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민생의 시간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민생의 시간

  • 승인 2023-10-11 08:46
  • 수정 2023-10-11 11:08
  • 신문게재 2023-10-12 18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clip20231011084153
붕당(朋黨) 정치는 조선판 정당(政黨) 정치로 볼 수 있다.

붕당과 정당, 그 무리를 구성하는데 정치적 견해가 어느 정도 관여하는지에 차이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모두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결사체라는 점에서 이같이 생각해도 큰 오류는 없을 듯하다.

선조 때 동인과 서인 대립이 시초였다. 그 이후 광해군 때 동인이 북인과 남인으로 갈라섰고 서인은 인조반정으로 정권을 잡았다. 숙종 대에 이르러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분화했다.



붕당은 공론정치 활성화와 정파 간 견제로 조정(朝廷)의 균형을 맞춘 긍정적 평가에도 폐해도 만만치 않았다.

임진왜란 발발 이전 일본을 다녀온 동인과 서인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놨다. 동인은 "침략 정황 없다"고 보고했고 서인은 "공격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금과 신하가 한뜻으로 뭉쳐 왜적의 침략을 대비해도 모자랄 판에 붕당 간 대립으로 이를 위한 시간을 허비했고 그 결과 7년 전란으로 이어지며 민생은 피폐해졌다.

당파싸움이 민생을 돌이킬 수 구렁텅이 속으로 몰고 갈 수도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40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정치가 민생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다.

다행스럽게 지난 6일 여야가 밀린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는 했지만 국민 눈높이엔 한 참 못 미친다.

민생과 동떨어진 정쟁을 일삼는 것이 흔한 일이 됐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고성과 막말을 난무하는 것은 예사고 국회법에서 정해진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기는 것은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런 국회 모습은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치킨 게임을 하는 대결의 장이라도 해도 지나치지 않은 듯싶다.

여야가 민생을 내팽개치면서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욱 키우고 있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정부·여당과 제1야당 지지율 동반하는가 하면 정당 지지도에서 무당층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확인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쯤 되면 조선 붕당의 폐해보다 지금의 한국 정치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정치가 권력 쟁탈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보면 싸움은 불가피하다. 당이 다르건 같건 주류(主流)의 핵심으로 가기 위해선 상대를 균열 내야 하기 탓에 싸움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정기국회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민생의 시간이다.

충청권은 국가균형발전 백년대계인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제2집무실 조기 건립을 위한 충분한 실탄을 확보해야 한다.

'과학수도' 대전의 정체성을 높이기 위한 예산 증액의 숙제도 있다. 무려 16.6%가 삭감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복구에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

충청권 메가시티 건설을 위한 예산도 챙겨야 한다. 충청권 광역철도, 2027년 충청권 하계 유니버시아드 예산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현안 입법도 시급하다.

'과학수도' 대전의 정체성을 높이기 위한 대전특별자치시 특별법과 충북의 발전을 앞당기기 위한 중부내륙특별법을 내년 총선 이전 처리가 마땅하다.

다산(茶山)은 늘 민생국계(民生國計), 어떻게 하면 백성을 편안하고 잘살게 할지와 좋은 나라를 만들지 고민했다고 한다. 지금 국회는 다산의 혜안이 필요하다.
<강제일 서울본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4658만$ 수출계약 맺고 거점 확장"… 김태흠 지사, 중국·베트남 출장 마무리
  2. 공회전 상태인 충남교육청 주차타워, 무산 가능성↑ "재정 한계로 2026년 본 예산에도 편성 안 해"
  3. [중도일보 창간74년]어제 사과 심은 곳에 오늘은 체리 자라고…70년 후 겨울은 열흘뿐
  4. [창간74-축사] 김지철 충남교육감 "든든한 동반자로 올바른 방향 제시해 주길"
  5. [창간74-축사] 김태흠 충남도지사 "중도일보, 충청의 역사이자 자존심"
  1. [창간74-축사] 홍성현 충남도의장 "도민 삶의 질 향상 위해 협력자로"
  2. [중도일보 창간74년]오존층 파괴 프레온 줄었다…300년 지구 떠도는 CO₂ 차례다
  3. [한성일이 만난 사람 기획특집-제99차 지역정책포럼]
  4. [창간74-AI시대] 대전 유통업계, AI 기술 연계한 거점 활용으로 변화 필요
  5. [창간74-AI시대] AI, 미래 스포츠 환경의 판도를 재편하다

헤드라인 뉴스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시가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인 4조 7309억 원을 확보했지만, 일부 현안 사업에 대해선 국비를 따내지 못해 사업 정상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와 웹툰 IP 클러스터, 신교통수단 등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미래성장 동력 확충과 직결된 것으로 국회 심사과정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 시급하다. 1일 대전시에 따르면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제외된 대전시 사업은 총 9개다. 앞서 시는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운영지원 사업비(29억 6000만 원)와 웹툰 IP 첨단클러스터 구축사업 15억 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천댐 건설 재검토 지시를 내린 김성환 환경부 장관을 향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천댐 건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김돈곤 청양군수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선출직 공무원"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지사는 1일 도청에서 열린 2026 주요정책 추진계획 보고회에서 김 장관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화력발전 폐지 지역에 대한 특별법을 추진할 때 그의 반대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화력발전을 폐지하고 대체 발전을 추진하려는 노력을 반대하는 사람이 지금 환경부 장관에 앉아 있다. 자격이..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특별자치시가 2030년 완성기까지 '국가상징구역'과 '중앙녹지공간'을 중심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1일 세종시 및 행복청의 2026년 국비 반영안을 보면, 국가상징구역은 국회 세종의사당 956억 원, 대통령 세종 집무실 240억 원으로 본격 조성 단계에 진입한다. 행정수도 추진이란 대통령 공약에 따라 완전 이전을 고려한 확장 반영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년 국비가 집행되면, 국회는 2153억 원, 대통령실은 298억 원까지 집행 규모를 키우게 된다. 국가상징구역은 2029년 대통령실,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 마지막 물놀이 마지막 물놀이

  •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