 평택~아산~예산~청양~부여 고속도로의 국책사업을 확정시켰다. 또 부여에 국립한국전통문화대학교(석박사과정) 설립에 큰 기여를 했고 국방대 논산 이전도 정부로부터 얻어냈다.

▲프로필=부여 출생, 부여 은산초·대전중·부여고·육군사관학교(15기) 졸업 / 3군단장, 1군사령관, 육군참모총장 / 체육청소년부 장관, 18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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