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우리 사회에 퍼진 '꼼수'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우리 사회에 퍼진 '꼼수'

박태구 경제부장(부국장)

  • 승인 2023-12-20 09:43
  • 수정 2023-12-20 10:16
  • 신문게재 2023-12-21 18면
  • 박태구 기자박태구 기자
박태구 경제부장(부국장)22
박태구 경제부장(부국장)
'꼼수'는 바둑에서 정수가 아닌 수로 통한다.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수다. 해석하기에 따라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 '야비하고 치사한 방법'이라 치부하기도 한다. 그만큼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없다. 최근 미디어에 꼼수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당연히 좋은 뉴스가 될 수 없다. 상대방을 속이는 것이니 더욱 그렇다. 상대방을 속여서라도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겠다는 악랄한 술수다.

먼저 유통업계 얘기다. '가격은 같은데 제품 양이 줄었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한다.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 인상을 뜻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사회적 문제화 되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의 실태 조사 결과, 이런 문제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1년간 9개 품목 37개 상품에서 용량이 줄어든 점을 확인했다. 제품용량이 적게는 7.7%에서 많게는 12.5%까지 줄어든 경우도 있었다. 이들 제조사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지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어떤 제조사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기존 가격에 제품 용량을 줄여 소비자들을 속이는 대표적인 '꼼수 장사'가 아닐 수 없다. 제품 용량을 줄였으니 사실상 가격을 인상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실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에 대해 정확한 용량과 가격을 기억하고 사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만큼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눈속임이 아닌 정직한 경영이 강조되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 인상에 따라 소비자들의 지갑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식품 제조업체들의 꼼수 경영인 '슈링크플레이션'은 사라져야 할 사회적 문제다.

그러면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놨을까. 관련 대책은 이렇다. 우선 소비자원과 제조사와의 자율협약을 추진해 제품 용량 변경 시 해당 사실을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전에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유도하고 소비자원에도 이를 통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원-유통업체 간 자율협약을 통해 유통사가 취급하는 약 1만여 개 상품에 대한 용량정보를 제공 받아 용량변경에 대한 전방위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도 있다. 특히 앞으로 식품 업체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제품 용량 등을 줄일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피해 예방적 방법과 이를 지키지 않은 기업에 대한 처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소비자단체들은 꼼수 장사하는 기업들을 강하게 비판한다. 소비자들을 속였으니 비판받아도 마땅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원재료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국민 고통 속에 기업들이 이익만을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 스럽다"고 했다. 정부의 대책이 얼마나 약발이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정부 정책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새로운 꼼수가 등장하지 않으란 법이 없기 때문.



건설업계에도 꼼수는 등장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부문별 대표직을 두는 행위는 꼼수로 비칠 수 있다. 법 대응 차원에서 안전관리자를 확충하는 행위는 필수적 행위이지만, 대표가 회장직으로 가고 부문별 대표직을 두는 것은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도 꼼수는 빼놓을 수 없다.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남발하거나 사탕발림은 단골로 지적된다. 유권자들이 투표 전 더 꼼꼼하게 살핀 후 한 표를 행사해 꼼수 정치인을 걸러야 한다.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유권자들을 속이는 꼼수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일각에선 신당 창당과 탈당 행위도 '꼼수 정치'로 비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꼼수 행위는 나라를 좀먹는다. 정직하게 사는 이들에게 배신감과 함께 상처를 안겨준다. 기업들의 꼼수 행위가 없었다면 '슈링크플레이션' 같은 어려운 경제 용어를 시민들이 알아야 할 필요성도 없다. 우리 사회에 '꼼수 아웃'을 외쳐본다. 박태구 경제부장(부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셔츠에 흰 운동화차림' 천태산 실종 열흘째 '위기감'…구조까지 시간이
  2. 노노갈등 논란에 항우연 1노조도 "우주항공청, 성과급 체계 개편 추진해야"
  3. ['충'분히 '남'다른 충남 직업계고] 홍성공업고, 산학 결합 실무중심 교육 '현장형 스마트 기술인' 양성
  4. 대전 중구, 국공립어린이집 위·수탁 협약식 개최
  5. 충청권 국립대·부속병원·시도교육청 23일 국정감사
  1. '충남 1호 영업사원' 김태흠 충남지사, 23일부터 일본 출장
  2.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
  3. 대전관평초 '학교도서관 운영 유공' 국무총리 표창
  4.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5. 대전권 대학 산학협의체, ‘한국-베트남 글로벌 청년 경진대회 행사 개최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KAIST 국내 최대 양자팹 구축 착수

대전시-KAIST 국내 최대 양자팹 구축 착수

국내 최대 규모 '개방형 양자공정 인프라'(이하 개방형 양자팹) 구축에 대전시와 KAIST가 나섰다. 대전시와 KAIST는 23일 이장우 대전시장과 KAIST 이광형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KAIST 본원에서 '개방형 양자팹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양자 산업화 시대를 대비한 필수 기반 시설인 '개방형 양자팹' 구축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마련됐다. KAIST '개방형 양자팹' 구축사업은 국내 최대 규모의 첨단 양자팹 건립과 양자 인프라 시설 및 장비 구축을 포함한 사업으로, 2031년까지 국비 2..

개물림 피했으나 맹견 사육허가제 부실관리 여전…허가주소와 사육장소 달라
개물림 피했으나 맹견 사육허가제 부실관리 여전…허가주소와 사육장소 달라

대전에서 맹견 핏불테리어가 목줄을 끊고 탈출해 대전시가 시민들에게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한 사건에서 견주가 동물보호법을 지키지 않은 정황이 여럿 확인됐다. 담장도 없는 열린 마당에 목줄만 채웠고, 탈출 사실을 파악하고도 최소 6시간 지나서야 신고했다. 맹견사육을 유성구에 허가받고 실제로는 대덕구에서 사육됐는데, 허가 주소지와 실제 사육 장소가 다를 때 지자체의 맹견 안전점검에 공백이 발생하는 행정적 문제도 드러났다. 22일 오후 6시께 대전 대덕구 삼정동에서 맹견 핏불테리어가 사육 장소를 탈출해 행방을 찾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재난..

[2025 국감] 적자에 차입금 부담만 커져… 충남대병원 재정문제 도마 위
[2025 국감] 적자에 차입금 부담만 커져… 충남대병원 재정문제 도마 위

차입금 부담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충남대병원의 누적 적자액이 1300억 원이 넘고 재원 환자도 줄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23일 충북대에서 연 충남대·충북대·부속 병원 국정감사에서다. 이날 오전 피감기관 대표로 조강희 충남대병원장과 김원섭 충북대병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문정복(더불어민주당·경기 시흥갑) 의원은 "누적적자가 충남대병원은 1374억 원, 충북대병원은 1173억 원"이라며 "독립 재산제로 운영되는 국립대병원에서 차입금 상환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따져 물었다. 최근 3년간 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